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어서 좋은 2 사람은 ‘단짝’

다윗과 요나단, 바울과 디모데,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모세와 여호수아. 느낌이 오시죠? 떼려야 뗄 수 없는 성경의 단짝입니다. 꼭 성경의 등장인물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믿음의 단짝이 참 많습니다. 세대와 국경을 뛰어 넘어 성령 안에서 동역하고 하나가 된 단짝들이 있습니다.
<기독신문>이 제2222호를 맞아 믿음의 단짝 5쌍을 만났습니다. 이들의 삶은 이념으로, 신분으로, 경제력으로, 세대와 계층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에 주는 교훈이 큽니다.
또 하나. <기독신문>과 독자는 단짝입니다. 1965년 1월 4일자 신문부터 제2222호(11월 12일자)를 맞은 지금까지 54년 간 <기독신문>을 사랑해주시고, 아낌없는 격려와 관심을 가져주신 독자 여러분은 <기독신문>의 동역자이자 50년 지기 단짝입니다. <기독신문>과 단짝이 되어주신 여러분을 사랑합니다.<편집자 주>



 단짝 ① 스승과 제자 | 고상범 목사와 정지운 목사

다음세대 사역 같은 길을 가다

1988년 주일학교 부장·학생으로 첫 만남 … 여름캠프 강사로 ‘재회’

1988. 서울올림픽 함성이 가득했던 시절, 스승과 제자는 영혼 구원의 함성으로 땀방울을 흘렸다.

20대 고상범 청년과 초등학교 3학년 정지운 학생은 하나님이 붙여주신 동역자이자 단짝이다. 당시 고상범 청년은 신정동에 위치한 제일교회(현 열린교회) 주일학교 부장 겸 평신도 사역자였다. 주일학교 전체 관리에서부터 주일예배 설교, 반 교사 등 슈퍼맨과 같은 사역을 하고 있었다.

30년 이라는 세월이 흘러 스승보다 한 뼘이나 커버렸지만, 고상범 목사(왼쪽)와 정지운 목사는 여전히 동역자이면서 단짝이다.
30년 이라는 세월이 흘러 스승보다 한 뼘이나 커버렸지만, 고상범 목사(왼쪽)와 정지운 목사는 여전히 동역자이면서 단짝이다.

1988년 그 주일학교에 정지운 학생이 제 발로 찾아왔다. 고상범 청년은 정지운 학생을 처음 본 순간 느낌이 왔다.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정지운 학생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리더십과 배려심을 갖췄다. 이해력과 암기력도 뛰어나 노회 성경고사대회 때마다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주일학교 전국대회에서도 우수상을 3차례나 받았다. 특히 하나님의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앞에 서며 “어른이 되면 목사님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 서원대로 현재는 오륜교회(김은호 목사)에서 다음세대를 책임지는 교육국장으로 헌신하고 있다.

“1988년 여름성경학교를 앞두고 노방전도를 할 때 사진입니다. 고상범 부장이 맨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바로 그 옆에서 정지운 학생이 피켓을 들고 주일학생 전체를 인도하고 있는 모습이죠. 이처럼 저희는 30년 전부터 세대를 뛰어넘어 주일학교를 위해 함께 헌신한 동역자이자 단짝이입니다.”

단짝에게는 공통점이 참 많다. 고상범 청년은 사실 목사가 되겠다고 서원했었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 아버님의 소천으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소년가장이 됐다. 그래서 목회의 꿈을 접고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정지운 학생도 마찬가지. 고등학생 때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외지로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다.

결국 둘 다 목회의 서원을 이행하지 못하고 청소년기를 흘려보냈다. 청년 때 둘 다 생계 문제 때문에 출석하던 교회도 옮겨야 했으며, 뜻하지 않게 생이별을 하게 됐다.

하나님은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시다. 23세 모든 것이 잿빛이던 정지운 청년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 순간 하나님은 정지운 청년을 강력하게 만나주셨다. 정지운 청년은 그 길로 바로 총신대에 입학했다. 고상범 부장은 기도원에서 기도하다가 하나님의 응답을 받고 목회의 길로 들어섰다.

단짝의 동역은 30년을 넘었다. 1988년 여름성경학교를 앞두고 스승 고상범 청년이 확성기를 들고 노방전도를 하고 있다. 제자 정지운 학생이 옆에서 피켓을 들고 동역하고 있다.
단짝의 동역은 30년을 넘었다. 1988년 여름성경학교를 앞두고 스승 고상범 청년이 확성기를 들고 노방전도를 하고 있다. 제자 정지운 학생이 옆에서 피켓을 들고 동역하고 있다.

영영 못 만날 줄 알았던 단짝은 <기독신문>이 재회의 연결고리가 됐다. <기독신문>의 열혈 팬인 고상범 목사는 2009년 2월 11일자 제1711호 1면의 ‘정지운’이라는 글자에 눈이 확 꽂혔다. 정지운 학생은 총신신대원 제102회 수석 졸업자가 돼 총회장상을 받았다. 고상범 목사는 “역시 정지운!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은 한 점 틀리지 않다”고 고백했다고.

