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원 교수 “감정적 집단행동 자제하고 화해의 사신 되어야”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가 ‘복음과 문화’를 주제로 정기논문발표회를 진행하고 있다. 총신대신대원 강웅산 교수(왼쪽 두번째)가 논평을 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가 ‘복음과 문화’를 주제로 정기논문발표회를 진행하고 있다. 총신대신대원 강웅산 교수(왼쪽 두번째)가 논평을 하고 있다.

 복음주의조직신학회 ‘복음과 문화’ 논문발표회

국론분열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교계마저 다시 이념갈등 현상에 빠져 있는 가운데 교회는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화해자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회장:권문상 교수)는 11월 19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복음과 문화’를 주제로 제38차 정기논문발표회를 개최했다. ‘한국교회의 선진화:보수와 진보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신국원 교수(총신대 명예, 웨신대 초빙)는 “민주화 이래 사회가 진보로 기우는 가운데 교회는 대체로 보수성향을 견지해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이 비판은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보수의 약점에 대한 반성의 계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주의 깊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신 교수는 “한국교회의 사회적 입장이 처음부터 보수적인 것은 아니었다”면서 “초기 한국교회는 개화의 주역으로 사회의 진보에 기여했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초기 한국교회는 근본주의 양향하에서 신앙은 보수적이었으나 삶의 비전에 있어서 다른 종교와 사회단체에 비해 앞서 있었다”면서 한국교회가 사회적 보수성을 띄게 된 것은 주로 일제 말의 핍박과 군사정권의 억압에 적응하는 과정 때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에는 교회가 다시 사회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심지어는 시위도 불사하며 민감히 대응하고 있다”면서 “여기에는 비판적인 시각에서 교회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나 사립학교법 같은 일련의 정치사회적 움직임에 대한 불만과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국원 교수가 보수기독교회가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지양하고 각계를 이끌 인재양성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신국원 교수가 보수기독교회가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지양하고 각계를 이끌 인재양성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신 교수는 “오늘의 사회적 경향은 팽팽한 이념대립과 문화충돌이 벌어지고 있으며, 민주사회에서는 신앙과 세계관이 다른 이들과 함께 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면서 “교회는 위기감에서나 감정적으로 집단 행동을 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현재의 갈등 상황 속에서 교회가 우선 취해야 할 자세는 어떤 이데올로기의 편에서 서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회개와 회복의 방법을 찾는 것이며 공적 영역에서의 위상과 역할을 재고하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보수신앙은 이데올로기로부터 거리를 지키는 면에 특징이 있었다”면서 보수교회는 역사적으로 사회문제에 직접 참여하기 보다 신앙의 차원에서 도덕적인 감화나 설득과 호소를 통해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 교수는 보수신앙이 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진보진영의 보수진영에 대한 지나친 비판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분명히 보수성은 시대 정신에 대한 충분하고 효과적인 반성과 대응을 저해하지만 이는 단순한 약점이 아니다”면서 “보수성은 하나님의 말씀보다 상황을 우선적으로 주시하여 상황에 치우치는 진보신학에 대해 변증적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적 교회는 역사와 전통, 보수적 신학의 시대적 필요성과 역할을 기억하고 하나님나라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사회 문제를 이해하고 대응해야 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그 성격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한국교회가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넘어서야 할 또 다른 이유는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반드시 문화적 갈등이 고조되기 때문”이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교회는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초월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보수와 진보의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복음과 진리를 드러내자는 것은 단지 중립지대에 서거나 양비론적 태도를 취하자는 것이 아니다”면서 “오히려 종교개혁의 원리에 충실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종교개혁의 원리에 충실한 길이란 교회가 일치에 힘쓰고, 현 상황을 영적 전쟁이란 관점으로 정확히 이해하고 분석하며, 성경적 대안을 제시하며, 열린 대화의 자세를 견지하고, 사회와 역사를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끌 인재를 길러내는 것라고 가르쳤다. 신 교수는 19세기 네덜란드의 아브라함 카이퍼가 이룩했던 개혁을 모델로 가리키며 당시 교회는 다원적 학교를 인정하는 교육제도를 만들었고 다원적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방송체계를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이로써 네덜란드 교회는 다른 진영과의 연대를 가능하게 했고 상대적으로 소수였던 개혁주의자들이 스스로가 지닐 수 있는 영향력보다 훨씬 많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개혁주의는 변혁을 지향하지만 일방적인 대립과 충돌을 일삼을 수 없다”면서 “대립보다는 화해의 사신이 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본분”이라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한편 ‘종교다원주의 시대에 직면한 한국 기독교,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발제한 정승원 교수(총신대)는 “종교다원주의는 형이상학적으로나 인식론적으로 근거없는 인위적 합리화에 불과하다”면서 “그러나 종교다원주의적 상황은 우리에게 참 신앙에 대한 검증을 요청하며 동시에 기독교 신앙이 얼마나 일관적으로 근거 있는지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카르투지오 수도회:고독과 침묵의 문화’를 주제로 강연한 정원래 교수(총신대)는 “카르투지오 수도회는 침묵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성경을 끊임없이 묵상하는 등의 자세를 취했는데 이는 현대의 신자들에게 단지 말로서 죄를 짓는 것을 피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침묵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고 제시했다.

카르투지오 수도회는 1084년 브루노에 의해 창설되었고 1170년 공인되었으며 서방교회의 전통에 속해 침묵과 고독을 하나님을 만나는 신앙 양태로 여겼다. 이밖에 논문발표회에서는 황돈형 박사(서울중앙신학교)가 ‘복음과 문화의 관계성-문화적 현상인 인간의 과제로서 하나님의 형상’, 박태수 박사(성서대)가 ‘과정신학의 신론과 열린신학의 신론 연구’를 주제로 발제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