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무 교수 “도르트회의, 국가에 대한 교회의 자율성 확보했다”
송인규 교수 “전통적 신경 연구와 교회가 처한 관계 분별 힘써야”

총신신대원 ‘종교개혁 학술세미나’ 열어

교리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총신대신대원개혁신학연구처(처장:박영실 교수)가 10월 29일 총신대신대원에서 종교개혁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교리교육은 이단의 준동이 심해지고, 특히 이들이 계시록을 오용하여 전파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한동안 강조되었다. 최근에는 지도자들의 도덕성 해이로 인한 성도들의 자긍심 저하를 막기 위해 새삼 주목되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 유해무 교수(고려신학대학원)는 ‘개혁신학의 유산으로서 도르트신조’를 제목으로 도르트신경이 탄생하기까지 있었던 네덜란드 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상황을 소개했다. 네덜란드 국민들은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 초반까지 독립운동을 위해서 노력했으며 교회와 성직자들에 대해서 강한 저항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국민들은 칼빈의 예정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는데 아르미니우스의 사상은 이 틈을 파고들었다. 이어 유 교수는 아르미니우스의 주장이 확산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 개혁교회 지도자들이 도르트회의를 소집한 과정을 소개했다. 네덜란드개혁교회와 도르트의회는 아르미니우스가 죽은 후에도 그를 추종하는 이들(항변파)의 세력이 사그라들지 않자 1618년 11월 13일부터 이듬해 5월 29일까지 회의를 진행하여 항변파 주장의 오류를 지적하고 그에 맞서는 5개항의 개혁신학 교리를 확립했다.

총신대신대원 주최 종교개혁학술세미나에서 박영실 교수(오른쪽)가 세미나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총신대신대원 주최 종교개혁학술세미나에서 박영실 교수(오른쪽)가 세미나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또 유 교수는 논문의 후반부에 도르트신경의 내용들을 소개했다. 유 교수는 결론에서 “신경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이 국가가 교회의 문제에 개입해 주기를 원했던 데 반해 도르트신경파는 교회 안에서 발생한 교리적 분쟁을 교회 스스로 직접 판단하고 확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면서 “이처럼 도르트회의는 정치적인 배경 하에서 탄생해 결과적으로 개혁신학의 유산을 남겼으며 국가에 대한 교회의 자율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도 있다”고 평가했다. 또 유 교수는 “도르트신경과 교회법은 전반적으로 아르미니안의 길을 따르고 있고 위계적인 교권의 횡포와 부패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교회에게 교회가 교리를 어떻게 고백하고 사수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인규 교수(전 합동신대원)는 ‘도르트신조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도르트신경 조항들의 정확한 의미를 규명하고 오늘의 교회가 반성할 점을 제시했다. 조항의 내용과 관련해서 송 교수는 “전적타락에서 ‘전적’이란 ‘범위’이지 ‘정도’를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즉 ‘인간은 더이상 악할 수 없을 정도로 악하다’라는 의미가 아니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인간이 죄인이라고 하여 자연적 선이나 시민적 선 조차 행할 힘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타락한 인간이기에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고 스스로 구원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무조건적 선택 교리도 하나님께서 선택 대상의 어떤 장점이나 미래에 그가 이루어낼 어떤 호조적(好調的) 사태를 미리 내다보고서 그런 조건을 근거로 하여 선택하셨다는 뜻이 아니다”면서 “하나님의 선택은 어떤 인간이 보유하거나 현시할 장점에 기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조건적”이라고 언급했다. 송 교수는 도르트신경이 교회에서 진지하게 연구되고 탐구되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도르트신경이 당시 개혁교회가 처했던 상황을 극복하고자 탄생했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오늘의 교회도 전통적인 신경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현재 교회가 처한 국내외적 관계를 잘 분별하는데 힘쓸 것을 당부했다. 예를 들어 400년 전 네덜란드에서 아르미니안주의는 교회와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으나 오늘날 아르미니안주의는 한국교회에서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 400년 동안 아르미니안주의보다 큰 규모의 사태들, 즉 계몽주의 및 자유주의 신학, 에큐메니컬 운동의 활성화, 포스트모더니즘의 득세가 나타났다. 더불어 학문이 발달하고 학문이 인간을 탐구하는데 집중함으로써 인간이 하나님을 대신하여 모든 것의 중심과 표준으로 군림하게 됐다. 이는 신학체계에도 영향을 미쳐 하나님의 주권보다 인간의 자유를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송 교수는 교리와 신앙고백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들을 지적했다. 무교의 영향을 받아서, 신앙의 지성적 기능이 배제되든지 약화되든지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신앙의 핵심을 ‘마음에 와 닿는 것’에서 찾고, 기독교적 지성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으며, 영성 발달에 지성의 요소를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무교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대체로 교리와 신앙고백서에 대해 배타적이며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리 교육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설교, 교육, 소그룹 토의” 등을 통해 이해를 확산시키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총신대신대원개혁신학연구처 처장 박영실 교수는 “21세기에도 우리 개혁주의의 부흥을 보고 싶다”면서 “개혁교회는 단순히 방어해 간다는 수구적 태도를 넘어서서 모든 계층과 모든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개혁교회는 객관적 태도를 견지하며, 우리 교회는 무조건 옳고 당신들의 것은 무조건 틀렸다는 식의 무리한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면서 “신학의 목적은 변증이며 우리의 개혁신학은 개혁교회의 유산을 견지하되 생산적 변증을 위해 우리 자신과 교회를 객관적으로 성찰해 가면서 늘 세상과 소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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