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욱 목사(한성교회)

도원욱 목사(한성교회)
도원욱 목사(한성교회)

깊은 침체에 빠졌던 유럽교회는 종교개혁을 기점으로 매우 놀라운 성장을 경험하게 되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은 기독교를 거의 국교처럼 여기게 되었고, 국민들의 80~90% 이상이 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국의 경우에도 1620년 영국에서 이주한 소수의 청교도들로 시작된 기독교가 건국의 기초가 되었으며, 단 몇 세기 만에 세계 최고의 나라로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유럽과 미국 교회들은 과거의 영광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루터의 종교개혁 중심인 독일의 경우 92%가 기독교인이라고 대답하지만, 주일을 지키는 성도는 11%에 불과하다고 한다. 영국은 66%의 기독교인 중 단 3%만이 주일을 지키며, 칼빈의 종교개혁 근원지라 할 수 있는 스위스 역시 81% 가운데 17%만 주일을 성수하는 명목상 그리스도인으로 전락해버린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오죽하면 앤더슨(Leith Anderson)은 최근 미국교회의 85%는 쇠퇴 혹은 죽어간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의 상황은 어떠한가. 1900년에 216개 교회, 2만1136명의 기독교인이었던 한국교회는 1945년에 이르러서는 38만2800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20년 후인 1965년에는 225만5193명에 이를 정도로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이후에도 계속되는 성장으로 한국교회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례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성장 속에 침체의 배아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한국교회는 1960~70년대에는 연평균 증가율이 41.2%에 달했으나, 1970~80년에는 12.5%, 1980~90년대에는 연 4.4%를 보였다. 1991년부터는 성장 자체가 둔화되었다는 것을 체감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교회가 침체를 지나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최근 여러 지표를 볼 때 현실화 됐다고 볼 수 있다.

작금의 한국교회는 ‘시계 제로’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10년 후의 모습에 대해 희망적으로 예측하는 견해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한국교회가 이와 같은 상황을 맞이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외적으로는 시대적 상황 변화와 세계적 흐름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인본주의와 개인주의 같은 사상들의 유입은 교회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와 절대 진리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만들었다.

내적으로는 일부 교회의 부정부패와 일탈과 비상식의 리더십으로 인해 대사회적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것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이유들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한국교회의 침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에 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문제는 방법의 부재가 아니라 근원적 문제를 놓쳐버린 것에 있다. 한국교회의 상황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초대교회의 상황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초대교회는 로마의 지배하에 있었고, 강력한 로마 문화의 도전 속에 놓여 있었다. 또한 유대교를 비롯한 수많은 종교의 도전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교회는 이제 막 태동하여 지극히 적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사도행전 2장 41~42절에서는 초대교회의 모습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말을 받은 사람들은 세례를 받으매 이 날에 신도의 수가 삼천이나 더하더라. 그들이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오로지 기도하기를 힘쓰니라” 초대교회의 독보적 특징은 어떤 시스템과 훈련프로그램이 아니다. 순전한 복음 그 자체였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참된 복음과 복음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삶으로 전하는 복음이었다. 한국교회가 뜨겁게 성장했던 때를 떠올려보면 그 성장의 중심에는 상황과 프로그램이 아니라 복음과 그 복음에 반응하는 성도들이 있었다.

필자가 사역하고 있는 교회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다. 그저 1년 두 차례의 전도 행사만이 있을 뿐이다. 영혼을 구원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목회의 모든 방향이 예배와 전도에 맞춰져 있다. 본질을 붙들고 씨름한 10년 동안 하나님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은혜와 성장을 허락하셨다. 오직 하나님이 하신 것이다.

한국교회는 반드시 지금의 현실을 딛고 부흥해야 한다.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다시금 성장해야 한다. 왜냐하면 여전히 복음을 들어야 할 이 땅의 백성과 모든 민족과 방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복음의 능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복음은 우리를 변화시켰고, 세상을 변화시켰다. 우리가 다시금 이 본질로 돌아갈 때 침체된 열방의 모든 교회들이 다시 살아나는 하나님의 능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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