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연 ‘2019 대중문화 키워드로 살펴보는 대중의 열망과 한국교회 과제’ 포럼

‘새로운 복고’ 열풍, 기독문화 경험 기회로
‘가족구조 변화’에 맞춘 치유와 회복 필요

2019년 대한민국 문화계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한국교회는 그 트렌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문화선교연구원(원장:백광훈 목사·이하 문선연)이 12월 3일 서울 대신동 필름포럼에서 ‘2019 대중문화 키워드로 살펴보는 대중의 열망과 한국교회 과제’ 포럼을 열었다. 문선연은 2019년 대중문화 키워드를 ‘밀레니얼 세대’ ‘뉴트로’ ‘82년생 김지영’으로 정하고 새로운 세대, 새로운 문화에 발 맞춰 가야할 한국교회 방향성을 제시했다.

키워드1 밀레니얼 세대

문화선교연구원은 2019년 대중문화 키워드를 ‘밀레니얼 세대’ ‘뉴트로’ ‘82년생 김지영’으로 정했다.(사진출처=EBS, MBC)
문화선교연구원은 2019년 대중문화 키워드를 ‘밀레니얼 세대’ ‘뉴트로’ ‘82년생 김지영’으로 정했다.(사진출처=EBS, MBC)

2018년 출판된 책 <90년생이 온다>(임홍택/웨일북)로 대표되는 밀레니얼 세대는 ‘단순성’ ‘유희성’ ‘정직성’이 특징이다. ‘ㅇㄱㄹㅇ’(이거 레알)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등 줄임말을 사용하고, 집단지성의 결정체인 위키피디아보다는 말장난과 농담이 섞여 있는 나무위키를 더 좋아한다. 또 정치, 사회, 경제에 높은 수준의 정직과 공정을 요구한다.

이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대표적인 문화 현상이 바로 ‘펭수’의 인기다. EBS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 TV>의 캐릭터 펭수는 남극에서 온 10살짜리 펭귄이다. 유튜브 구독자는 이미 100만 명을 넘었고, 각종 광고부터 정부 기관과의 협업까지 최근 가장 ‘핫한’ 스타라고 할 수 있다. “이상형은 나 자신” “사장과 편해야 일이 잘 된다”라며 할 말을 다 하는 모습은 합리적이면서 자유분방한 2030의 사고방식과 일치한다. 백광훈 원장은 “펭수는 밀레니얼 세대의 솔직함과 재미, 재기발랄함이 엿보이는 캐릭터다. 탈권위적이면서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펭수의 모습은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종족인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은 기성세대와 갈등이나 부조화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유교적 장유유서에 기반해 경직된 위계문화가 주를 이루는 교회는 밀레니얼들에게는 퇴행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반면 주일에 교회 사역을 하지 않고 그 시간을 자기계발을 위해 쓰는 밀레니얼 세대를 기성세대들은 ‘신앙심이 부족하다’거나 ‘이기적이다’라고 판단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세대 간 이해의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백광훈 원장은 “교회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관계보다는 사역의 중심을 주고, 탁월성이 아니라 진정성을 이야기하며,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가 아닌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에 함께 동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이들이 주체적으로 의사결정구조에 참여하며, 다양한 사역에 밀레니얼 세대들이 주체가 되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키워드2 뉴트로

몇 년 전 ‘레트로(Retro)’가 유행할 때가 있었다. 7080세대들이 IMF 이전 경제 호황기였던 과거에 향수를 느끼며 옛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뉴트로는 새로운(New) 복고(Retro)라는 의미로, 과거를 모르는 밀레니얼 세대가 옛것에서 신선함을 찾아 즐기는 문화현상(<트렌드 코리아 2019>)이다.
책 <트렌드 코리아 2019>는 밀레니얼 세대가 옛 문화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를 “나날이 새로워져 가는 문화에 피로감을 느끼던 중 조금 덜 세련되고 불편한 산물이 새롭게 보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민형 박사(성결대)는 “뉴트로는 이것이라고 명확히 정의하기가 어렵다. 어떻게 보면 기성세대들의 소비중심주의적 사고의 발로로,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못한 가상의 개념을 만들어내고 이것을 트렌드로 소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민형 박사는 “이런 밀레니얼 세대의 모습은 오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 기독교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이목이 기독교 문화에 집중될 수 있는 긍정적인 예상을 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형 박사는 오래된 교회를 채우고 있던 가구나 여러 상징들, 초, 종, 예복, 성찬에 사용하는 빵과 포도주 등을 밀레니얼 세대에 소개하는 역할을 하면서 이들이 상상 이상의 관심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박사는 “기독교는 전통 유산 복원을 통해 그들을 풍성한 영성으로 초대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종교적 시간 속에서 새로운 종교적 경험에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키워드3 <82년생 김지영>

2016년 나온 책 <82년생 김지영>(조남주/민음사)은 올해 배우 정유미·공유 주연의 영화로 재탄생했다. 부모의 남아선호사상 속에서 자라, 학교와 직장을 다니며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종류의 폭력에 노출되고, 출산 후에는 경력단절 속에 독박육아를 감당하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묵묵히 감당하던 김지영은 산후우울증이 심해지며 ‘빙의’ 현상으로 상처와 분노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성현 목사(필름포럼 대표)는 “이 시대의 김지영이 자신을 둘러싼 불합리한 환경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 대중이 이에 대해 듣기 시작했다는 것이 <82년생 김지영>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교회 내 여성은 수적으로 절대적 우위에 있으면서도 늘 보조하는 존재에 머물러 왔고, 의사결정에도 배제되어 왔다. 많이 늦었으나 교회도 이제 남녀가 서로 존중하며 공생하는 문화, 가족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적 연대로 공동체성을 넓혀가야 한다.

성현 목사는 “일단 가족에 대한 설교 및 프로그램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매년 5월이면 전통적인 4~5인 기준의 가정상을 표준으로 삼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 외 구성원이 소외되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했다. 성 목사는 “개교회 내에서 이런 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공론화 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마땅히 바로 잡아야 했음에도 버려졌던 것들에 대해 치유와 회복을 하는 움직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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