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교회, 20일 공동의회서 최종 3인 놓고 결정
박광재 목사 “하나님 주권 의지 … 좋은 모범되길”

“영광교회 후임 목사로 하만규 목사가 성경의 제비뽑기로 선출됐습니다.” 영광교회가 10월 20일 공동의회를 열어 한국교회에서 처음 성경의 제비뽑기로 후임 목사를 선출했다. 공동의회에서 박광재 목사가 제비 뽑은 ‘하만규 목사’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영광교회 후임 목사로 하만규 목사가 성경의 제비뽑기로 선출됐습니다.” 영광교회가 10월 20일 공동의회를 열어 한국교회에서 처음 성경의 제비뽑기로 후임 목사를 선출했다. 공동의회에서 박광재 목사가 제비 뽑은 ‘하만규 목사’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19년 10월 20일. 한국교회에 특별한 공동의회가 열렸다.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에 위치한 영광교회(박광재 목사)에서 초대교회의 방법대로 교회 지도자를 제비뽑기로 선출했다. 한국교회사에서 처음으로 성경의 제비뽑기로 후임 목사를 세운 것이다.

“성경의 제비뽑기는 요행이나 복불복이 아닙니다. 교회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믿고 오직 하나님의 주권을 의지하는 것입니다. 영광교회는 지난 40년 동안 성경의 제비뽑기로 각 기관의 지도자와 임직자를 선출했습니다. 이제 2대 후임 목사도 하나님의 주권 아래 제비뽑기로 세웠습니다. 한국교회에 좋은 모범이 되길 기대합니다.” 공동의회를 마친 박광재 목사는 평온했다. 방금 후임 목사를 선출하는 큰일을 치르고도 피곤함과 걱정이 없었다.

영광교회는 1979년 11월 18일 ‘성경의 제비뽑기’로 유명한 박광재 목사가 개척했다. 박 목사는 교회를 개척한 후 곧바로 ‘성경의 제비뽑기’를 목회에 도입했다. 교회 산하 부서인 학생회와 남·녀 전도회 등 모든 기관의 임원을 제비뽑기로 선출했다. 기관뿐만 아니라 장로와 안수집사, 권사 등 임직자들도 성경의 제비뽑기로 선출했다. 교회의 중요한 사역을 결정할 때도 성경의 제비뽑기에 의지했다.

40년 동안 ‘성경의 제비뽑기’를 운영하면서 특별한 문화가 정착했다. 많은 교회에서 부서 임원이나 임직자를 선출한 후 갈등과 분열이 일어난다. 선거는 경쟁을 하는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반드시 상처받는 성도가 있기 때문이다. 신앙이 성숙하지 못하면 그 상처는 담임 목사와 경쟁한 상대방을 공격하는 화살이 되기도 한다.

성경의 제비뽑기 문화가 정착한 영광교회는 그 공격성이 없다. 최종 결정은 인간의 판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을 의지한 성경의 제비뽑기’로 했기 때문이다. 임직자로 제비 뽑히지 못했다면, 성도들은 먼저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본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어떤 역할과 사역을 감당하길 원하는 지 기도한다. 오직 하나님의 주권에 따라 제비를 뽑히기에, 임원이나 임직자 투표를 앞두고 치열하게 펼쳐지는 선거운동도 없다. 후보들은 더욱 기도에 힘쓸 뿐이다. 성도들도 교회를 위해 합당한 임원과 임직자가 선출되도록 오직 기도할 뿐이다.

제비뽑기 후 성도들은 만장일치 기립박수로 하 목사를 후임 목사로 결정했다.
제비뽑기 후 성도들은 만장일치 기립박수로 하 목사를 후임 목사로 결정했다.

제2대 후임 목사를 성경의 제비뽑기로 선출하기 위한 첫 준비도 기도였다. 영광교회 박광재 목사와 성도들은 새해부터 기도를 시작했다. 지난 6월 21일 ‘성경의 제비뽑기’로 후임 목사를 선출한다는 청빙공고를 하면서 공식 절차에 들어갔다.

후임 목회자 지원을 마감한 7월 7일, 총 74명의 목회자들이 접수했다. 당회원들은 기도하며 14명의 후임 목사 후보자를 선정했다. 7월 14일부터 10월 13일까지 14명의 목회자들이 매주일 오후예배 시간 설교 강단에 올랐다. 학생과 청년들부터 연로한 어른들까지 세례교인들이 후임 목사 후보자들의 말씀을 듣고 은혜를 받았다. 성도들의 평가에 따라서 공동의회 전날인 19일, 후임 목사 최종 후보 3인이 선정됐다.

10월 20일 낮 12시.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후임 목사를 성경의 제비뽑기로 청빙하는 공동의회가 열렸다. 공동의회에 앞서 드린 예배에서 박광재 목사는 사도행전 1장 20~26절 말씀을 설교 본문으로 삼았다. 초대교회 사도와 성도들이 가룟유다를 대신할 사도로 맛디아를 제비 뽑아서 선출한 그 말씀이다.

박광재 목사는 “오늘 우리는 성경에서 사도들이 맛디아를 얻은 것처럼, 성경의 제비뽑기로 후임 목사를 선출합니다. 하나님의 주권적 선택임을 믿으시길,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와 디모데 같은 분을 뽑아주실 것으로 믿으시길 바랍니다.”고 전했다.

후임 목사 선출을 위한 공동의회는 성도들의 통성기도로 시작했다. 이어 김지영 장로가 최종후보 3명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성도들에게 보이고, 제비뽑기함에 넣었다. 박광재 목사가 눈을 감고 한 명을 뽑았다. 종이에 ‘하만규 목사’ 이름이 선명했다. 성도들은 낮게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이어 박 목사는 “성경의 제비뽑기로 하만규 목사가 후임 목사로 뽑혔습니다. 성도 여러분, 하만규 목사를 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허락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성도들은 기립박수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공동의회를 마치고 김지영 장로는 “하나님의 생각과 주권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다시 알았다”고 말했다. 김 장로는 “후보 중 가장 지지를 많이 받은 1번과 2번 목회자는 정해져 있었다. 어제 3번째 후보로 하 목사가 결정된 것이다. 오늘 공동의회에서 하 목사님이 후임 목사로 뽑힐 줄은 정말 몰랐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에 제비뽑기로 후임 목사를 선출한 전례는 있다. 예장통합의 O교회는 2명의 후임자를 두고 당회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제비를 뽑았다. 하나님의 주권을 의지해서 청빙공고부터 모든 절차를 ‘성경적 제비뽑기 방법으로 후임 목사를 선출’한 것은 영광교회가 최초다.

영광교회 박광재 목사와 성도들은 맛디아 사도를 선출했던 2000년 전 그들처럼, 하나님의 주권을 믿고 의지했다. 그리고 한국교회에 성경적 제비뽑기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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