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렬 실장(한국컴패션 사역개발실)

이경렬 실장(한국컴패션 사역개발실)
이경렬 실장(한국컴패션 사역개발실)

1952년 겨울, 미국인 에버렛 스완슨(Everett Swanson) 목사는 차가운 새벽 거리를 걷던 중 길가에 널려진 쓰레기 더미를 군용트럭으로 던지는 인부들을 만났다. 그들을 도우려고 다가간 순간, 스완슨 목사는 그것이 쓰레기가 아니라 밤새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얼어 죽은 어린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큰 충격을 받은 스완슨 목사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그것을 잊을 수 없었다. 심지어 그에게 비행기의 프로펠러 소리는 이렇게 들렸다.

“너는 이것을 보았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what would you going to do)?”

미국으로 돌아간 스완슨 목사는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외쳤다. “지금 한국은 혹독한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누가 이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시겠어요? 한국의 어린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 배고픔과 질병으로 죽어가는 한국 어린이의 후원자가 돼 주세요!”

스완슨 목사의 목소리에 미국 전역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응답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름도 들어 보지 못한 한국의 어린이들을 위해 정성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들이 모은 소중한 물질이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전달됐고 수 많은 어린이들이 전후 가난과 절망을 이겨낼 수 있었다.

컴패션(Compassion)은 이렇게 시작됐다. 우리나라를 돕던 컴패션은 이제 ‘국제어린이양육기구’가 돼 전 세계에서 가난과 싸우고 있는 180만 명의 어린이를 양육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아픔에 함께 아파하는(compassion)’ 공감의 기적이다. 사실 컴패션은 다른 사람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는 마음을 예수님으로부터 배웠다.

예수님께서는 아픔을 함께 공감하시는 분이시다. 마태복음 14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시기 전 이렇게 말씀신다. “예수께서 나오사 큰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사(felt compassion) 그 중에 있는 병자를 고쳐 주시니라”(마 14:14) 예수님의 공감하시는 마음이 기적을 일으켰다.

오늘 우리는 2019년을 살고 있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 땅에는 67년 전과 똑같이 다시 겨울이 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더 이상 그때처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가 아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12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가 됐다.

그런데 지금도 전 세계에는 지독한 가난과 싸우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다. 2016년 세계은행과 유니세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개발도상국 어린이 가운데 19.5%가 절대빈곤 기준인 하루 2200원(1.9달러)보다 적은 생계비로 살아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절대빈곤 상태에 놓인 성인(9.2%)보다 10.3%포인트 높은 수치다.

가난에 방치된 어린이들은 단순히 먹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제로 소망을 잃어가게 된다. 간단한 질병을 치료하지 못해서 목숨을 잃거나 혹은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간다. 가난하기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가난은 그 다음 세대로 대물림된다. 전 세계 약 3억8500만 명의 어린이들이 가난에 의해 절망으로 던져지고 있는 셈이다.

겨울의 초입, 예수님께서 이 땅을 사는 제자들에게 무엇을 기대하실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다른 사람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는(compassion)’ 마음 아닐까.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 예수님께서 1952년 스완슨 목사에게 물으신 그 질문에 이제 우리가 대답해야 할 차례다. “너는 이것을 보았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what would you going to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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