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교회 열망은 계속돼야 한다”
16세기 이전 개혁자들의 막중한 신앙고백 그려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을 우리는 금언처럼 여기지만, 정작 실상에서는 고려하지 않는다. 교회사에서 종교개혁을 읽거나 연구할 때도 마찬가지. 어느 때, 어떤 사람이 ‘참 교회’를 소망하며 이러저러한 일들을 했다는 것을 안다는 것에 만족할 뿐, 그 이전에는 어떠했을까 의심하지 않는다. 그 일은 마치 뒤죽박죽된 책상 서랍을 정리하는 것과 같이 지난하고, 혹은 백지를 빼꼭히 채워야 하는 수고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26년째 사역하고 있는 권현익 선교사는 600여 쪽 규모의 이번 책에서 탁월한 교회역사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프랑스에서 26년째 사역하고 있는 권현익 선교사는 600여 쪽 규모의 이번 책에서 탁월한 교회역사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프랑스에서 사역하고 있는 권현익 선교사(GMS)는 그 길을 마다하지 않았고, 오랜 수고 끝에 <16세기 종교개혁 이전 참 교회의 역사>(세움북스 간)라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권 선교사는 개혁교회의 태동이 16세기 종교개혁 이후라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그는 책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14세기 존 위클리프, 보헤미아 개혁교회, 얀 후스 외에도 3세기 안디옥 감독 ‘사모타나의 바울’의 추종자들로부터 근거하는 바울인, 10∼15세기 보고밀인, 11∼14세기 카타르인, 12세기 피에르 발도로부터 기원한 발도인 등 당시의 상황에서 개혁을 추구했던 이들을 소개한다.

“개혁교회의 목표가 초대교회의 사도적 가르침과 그들의 단순한 제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할 때, 16세기 이전에도 너무나 많은 개혁자들이 있었고, 오늘날 우리와 동일하게 신앙을 고백했음에 놀랄 수밖에 없다.”

권 선교사가 종교개혁자들을 주목한 이유는 궁극적으로 ‘참 교회’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변질된 로마 가톨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시작된 ‘참 교회’일 수 없다면, 동 시대의 ‘참 교회’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로마교회에 의해 ‘이단’으로 취급당하고, 수많은 순교자들을 낳은 이들을 주목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들의 신앙이 지금 우리 개혁교회의 그것과 닮은 것을 발견하고, 그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참 교회’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교회사 학자는 아니지만, 그동안 교회사 학자들이 다루지 않았거나 발견하지 못한 놀라운 시각과 질문을 종교개혁의 땅에서 이십여 년을 살아온 현장 선교사가 던진 것이다.

또 하나 권 선교사가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개혁은 우리에 의해 지금도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종교개혁 이전에 존재했던 작은 점(點)에 해당하는 수많은 개혁자들의 삶을 추적해, 더 이상 점(點)으로서의 역사 이해가 아니라 끊이지 않는 선(線)으로서의 개혁교회사를 말하고 있다. 그는 이런 작업들을 통해 “마치 마르틴 루터가 처음으로 종교개혁을 시도한 것처럼 루터를 기준하여 ‘종교개혁 500주년’과 같은 표현을 분별없이 말하는 난센스를 범하지 말자. 선조들처럼 우리 모두가 개혁자로서의 막중한 사명을 깨닫고, 의미 있는 성도의 삶을 살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연하자면, 권 선교사는 무명 개혁자들의 헌신과 수고가 잇대어 선(線)으로서의 개혁 사상이 우리에게 전달돼 온 것처럼, 우리 역시 다음세대를 위한 작은 점이 되어 끊어지지 않을 선으로서의 개혁 신앙을 이어가길 원하는 것이다.

권 선교사는 종교개혁과 관련해 여러 사적지를 방문하면서 찍은 사진들과 19세기 이전 역사가들이 독자들에게 현장감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주옥같은 판화들, 그리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종 도표와 지도 등을 책에 수록했다. 12∼13년간의 연구와 탐방 결과를 담은 놀라운 내용만큼이나 책을 더 주목하게 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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