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 새로운 가정을 맞이하라

필수 아닌 선택이 된 결혼 … “결혼 대기자로 훈계 말고 존중해야”

# 서울 노원구에 사는 여성 A씨(44세)는 주일예배 축도가 끝나면 예배당 문을 나서기가 바쁘다. 작은 교회라 교인들이 매주 점심식사를 같이함에도 불구하고, 될 수 있으면 교인들과 안 마주치고 싶다. “좋은 소식 없냐” “더 늦어지면 힘들다” 교인들의 말에 일일이 대답하기도,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도 않아서다. 교회에서 어느 모임에 소속할지도 고민이다. 여전도회에 가기도 그렇고, 청년부에 속하기도 애매하다. 나이는 있지만 싱글인 상황에서 집사 직분을 받기도 민망하다. 여집사라고 하면 당연히 남편도 있고 자녀도 있을 걸로 여길 텐데, 그렇지 않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직분인 것 같아 내년에도 마다할 생각이다.

 30세 중반 이후 40세 이상 미혼 남녀(싱글)들이 교회마다 늘고 있다. 비단 교회에서만이 아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5년 30대 싱글 비율이 36.3%였고, 40대도 13.6%나 됐다. 더 이상 한국 사회에서 싱글은 소수가 아니다. 싱글이 이렇게 느는 이유는 무엇보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예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싱글라이프>를 쓴 심경미 목사가 수영로교회 청년콘퍼런스에서 싱글의 신앙생활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싱글라이프>를 쓴 심경미 목사가 수영로교회 청년콘퍼런스에서 싱글의 신앙생활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과거에는 결혼이 필수였다면, 요즘 젊은이들에게 결혼은 선택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개인주의, 교육 수준 향상 등의 이유로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범이나 전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안정된 직장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시대에 이른바 결혼적령기의 남자는 주택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여자는 혼수 마련과 출산, 경력 단절 등의 대한 부담감으로 결혼을 주저한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三抛世代)의 비애는 결혼에서 정점을 이룬다.

상대적으로 깨어있는 일부 교회들이 이런 현상에 발맞춰 30∼40대 싱글 청년들을 위한 별도 청년부나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싱글 모임조차도 목적이나 주제가 ‘결혼’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싱글을 그 자체로 인정하기보다 ‘결혼 대기자’로 간주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교회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싱글 사역을 보다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싱글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최근 <싱글라이프>라는 책을 펴낸 심경미 목사는 “싱글 자체가 완성된 삶이 아니라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있는 삶으로 보는 시선을 거둬야 한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귀한 존재임을 인지하며,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각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목사는 “구약의 엘리야, 엘리사가 싱글이었고, 바울도 싱글이었다. 결혼은 귀한 것인데 억지로, 떠밀려 결혼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싱글과 결혼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권면이나 훈계가 아니라, 싱글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심 목사는 교회들이 싱글들을 위한 부서를 만들거나, 적어도 소그룹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싱글들끼리 모여 말씀을 나누고 함께 시간을 나누면서 싱글 기간을 어떻게 잘 보낼 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심 목사는 목회자들이 설교에 있어서도 싱글이나 이혼한 이들, 사별한 이들을 함께 품을 수 있는 설교를 해 줄 것을 주문했다.

심 목사는 싱글들을 향해서도 현재 자신의 삶의 방식은 싱글 라이프를 긍정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목사는 “결혼을 해도 어차피 자기 삶을 살아야 한다. 싱글로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결혼을 해도 잘 산다”며 “여유를 갖고 자기 삶을 먼저 사랑하며 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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