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사랑 깨닫는 성령의 능력 기도하라”
‘예수처럼 생각하는 거룩한 능력’ 강조 … “모든 설교는 강해설교여야 … 말하지 말 것은 하지 말라”

<요한복음> 주석 등 60여 권의 신학서적을 펴낸 저명한 신약학자 돈 카슨 박사(미 트리니티대 명예)가 11월 1일부터 11일까지 방한해서 국내 주요 학회와 교회에서 강연을 했다. 돈 카슨 박사는 사전 원고를 배포하지 않았고 본인도 원고 없이 강연했으나 깊이있고 영감있는 내용으로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또 전하고자 하는 모든 바를 정해진 시간 안에 여유있게 전달하는 모습으로 인상을 깊게 남겼다.

세계적인 신약학자 돈 카슨 박사(사진 위 가운데)가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정기논문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귀기울이고 있다.
세계적인 신약학자 돈 카슨 박사(사진 위 가운데)가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정기논문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귀기울이고 있다.

카슨 박사는 11월 2일 한국성서대학교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정기논문발표회에서는 에베소서 3장 16~17절을 본문으로 ‘기도’에 대해 말씀했다. 카슨 박사에 따르면 사도바울은 에베소 성도들이 능력으로 강건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카슨 박사는 “속 사람이 강건해지기 위해서 성령의 능력을 구해야 하는 기도를 해야 한다”면서 “사람들 가운데는 그보다 명예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능력을 구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구해야 할 기도는 실존적으로 거룩한 경지, 즉 예수님처럼 생각하는 단계에 이르게 해달라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타락한 인간인 우리는 이렇게 되기 위해 큰 능력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바울은 본문에서 에베소 성도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능력을 갖기를 기도했다. 카슨 박사는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이미 뿌리박고 있지만 하나님의 사랑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한지를 깨닫는데는 성령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카슨 박사는 “거룩의 경지에 도달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기 위해 성령의 능력을 요청하는 기도는 우리 자신 뿐만 아니라 교회공동체를 위해서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카슨 박사는 발표회에서 ‘기도’를 주제로 강연했다(사진 아래).
카슨 박사는 발표회에서 ‘기도’를 주제로 강연했다(사진 아래).

돈 카슨 박사는 11월 1일 횃불선교센터에서 열린 TGC코리아(복음연합) 콘퍼런스에서 ‘강해설교’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다른 학자의 말을 인용하여 “모든 설교는 강해설교여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강해설교의 방법에 대해 첫째 성경을 배우고 공부하라고 말했다. “많이 천천히 다양한 언어의 성경을 보면서 읽으면 전에 못 봤던 것을 발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둘째 본문의 흐름을 알라고 말했다. 본문의 내용 자체 만이 아니라 어떤 흐름 가운데 본문이 위치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성도들이 소화할 수 있을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 많아도 절제하라고 권면했다. 특히 “성경 원문으로 볼 때 히브리어나 헬라어 단어의 뜻은 이것인데...”라는 멘트는 삼가라고 조언했다. 넷째 설교를 다 들은 성도들이 성경을 읽고 싶어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섯째 본문이 성경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주요한 주제(하나님 나라, 성전, 기독론, 언약 등) 20여 가지 정도에 대해서는 정통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는 11월 5일 정암신학강좌가 진행된 화평교회에서 ‘확신’과 ‘해석학’에 대해서 강의했다. ‘확신’을 주제로 한 강의는 요한복음 20장 24절~31절을 본문으로 택했으며 성경기록의 사실성 여부에 대한 회의단계에서 머물지 말고 성경을 연구하여 확신을 갖기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슨 박사는 부활한 예수님을 보고서야 믿겠다고 말한 도마는 불신자가 아니었고 ‘(믿음이 있었으나) 정말 실망한 회의주의자’였다고 말했다. 도마는 예수님을 알았고 믿었으며 그에게서 배웠지만 예수의 죽음은 상상하지 못했다. 부활하신 예수를 보고서야 도마는 예수님이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확신했고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란 경배를 올려드렸다. 카슨 박사는 도마의 고백은 불신자였다가 부활을 목격하고 변한 경우가 아니라고 언급하면서 예수를 전하는 삶에는 성경연구와 체험이라는 훈련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석학’과 관련해서는 해석학적 틀보다 성경을 해석하려는 사람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발언을 했다. 학계에서는 좋은 해석학적 틀을 가지고 있으면 성경을 잘 해석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진리를 알 수 있다는데 대한 의심이 퍼졌고 절대적인 해석은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 동일한 해석학적 틀을 적용하더라도 해석자가 어느 인종, 어떤 성별, 어디 계층이냐에 따라 성경본문에서 얻어내는 답이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청중은 성경연구자가 얻어낸 대답을 듣고 해석의 틀은 무엇이고 해석자는 누구인지를 추가로 생각해야 하는 해석학적 순환의 덫에 빠지게 됐다. 나아가 인간은 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조도 유행했다. 절대적인 진리가 없으며 절대적으로 옳은 주장도 없다는 인식이 보편적이 됐다. 카슨 박사는 “사람이 안다는 것은 사람이 전지하다는 말과 다르다”면서 “유한한 인간이 미래를 알 수 없더라도 ‘내일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는 거짓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슨 박사는 “특히 성경은 참되지 않은 것을 믿으라고 하지 않는다”면서 “회의론자들의 사고 방식에 흔들리지 말고 진리에 대한 확신에 거하라”고 권면했다. 그는 이사야서 66장 2절 말씀을 인용하면서 “성경연구와 설교자에게 필요한 것은 말씀을 확신하며 말씀 앞에서 떠는 자여야 하며 성경연구의 형식적 원리(성경 자체와 교리 등에 대한 확신)와 내용적 원리(성경의 구체적 내용)를 균형있게 파악하는 일“이라면서 ”형식적 원리만 붙잡으면 이단과 차별화되지 않고, 내용적 원리만 붙잡으면 편의에 따라 성경본문을 취사선택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국복음주의신학회 발표회에서 또다른 주강사인 헤르만 셀더하위스 박사(아펜도르신학대)는 ‘개혁파 영성-존 칼빈에서 조나단 에드워드까지’를 주제로 강연했다. 셀더하위스 박사는 종교개혁자들부터 19세기 근대선교 개척자들까지 중시했던 개혁파의 영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으며 “개혁파의 영성은 오직 그리스도와 연합 안에서 그가 주시는 것으로 살 수 있고, 그가 주시는 것을 받으며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이 우리의 것이 된다는 것이었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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