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각 연합기관에서는 총회 준비, 소외 이웃 돕기 등 다양한 사역들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가운데 유난히 조용한 곳이 있으니 바로 한기총이다. 한기총은 지난 9월 임시총회를 연 이후 지금까지 교계 내에서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의 움직임은 기독자유당이 민갑룡 경찰총장을 고발한 데에 긍정적인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경찰은 한기총이 개최하는 예배가 맹아학교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고, 지역주민이 소음으로 불편을 겪는다며 해산명령을 내렸다. 이에 기독자유당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성명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한기총은 광화문 집회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이 소위 ‘나라를 위한 대외활동’에 열심을 내는 동안 한기총 내부는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달 초 한기총은 재정난 때문에 직원을 해고했다. 현재 한기총에 남은 인원이라고는 사무총장뿐이고, 간혹 중요한 사무가 있을 때마다 직원 한두 명이 사무실에 방문해 일을 처리하고 있다.

‘부자는 망해도 삼 대는 간다’고 했는데, 현재 한기총의 옛 영광은 온 데 간 데 없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던 사무실은 넓은 평수가 무색하리만큼 조용하기만 하다. 한기총이 개신교 대표성 문제로 흔들리던 최근 몇 년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한기총이 기다리는 것은 내년 1월에 열릴 총회다. 대표회장으로 출마하는 이들이 낼 발전기금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임시총회에서는 발전기금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올리고, 그것도 3개월 안에 완납할 것을 명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대표회장에 출마하고자 하는 이들의 움직임이 종종 포착되고 있으니, 한기총이 보수 교계의 최후의 보루라서 그런지 아니면 한기총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의도인지는 모르겠다. 새 회기에는 한기총이 새 대표회장을 만나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 때 천하를 호령했지만 그 힘을 잃은 한기총을 바라보는 마음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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