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섭(강원대학교 명예교수)

최현섭(강원대학교 명예교수)
최현섭(강원대학교 명예교수)

‘어려운 환경 때문에 뛰어난 잠재력이 제대로 개발되지 못한 학생들이 많다. 비록 SAT 성적은 낮더라도 그런 학생들에게 입학 기회를 주고 성공적인 대학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이다. 우리는 이를 계속 늘려나가려 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가 공표한 2019년 대학입학제도의 방향이다. 미국의 수능평가원(The College Board)이 미국의 교육불평등 해소를 위해 2018년부터 추진하는 새 대학입학제도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해당 제도에서는 학생들의 성장 환경을 100점 만점으로 채점한 성장환경지수(Environmental Context Dashboard)를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입학전형에 반영한다. 이 지수에는 가정의 소득, 주택 소유 등의 사회경제적 정보, 학교의 수능 평균 점수, 대학선수과목 이수 및 성적 등의 학교 정보 그리고 살고 있는 지역의 빈곤율과 범죄율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제도는 요즈음 우리의 뜨거운 관심사인 교육공정 증진 대책에 어떤 가르침을 줄 수 있을까? 최근의 영국 사례도 살펴보자.

‘고등학생의 GCSE와 A-level의 성적은 그의 잠재능력을 증명하거나 성공적인 장래를 보장하는 지표가 아니다. 그의 다양한 성장 환경에 영향을 받아 차별적으로 개발된 불안정하고 잠정적인 수치일 뿐이다.’

영국의 대학생지원청(Office for students)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18년부터 학생들의 장애, 가계소득, 그 학교의 GCSE와 A-level 평균 성적, 성장지역의 주택 가격, 범죄율 등을 종합 채점한 결과를 대학들이 자율 반영하는 배경고려대입제도(Contextual Admissions)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토대로 2018년 현재 5.7배에 이르는 부유지역 학생과 극빈지역 학생의 최상위권 대학(Russel Groups)의 입학 기회를 2038~2039년까지 1:1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이 두 나라의 최근 노력들은 우리의 교육공정성 개념이나 대책이 너무 초보적이고 협소하다는 점을 가르쳐 준다. 우리의 교육공정성 논의들은 정시와 수시의 비중에 초점이 주어져 있다. 잠정적인 수치에 불과한 수능 점수를 교육공정성의 핵심 요소로 생각하고 대책을 논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의 역경극복경험이나 성장배경을 대입에 반영하는 것을 공정을 위배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학생의 성적에 대한 재해석을 교육공정성에 대한 냉철한 성찰이 급해 보인다. 교육공정성 증진 대책은 고등학교를 일반고 중심 체제로 과감하게 개편하는 것부터 국립대학교의 통폐합과 차별적 특성화 및 무상교육 실시 등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다.

일류대학들의 교육적 상상력과 국민의 잠재력 개발 책임감도 필요하다. 미국과 영국의 일류대학이 역경극복지수와 배경고려입학제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일류대학들이 나서면 교육공정성은 크게 진전될 것이다. 또한 교육공정성이 정권적 성과물이나 정파적 투쟁 수단이 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초정파적인 교육백년지대계위원회 설립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의 국가교육위원회로는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와 같이 교육정책이 대통령지시대계, 장관고집대계, 정쟁도구화, 좌우이념희생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독교는 하나님의 천지창조의 뜻과 사랑이 이 땅에 온전하게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는 종교이다. 하나님의 공의가 강같이 흐르기를 소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이런 의미에서 기독교계가 진정한 교육공정성 증진의 나팔수가 되고 이 땅의 모든 피조물들이 행복과 융창하도록 하는 교육개혁의 십자군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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