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무선중앙교회, 13년째 복음의 변화 도와
전문 강좌로 안목 넓히고 건강한 공동체 지향

여수 무선중앙교회가 지역 목회자들을 섬기기 위해 개최하는 여수룬아카데미의 현장.
여수 무선중앙교회가 지역 목회자들을 섬기기 위해 개최하는 여수룬아카데미의 현장.

한 공동체가 세상 모두를 섬길 수는 없다. 각자 주어진 역량과 은사대로 어떤 대상을 한정하여 사역할 수 있을 뿐이다. 여수 무선중앙교회(박영렬 목사)는 다른 교회 목회자들을 섬기는 일을 사명으로 삼았다.

그 대표적인 사역이 바로 여수룬아카데미이다. 여수룬아카데미는 매년 1~2회 지역 목회자들이 각 분야 전문가들과 만나 강의를 듣고, 서로 대화하며 신앙적 안목을 넓혀가는 장이다. 2007년 처음 시작해 올해까지 13년째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여수룬아카데미를 통해 건강한 지역교회 공동체를 이루는 꿈을 펼치는 박영렬 목사.
여수룬아카데미를 통해 건강한 지역교회 공동체를 이루는 꿈을 펼치는 박영렬 목사.

“수도권에서 사역할 때는 매주 월요일에 공부할 수 있는 자리가 참 많았어요. 그런데 약 30년 전 여수로 내려온 이후로는 그런 기회가 지방 특히 소도시에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같은 목마름을 가진 동료 목회자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첫 강사로 장재일 목사(이스라엘밥아카데미 원장)를 세워 성경의 지리적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강좌를 마련한 이래, 수많은 주제의 강의들이 여수룬아카데미를 통해 다루어졌다. 올해는 서석만 목사(그빛그삶커뮤니티 대표)가 성경적 품성사역에 대해, 김규동 목사(동방기독교연구소 소장)가 기독교 동방전래 역사에 대해 각각 강의했다.

역대 강좌 내용을 살펴보면 전도나 교회 성장에 관련된 목회학 분야는 여수룬아카데미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보다는 목회자들의 관점을 넓혀주고, 도전적인 이슈를 제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어왔다.

박영렬 목사가 여수룬아카데미를 개최하게 된 동기 중 하나가 목회자들의 ‘갱신’을 희구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목회자가 스스로를 사로잡고 있는 관념과 한계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본인은 물론이고 목회현장에서도 참신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방향을 이렇게 정했다고 박 목사는 밝힌다.

그것은 무선중앙교회 부임 이후 박영렬 목사가 교회 안팎에서 진행했던 ‘이기심 극복훈련 프로젝트’와도 맥락이 닿아있다. 그리스도인의 삶, 특히 목회자의 사역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을 ‘이기심’으로 여기는 박 목사는 개인주의 혹은 개교회주의의 틀을 벗어나 더 큰 관점을 갖지 않고서는 이 땅의 교회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복음의 확장에 기여할 수 없다고 믿는다.

매년 여수룬아카데미를 마련하는 무선중앙교회 예배당 전경.
매년 여수룬아카데미를 마련하는 무선중앙교회 예배당 전경.

여수룬아카데미에는 매번 100여 명의 목회자들이 참여한다. 여수 순천 일대에서 활동하는 목회자들이 주를 이루지만, 멀리 해남이나 전북 순창 등지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크게 홍보를 하지 않고, 기존 참석자들 중심으로만 개최 소식을 전하는데도 참여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이 자리에서 얻을 게 많다는 걸 의미한다.

목회자들이 편안히 교육에 임하도록 배후에서 돕는 역할은 교우들의 몫이다. 강좌 진행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교회당 공간과 시설을 재배치하고, 하루 두 끼 이상의 식사를 준비하는 등 많은 손길들이 필요하기에 여수룬아카데미가 열릴 때면 무선중앙교회 성도들은 살림이나 생업을 잠시 멈추고 도우미로 나서곤 한다.

“사실 교우들에게 너무 고된 짐을 지우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여수룬아카데미 사역을 중단할 생각을 한 적도 몇 차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이 사역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 신호들이 계속 나타나는 바람에, 하나님의 뜻으로 여기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 신호란 직장을 따라 타지로 떠난 성도 가정이 여수룬아카데미를 위해 사용해 달라며 거액을 기부하거나, 이 사역을 돕고자 매월 적금을 붓고 있다는 교우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일 등을 말한다. 무선중앙교회가 여수룬아카데미를 향해 바치는 애정과 정성이 진심이란 증거이다.

박영렬 목사는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방향과 성격을 견지하며 여수룬아카데미 사역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다. 바라는 바는 딱 한 가지이다. 더욱 목회자다운 목회자, 더욱 교회다운 교회의 모습으로 함께 자라가며 세상을 참 복음으로 변화시키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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