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 새로운 가정을 맞이하라

박민형·진세현 부부 “교회의 정형화된 가치관 변화 필요”
 

박민형·진세현 씨 부부는 교회가 변화하는 가정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박민형·진세현 씨 부부는 교회가 변화하는 가정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31세 동갑내기 부부인 박민형 씨와 진세현 씨는 이른바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다. 어릴 때부터 IT 발달의 혜택을 누린 반면, 사회에 진출할 나잇대는 고용 감소와 일자리 질 저하에 시달렸다. 결혼 준비도 녹록치 않았다. 높은 집값에 낮은 이자의 신혼부부대출은 필수였고, 거기에 부모님들의 도움이 있어 겨우 작은 아파트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다.

“스물아홉 살에 결혼했는데, 친구들에 비하면 빠른 편이요. 요즘은 남자는 서른 셋, 여자는 서른 하나 정도에 결혼을 시작하는 것 같아요.”

세현 씨의 말에, 민형 씨는 “요즘은 결혼에 대한 생각도 과거와 다르다. 결혼은 해도 되지만,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고 덧붙였다. 민형 씨 역시 그랬다. 결혼은 그에게 무거운 이슈가 아니었고, 막연하게 “좋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할 수도 있다”는 정도였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자유로운 반면, 맞벌이는 자연스럽게 ‘필수’가 돼 버렸다. 결혼 후에도 직장을 계속 다니고 있는 세현 씨는 “신혼집 마련부터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시대다. 요즘 사람들은 무조건 맞벌이다”고 결혼적령기 세대들의 현실을 설명했다.

출산에 대한 생각 역시 과거와 다르다. 민형 씨는 결혼 전에 이른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을 꿈꿨다. 민형 씨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시간과 자유를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아기 없이 아내와 둘만 있는 것도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세현 씨는 남편과 달리 결혼을 하면 자녀는 무조건 두 명을 낳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의견 차로 민형 씨와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세현 씨 역시 “남편이 자기를 잃고 싶지 않다는 데는 아기를 낳았을 때의 재정적인 부담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요즘 같은 세대에 내가 자녀를 잘 지켜줄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된다”며 민형 씨의 생각을 이해했다.

출산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의견을 나누는 가운데, 요즘 두 사람의 생각은 자녀를 낳되, 한 명만 낳자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서로가 한 명씩을 양보한 셈이다. 그렇다고 당장 아기를 가질 생각은 아니다. 세현 씨는 “빠르면 내후년에 낳을 생각이다. 그것도 계획일 뿐이지,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결혼과 가정, 출산에 대한 기독교인의 정형화된 가치관 역시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형 씨는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결혼이나 출산에만 가치를 두는 설교는 없었던 것 같다. 그것만 강요하는 교회가 있다면 잘못이라 본다. 또 다른 행복이 있을 텐데, 한쪽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현 씨는 “결혼한 지 3년째인데, 교회 사역자들 가운데는 왜 아기를 갖지 않느냐고 말하는 분들은 없다. 다만 어르신들 가운데, ‘새댁은 아직 소식이 없나’고 넌지시 물으시는 분들은 있다”며 “자녀가 있나 없나 보다, 내가 지금 주님과 얼마나 많이 교제하고 자유하고 행복하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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