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용한 목사의 옥수동 소나타]

나에게는 교인들이 지어준 ‘울보 목사’라는 별명 말고도 몇 가지 별명이 더 있다. 하루는 한 기자에게 전화를 받았다. 우리 교회가 펼치는 ‘불신 장애인 사랑 나누기’를 밀착 취재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별로 취재할 것이 없을 거라고 했는데도, 꼭 취재를 하고 싶다고 거듭 요청을 해 왔다. 그래서 약속을 잡고 아침 일찍 생필품들을 구입하여, 함께 물건을 들고 옥수동과 금호동의 가난한 이웃들을 찾아다녔다.

같이 다니며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 기자는 교회에서 많은 상처를 입은 사람이었다. 명일동의 한 대형교회를 다니고 있었는데, 그 교회 담임목사의 비리 문제와 세습 문제가 불거졌을 때 담임목사 반대편에 섰던 사람이었다. 도덕군자처럼 보였고 자신이 오래도록 존경했던 목사의 숨겨진 비리와 세습 강행을 보면서, 그 기자는 한국교회에 과연 희망이 있나 싶어 많은 회의가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웃 섬기는 사역을 감당하다보면 때때로 과분한 칭찬과 별명이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일은 하나님이 하신 것이며, 영광은 그분께 돌려져야 한다.
이웃 섬기는 사역을 감당하다보면 때때로 과분한 칭찬과 별명이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일은 하나님이 하신 것이며, 영광은 그분께 돌려져야 한다.

반나절 가량을 동행하며 이 집 저 집으로 옮겨 다니는 동안 그 기자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니 목사님! 요즘도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라고 말하면서. 그리고 기사를 써서 신문에 올리고, 나에게도 기사를 보내주었다.

기사에서 기자는 나를 ‘성동구의 프란체스코’라고 지칭했다. 마침 그해 프란체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는데, 기자는 우리 개신교에도 프란체스코처럼 이웃 사랑에 힘쓰는 목사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날 이후 옥수동 주민들도 나에게 ‘성동구의 프란체스코’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나는 가끔 명동에 있는 성바오로서점을 들르는데, 계산대에 있던 한 수녀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요? 혹시 옥수동 우유 목사님이시죠?”하며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옥수동 우유 목사님’이었다. 가톨릭 수녀가 나를 알아본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언론의 영향력이 새삼 느껴지기도 했다.

‘성동구의 프란체스코’라는 별명이 생기고, ‘옥수동 우유 목사님’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이웃 구제하는 일로 칭찬을 받을 때면 기분이 좋아지고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로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인간이 실수가 없을 수 없는데, 앞으로 사람들 앞에 실수라도 하게 되면 어쩌나 염려가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그것 때문에 염려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사실 나는 자랑할 것이 없다. 그러니 교만할 것도 없다. 옥수중앙교회가 장학과 구제를 많이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우리 교회보다 구제와 장학사업에 더 많은 재정을 쓰는 교회들도 많다. 우리 교회가 유난히 주목을 받는 것은 달동네로 유명했던, 그리고 지금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우리 교회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는 일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가 해 온 많은 일들도 사실 나의 계획과 지혜로 인하여 된 일이 아니었다. 그냥 그때마다 필요에 따라서 작은 이웃들에게 한 일이 시대 상황에 맞아 떨어진 것뿐이다.

우유 배달만 해도 그렇다. “죽은 지 한 달이 지나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고독사를 막고 싶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요즘 같은 양극화 시대에 가장 적절한 고독사 방지 아이디어로 평가받은 것일 뿐이다. 그리고 생각지 못한 후원자들을 보내 주시고 붙여 주신 것뿐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단순히 내게 주어진 목회라고 생각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교인들과 함께 실천하고 싶었을 뿐이다. 전적으로 하나님이 행하신 일이다. 칭찬은 나를 기분 좋게도 만들지만 한편 나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 나는 내 속에 무엇을 채워가고 있는가? 세상의 칭찬과 명예를 좇아 자칫 그것들을 내 속에 채워가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지 돌아보게 된다. 오직 주님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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