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퍼즐 문화연구소 소장)

2015년 개봉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주인공 이수는 매일 얼굴이 변하는 병을 가진 남자 우진과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매일 얼굴이 변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힘든 일을 견뎌야 했다. 매일 얼굴이 변해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는 남자를 사랑하는 과정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수시로 남자를 바꿔 만나는 여자라는 사람들의 편견에 맞서야 했다. 결국,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다 이수는 불면증까지 얻게 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세상살이 속에서 적어도 내 삶은 내가 컨트롤 하고 싶은 마음과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모두 갖는 소박한 꿈일진대 이수는 그마저도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다 절대 자신과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했을 때 이수는 이별을 선택했다.

우리도 살다 보면 절체절명의 순간들이 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것 같은 때 말이다. 어렵게 겨우 내렸던 결정이 단번에 무너져 견딜 수 없는 시간도 찾아온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것은 그렇게 나를 아프게 했고 고민하게 했던 시간이 지나가면 겸연쩍게도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그냥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하고 인내했더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을 일인데 섣부르게 행동했던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재미있게도 이런 깨달음의 타이밍은 꼭 필요한 때가 지나면 오기 때문에 허탈하기도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나마 안도가 되는 것은 이 같은 괴로운 시간의 반복이 우리의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알갱이는 남게 하고 필요 없는 것들을 거르는 작업을 해준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 순간들을 잘 견뎌내는 것이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리는 그렇게 시간의 체질을 견뎌내야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이수의 삶이 얼마나 괴로울지 상상이 갔고 지금 내 상황을 비추어 보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이입도 하게 됐다. 생각해보면 꼭 외모가 매일 바뀌는 판타지를 겪지 않아도 지금 우리의 삶은 그녀의 삶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지금 한국 땅에서 일상의 시간을 견디는 청년의 삶은 누구도 꿈을 갖는다는 것이 쉽지 않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바뀌지 않는 정도의 안정을 꿈꾸지만 아무도 그 ‘안정’이라는 판타지 안에 온전히 머물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안정을 갈망하며 변하지 않는 것들로 우리의 삶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채우려고 하는 것들이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아픔의 시간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행복을 갈망하는 우리의 선택에 있어서 무엇이 장애물이었는지, 우리의 삶을 진정 아름답게 채우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영화 속 이수는 이별을 선택했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난 후, 다시 사랑을 선택한다. 결국, 그 어려운 시간을 견디게 하는 힘은 사랑이다. 영화가 엔딩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두 주인공 남녀가 다시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은 가슴 뛰고 아름다울지 몰라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녀가 다시 선택한 것은 ‘안정’이 아니다. 왜냐하면, 내일 다시 그 남자의 얼굴은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이수 역시 그걸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이수는 ‘안정’ 대신 사랑을 택했다.

삶의 여러 모퉁이에서 만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리를 견디게 하는 힘은 결국 우리를 끝까지 붙드시는 하나님의 사랑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매일 선택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 사랑만이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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