백종국 교수(경상대 정치외교학 명예)

백종국 교수(경상대 정치외교학 명예)
백종국 교수(경상대 정치외교학 명예)

3년 전 제20대 대한민국 국회가 출범할 때 구성원 중 개신교도가 93명이고 천주교도가 77명이었다. 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한국 정치에 실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는 이들에게 당리당략이나 사적 야망을 뛰어넘는 기독교적 이상의 실천을 기대했었다.

3년이 지난 현재 전개되고 있는 한국 정치는 이러한 기독교적 이상의 실천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기독교적 이상의 실천에 앞장서야 할 기독교 정치인들이 누구보다 먼저 당리당략적 행태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민식이법이나 해인이법 등 어린이의 생명과 관계된 민생법안을 다른 쟁점법안과 묶어서 통과를 저지하려는 행태를 들 수 있다. 생명에 관한 문제를 당리당략과 묶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할 길이 없다. 역풍이 심각해지자 신속하게 입장을 선회했는데, 참으로 다행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미국 정부에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 때까지 북미 정상회담을 피해달라고 요구한 행태도 이와 유사하다. 임진왜란 직전에 일본을 방문했던 사신 중 일부가 당리당략 때문에 정보를 왜곡함으로써 국가를 위기에 빠뜨렸던 일과 흡사하다.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탈법적 시위를 예배라는 이름으로 자행하는 집단을 일부 기독교 정치인들이 부추기고 있다. 한국 기독교 전체에 심대한 해악을 끼치는 일이다.

이러한 모습들은 한국교회가 그동안 올바른 복음의 선포를 등한시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교회 다수는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고백에 합당한 삶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저 예배와 찬양과 헌금과 교회 건축에 몰두했다. 예레미야서에서 하나님은 그의 백성들이 인애와 공평과 정직을 실천해야 함을 선포하셨다. 예수님께서는 단지 입으로만 그리스도를 주라고 시인했다고 해서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의 뜻대로 행하려고 노력하는 자라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고 말씀하셨다.

교회에 출석하는 정치인이라고 해서 모두 기독교적 정치인이 아니다. 30년의 장기독재와 잔혹한 인종청소를 저지르고 있는 우간다의 무세베니 대통령이 자신을 독실한 그리스도인으로 포장한다고 해서 그를 그리스도인이라 볼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보면 기독교 리더십이 사회에 미친 공로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 개신교도인 이승만과 윤보선과 최규하와 김영삼과 이명박, 가톨릭교도인 장면과 김대중과 문재인을 들 수 있다. 불교도인 박정희와 전두환과 노태우를 제외하면, 역사적으로 한국 최고 지도자의 대부분은 기독교인이었다.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민주화는 이들 기독교인의 지도력에 크게 의존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기독교인들이 진정으로 기독교적 정치를 실천했느냐는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성도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사모하는 삶의 실천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실천을 도외시한 설교는 사실상 이단으로 간주되는 구원파의 주장과 다를 게 없다. 입으로는 “주여!”를 외치지만 행동은 비기독교적인 이중인격자, 이중신앙인들을 양산하는 행태는 이제 그쳐야 한다.

기독교적 가치를 실천하는 일은 어렵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고통스럽더라도 줄기차게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가려는 성도들을 배출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한국교회는 한국 사회의 등불이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