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퍼즐 문화연구소 소장)

미국 출신 가수 로드리게즈는 남아공에서 두 장의 앨범을 발매하고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아니, 레전드라고 불릴 정도의 인기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남아공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의 음악이 왜 전설이 됐는지 알 수 있다.

70년대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가 절정에 치달을 때였다. 아파르트헤이트는 흑인들에게서 남아공 국민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여 외국인으로 간주하는 법이다. 그때 남아공의 사람들이 로드리게즈의 노래를 접한다. 그는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잘못하고 있음을 말해야 한다고 노래했다. 그들에게 로드리게즈의 노래는 남아공 사람들의 신념을 바꾸는 큰 화젯거리였고,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사건이 되었다. 2012년에 개봉한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은 로드리게즈의 열성팬 두 사람이 이 레전드 가수의 행방을 찾아가는 다큐멘터리다. 두 사람은 3년간 “예수를 찾습니다!”(Looking for Jesus)라는 이름의 가수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로드리게즈는 자신의 뛰어난 음악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당시 미국은 인종차별이 심했고 곳곳에서 백인 우월주의를 드러내며 흑인과 히스패닉 계통의 사람들을 노골적으로 차별했다. 뮤지션으로 실패한 로드리게즈는 아버지처럼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디트로이트로 돌아와 막노동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나그네의 아들 로드리게즈는 실패한 뮤지션으로 머물지 않았고 자신의 순탄치 않았던 인생과 도시의 경험담을 녹여내 음악을 만들어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삶과 음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끊임없이 자신을 둘러싼 이웃의 문제를 찾았고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약자들의 목소리가 되어 주기 위해 시의원으로 출마하면서까지 소통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과 이웃, 더 나아가 그가 속한 커뮤니티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애썼다.

그의 삶을 보면 예수의 삶과 많이 닮아있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그는 예수를 알기 위해 성경을 읽거나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정도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예수의 삶을 실제로 살아갔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감독은 로드리게즈를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지난 30년간 지구 반대편에서 슈퍼스타였는데, 그것을 알고 있었다면 그 사실이 당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별 차이 없었을 것 같은데요.”

음반이 망하고 계속 막노동을 해왔다는 로드리게즈의 말에 인터뷰하던 감독은 의아해한다. 그리고 감독은 지금까지 계속 음악을 만들었는지 묻는다. 그의 질문에 로드리게즈는 기타 치는 것도 좋아하고 공연 가서 음악 듣는 것도 했으니 계속 음악과 함께 있었다는 동문서답을 한다. 어려운 삶을 살아내야 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음악은 부를 창출하거나 재능을 뽐내는 도구가 아니었다. 삶과 음악은 그의 정체성이었고 그는 계속 그런 삶을 살아냈다.

영화는 로드리게즈가 그리스도인인지 아닌지를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를 통해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볼 수 있고 그의 삶이 예수가 보여주신, 가르치신, 지향하신 삶의 방향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는 ‘뮤지션’이 자신의 정체성이 되지 않게 했다. 남이 불러주는 확실한 이름이 있으면 편하고 좋지만, 그 이름이 자신의 정체성이 돼버릴 때 그는 그 안에 정체되고 갇히게 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2019년을 마무리하며 로드리게즈가 영화감독에게 던진 질문으로 글을 마무리 하고 싶다. 이것은 마치 예수가 돌아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며 살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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