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의 옷장 대표)

최근 ‘펭수’가 방송가를 점령하고 있다. 펭수는 EBS에서 새로 만든 펭귄 캐릭터인데, 두 달도 되지 않아 엄청난 인기를 끌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MBC <마리텔>부터 MBC 라디오 <여성시대>, JTBC <아는 형님> 등에 출연했고 이외에도 많은 방송국에서 모시기 경쟁중이라고 한다.

이 단순한 펭귄 한 마리가 뭐길래 도대체 무슨 소동일까? 펭수의 매력에 대해서는 재치 있는 입담, 솔직한 언행 등을 꼽는다. 펭수는 평소 김명중 EBS 사장의 이름을 격의 없이 부르며 먹을 것을 사달라고 조르는 등, 기존의 EBS 캐릭터들의 바르고 착한(?)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데, 이런 모습이 특별히 젊은 세대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기성세대는 펭수의 영상을 보고도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EBS 프로그램 &lt;자이언트 펭TV&gt;(위·출처=EBS 홈페이지).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EBS 프로그램 &lt;자이언트 펭TV&gt;(위·출처=EBS 홈페이지).

또 요즘 인기 있는 책이 한 권 있는데, <90년생이 온다>(임홍택/웨일북)라는 책이다. 많은 기업에서 임원들이 함께 사서 보며 공부한다는 책이다. 신입사원들의 너무나 다른 모습에 대해서 ‘도대체 얘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라는 고민이 상당히 크다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는 3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재밌거나, 간단하거나, 솔직하거나’. 앞서 펭수가 보여주는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문득 다음세대를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교회의 문화가 떠오른다. 우리의 교회문화는 이에 비해 경직된 면이 많지 않나 싶다. 요즘 젊은이들이 줄임말로 많이 쓰는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을 벗어난 교회문화는 불가능한 걸까.

최근 마커스, 어노인팅의 뒤를 이어 떠오르는 찬양팀이 있다. ‘위러브’(Welove)라는 팀인데, 특히 10대 20대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음원차트 등에서도 1, 2위권을 다투고 있다. 이들이 젊은 세대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앞서 말한 재미와 가벼움(긍정적 의미의)의 요소도 있다고 본다.

색다른 시도로 눈길을 끌고 있는 CCM가수 위러브의 포스터. 한국교회도 다음세대의 시선에 발맞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색다른 시도로 눈길을 끌고 있는 CCM가수 위러브의 포스터. 한국교회도 다음세대의 시선에 발맞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위러브는 전국을 돌며 찬양집회를 하고 있는데, 지난 10월 광주에서 있었던 집회의 이름은 ‘光주는 밤’ 이었다. 빛을 준다는 의미와 ‘광주’라는 도시에서 집회가 있다는 중의적 의미의 언어유희이리라. 기성세대들에게 이러한 찬양집회 타이틀은 너무나 생경할지도 모르겠다. 과거에 이런 이름을 붙인 찬양예배가 있었던가? 하지만 젊은 세대의 반응은 뜨거웠다. 12월에 대전에서 계획 중인 집회의 이름은 ‘大반전의 밤’이다. 어르신들이 보기에는 너무 가벼워 보이고 장난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나름의 뜨거움이 있고 무엇보다 많은 다음세대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시대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만이 제일의 가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기업, 방송 등 세상은 ‘90년생이 온다’며 그들을 이해하고 동료로 맞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회문화가 ‘엄근진’만을 고수하며 다음세대에게 장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교회는 얼마가지 않아 ‘90년생이 안 오는’ 곳이 될지도 모른다.

예수님은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그 시대 사람들의 시장 언어로, 해학을 담아 설교하셨다. 어린 아이가 오는 것을 막지 않으셨다. 오늘 교회 어른들에게 익숙한 문화로 다음세대를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다음세대에게 익숙한 새로운 언어로 기독교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문화사역자들의 시도가 참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