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호 목사(생명사랑목회포럼 회장)

남서호 목사(생명사랑목회포럼 회장)
남서호 목사(생명사랑목회포럼 회장)

배우 겸 가수인 설리(최진리)가 25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난 뒤, 그 여파가 만만치가 않다.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홍콩 배우 장국영이 자살하자 9시간 만에 그의 팬 6명이 자살했고, 최진실과 안재환이 자살한 그 해 10월의 자살률은 월별 자살률 보다 3배나 높았다. 자살은 전염성이 강하다.

다원화 시대를 맞은 한국은 여러 분야에 약진을 이뤄냈다. 그러나 정신위생은 점점 약화되고, 사회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그간 개인을 묶어주던 가정은 핵가족화 하면서 끈끈한 정과 관심이 줄어들고, 상대적인 박탈감과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체계의 붕괴, 사회 가치체계의 붕괴로 인한 아노미 현상 등이 이 땅을 자살사회로 만들고 있다. 그 결과, 작년 한 해 1만3000여 명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분명 우리 사회는 심리적 건강척도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시대에 교회는 과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일까? 또한 생명의 소중함과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하여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일까? 여러 통계에서 천국에 소망이 없는 사람들의 자살과 크리스천의 자살률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면 목회의 내용도 자살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목회 차원에서 무엇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삶을 의미 있게 해야 하고, 삶의 여정에서 맞게 될 위기에 대처하는 내면세계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게 해야 한다. 삶을 극단적으로 포기한 사람을 무조건 지옥 갔다고 말 할 것이 아니라, 교회가 생명공동체로서 그들을 이해하고 품지 못했음을 성찰해야 한다. 무엇보다 남은 유족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는 돌봄의 목회로 나아가야 한다. 한 사람의 극단적 선택은 최소한 8명에게 큰 충격을 준다고 한다. 한 번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약 25번의 준비가 진행된다고 한다. 이런 현실을 보면 목회자의 헌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심리학자 조이너는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라는 책을 통해 자기의 경험담을 공유하며 자살의 요건을 정리했다. 조이너는 아버지를 자살로 잃은 후, 자기모순에 빠졌다. 아버지가 외로운 선택을 하는 순간까지도 홀로 내버려진 점, 장례식 때 어떤 조문객에게서 아버지의 사인을 ‘자살’이 아닌 다른 것으로 말하라고 권고를 받은 점 등등. 아버지의 자살과 관련된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슬픔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왔다.

조이너는 자살을 실행하는 3가지 심리 조건에 대해 연구를 하고 결과를 제시했다. 첫째는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고 느끼는 마음(상실감), 둘째는 스스로 타인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하는 무능감, 셋째는 죽음의 고통을 받아들일 만한 육체적 심리적 조건들이었다. 조이너는 이 3가지 심리 조건 중 단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절대로 자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올해 초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생명사랑목회포럼’을 발족하여 매달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과 자살, 자살예방을 위한 존엄한 죽음. 자살자 가족의 슬픔이해 등 생명사랑을 주제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생명의전화와 함께 ‘생명사랑 밤길걷기’ 행사를 진행하면서 자살예방 캠페인도 진행했다. 본 포럼은 한 사람의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신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근거로 이 땅의 모든 죽음의 문화를 생명 존중의 문화로 바꾸어 나가는 일에 기여하며, 생명사랑 목회를 통해 단절된 지역 공동체와 가정을 회복하고 삶에 목적이 있는 새로운 기독 생명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이라는 특급열차를 타고 있다. 질주하는 열차를 멈추게 하는 일에 교회와 목회자와 그리스도인이 사명감을 갖고 나서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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