목사가 된 스승과 제자의 만남도 드라마 같다. 7년 전, 총신신대원 쉐이커스 동아리가 주최한 다음세대 여름캠프에서 스승 고상범 목사는 어린이 강사로, 제자 정지운 목사는 청소년 강사로 나란히 나서면서 만나게 됐다. 그리고 지금도 고상범 목사는 주일학교사역자연구소 대표로, 정지운 목사는 오륜교회 교육국장으로 섬기면서 ‘다음세대’라는 같은 방향을 걷는 동역자이자 단짝이 됐다.

“고상범 목사님의 다음세대를 향한 그 열정이 제 마음 속 깊이 남아 있습니다.” 단짝 정지운 목사의 말이다.

“청출어람이라는 단어는 정지운 목사를 위해 만든 것 같습니다. 주일학교 제자이자 후배 목사이지만 오히려 제가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단짝 고상범 목사의 말이다.
정형권 기자 hkjung@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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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짝 ②  목회자 부부 | 김디모데 목사와 박예영 이사장

북한선교 진력하는 ‘남남북녀’

통일비전캠프서 강렬한 만남 …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사역 헌신

김디모데 목사(아리랑노점 숙대점 대표)와 박예영 이사장(통일코리아협동조합)은 ‘남남북녀(南男北女)’다.

김디모데 목사(오른쪽)와 박예영 이사장 부부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남남북녀인 두 사람은 가정 안에서 통일을 이루고, 민족의 통일을 바라보며 동역하고 있다.
김디모데 목사(오른쪽)와 박예영 이사장 부부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남남북녀인 두 사람은 가정 안에서 통일을 이루고, 민족의 통일을 바라보며 동역하고 있다.

김디모데 목사는 전라남도 사람인데 청년시절 북한선교에 헌신된 친구의 전도로 예수를 믿었다. 고향 광주에서 서울에 있는 북향민교회에 봉사하러 다녔을 정도로 불타는 마음이 전염됐다. 탈북민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박예영 이사장은 함경북도 출신인데 17년 전인 2002년 북에서 남으로 왔다. 한국에 오기 전 태국의 한인교회에서 새벽 기도 중 특별한 성령체험을 하면서 주님을 만났다. 한국에 와서 신학을 공부했으며 4년 전부터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김디모데 목사는 북한선교를 위해서 기도하다가 북한출신 배우자를 만나야 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2008년 제1회 통일비전캠프(구 북한선교캠프)에 참여했는데 박예영 이사장이 강사로 초청되어 강단에 섰다. 김 목사는 박 이사장의 머리 뒤로 ‘후광’을 봤단다. “통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면 가정에서부터 통일사역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로부터 한달여 기도하다가 고백했고 광주와 서울을 오가면서 구애를 했습니다. 내가 당신의 사역을 위해서 비서가 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박예영 이사장은 김 목사의 적극적인 사랑표현을 받으면서 14세 때 또래 친구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다가 결혼을 주제로 얘기했던 일이 기억났다고 한다. 차례가 되었을 때 박 이사장은 자기도 모르게 “나는 남조선 남자에게 시집갈거야”라고 말해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남한 남자는 만난 적도 없었고 가끔 텔레비전에 나오는 남한 사람은 시위하는 대학생들뿐이었던 시절이었다. 박 이사장은 김 목사가 자신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을 때 처음엔 결혼에 대해 준비가 되지 않아 어색했으나 끈질기게 대시하기에 결국 허락했다고 말했다.

등교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는 아침 시간. 숙명여대 정문 지척에 있는 아리랑노점(컵밥) 출입문 앞에 나와서 김디모데 목사가 호객행위를 한다. 앞치마를 두르고 무선 마이크를 귀에 꽂고 있다. 이 곳에 문을 연 지 4년째. 탈북인 형제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와 (사)생터성경사역원 북향민디렉터로도 섬기고 있다. 탈북청년들과 10년째 축구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김 디모데 목사는 “통일이 되면 푸드트럭에 컵밥을 잔뜩 싣고 북한 전역을 돌아다니고 싶다. 식사를 나누고 성경을 가르치고 축구아카데미도 열려고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박예영 이사장이 활동하고 있는 통일코리아협동조합은 국내에 정착한 북향민들이 남한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박예영 이사장은 “북향민 생태계가 건강하게 자리잡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통일 이후 남북의 화합을 위해서 북향민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디모데 목사와 박예영 이사장 부부는 “옛날 바벨론 포로귀환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서 유대민족의 재부흥을 이루었던 일을 북향민들이 하게 될 것”이라면서 “북향민들이 남한 땅에서부터 그런 사람들로 빚어져가도록 많은 이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부탁했다.
노충헌 기자 mission@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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