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

며칠 전 통계청은 올해 3분기 출생아 수가 7만명대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3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소 기록을 새로 쓴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0.88명으로 추락했다. 지난 분기에 0.98명을 기록한 이후 더 떨어졌다. 학자들은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출산율을 2.1명으로 보고 있으나, 우리나라 출산율은 2명은커녕 1명도 되지 않는 세계 최저출산 국가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2300년 무렵에는 한반도에 인구가 사라지게 되어 인구소멸 국가 1호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여러 가지 대책이 논의되었지만 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의 어두운 통계 조사가 발표됐다. 20대 우울증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연령별로는 60대 우울증 환자가 13만3712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20대 우울증 환자가 4년 만에 2배 가까이로 늘어나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20대 우울증 환자의 급증은 학업, 취업 등 사회 구조적 환경에서 비롯된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우리나라 청년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N포 세대라는 말이 생긴 지 오래이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한다면 당분간 출산율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출산율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흔히 이야기하듯이 출산의 문제는 노동력 확보라든가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경제적인 잣대로 평가할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다. 사회구성원의 재생산은 사회를 유지하고 존속하기 위한 가장 원초적인 의무이다. 특히 기독교인들에게 출산은 창조의 섭리를 경험하게 하는 하나님의 축복이자, 공동체의 신앙과 도덕적 가치를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하는 신성한 책무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인들은 세속의 가치에 매몰되지 말고, 출산에 대해서 성경의 원리에 따라 기독교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더불어 육아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꿔야 한다.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육아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여기서 육아와 가사노동은 가족구성원을 재생산하고 가계를 계승함으로써 사회 자체를 유지, 존속시키는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출산과 육아 및 가사는 사회구성원 개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 공동체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교회 안에서도 자녀 양육에 대하여 교회 전체가 공동의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자녀를 양육하는 젊은 부부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청년들의 현실에 대해서도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청년들의 경제 문제는 단순히 청년들의 빈곤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사회문제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실업으로 인한 자신감 결여와 사회에 대한 불만이 범죄나 자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최근 10여 년 가까이 우리나라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청년 실업 문제는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고통과 긴장을 주며 강력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교회에서도 이러한 청년들의 현실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 이제까지 교회 안에서 사회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려했다. 현실 문제는 각자 알아서 해결하고 교회 안에서는 신앙 이야기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더이상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의 신앙을 실천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가 바뀌어 갈 때 점진적으로 우리의 사회적 상황도 바뀌어 갈 것이고, 그럴 때에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가 하나님의 창조 원리를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