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종교개혁 유산인 개혁신학 철저히 가르쳐야 … 경건 훈련 힘쓰고 시대 읽는 통찰력 키워라

진실한 하나님 사람 양성하는 진리의 훈련장이어야 한다
 

1. 시작하는 말
 

황봉환 교수  (전 대신대 부총장)
황봉환 교수 (전 대신대 부총장)

‘신학’(神學)이란 영원하시고, 무한하시고, 완전하고, 거룩하신 하나님과 그분의 계시된 말씀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정의할 수 있다. ‘신학함’(doing theology)의 최고의 가치는 불가시적 하나님을 가시적 존재로 이 세상에 드러내는 일과 인간으로 하여금 생명을 가진 가치 있는 존재로 살아가도록 함에 있다.

따라서 신학은 하나님, 인간, 세상이라는 핵심 주제와 맞물려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을 연구하고 이해하기 위해 다루는 폭넓은 학문이다. 이 특별한 주제들을 다루고 학문하는 장소가 신학의 ‘아카데미아’(Academia)인 신학교이다. 따라서 신학대학은 교육의 목적과 방향이 분명해야 하며, 결코 인간 중심의 욕망을 추구하거나 세상의 물질적 가치만을 추구하도록 이끄는 교육현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2. 불변의 사명인 신학교육

기독교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불변하는 진리를 손에 잡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적 조류에 휩쓸려 간다면 불변의 진리를 문화화, 상대화, 주관화 시키는 죄를 범하게 된다. 이 시대에 우리 교단과 신학대학이 붙들고 가야할 신학의 정체성이 개혁신학이다. 개혁신학의 특성은 교리와 윤리 그리고 제도와 규범들이 인간 이성에 근거하여 육체적 번영을 지향하지 않고 복음을 통한 하나님의 나라 확장과 영광을 지향하는 성경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1) 신학교는 성직자로서 소명을 확인하고 학생을 지도해야 한다.
오늘날 성경을 이해하기 위해 신학을 공부하는 자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목회자가 되기 위해 신학을 공부한다. 신학생들이 우선적으로 인식해야 할 것은 신학함의 출발은 일반 학문함의 출발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신학함’은 확고한 신앙과 소명에 근거를 두어야 하고, 그 과정은 목회자로 세움을 받기 위함이 되어야 한다. 목회자의 소명은 직업으로서 소명이 아니라 성직으로 소명임을 죽을 때까지 명심해야 한다. 분명한 소명감이 없는 신학공부는 교회를 허물어뜨린다. 신학교는 학생들에게 누구의 은이나 금이나 의복을 탐하지 아니하고 범사에 모본을 보이며, 정직과 진실을 무기로 교회와 주님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로 깨끗이 헌신하도록 소명을 확인하고 신학을 가르쳐야 한다.

2) 신학교육의 이해와 적용을 위한 인문학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인문학은 문학, 역사, 철학, 예술을 통해 인간다움을 공부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신학은 하나님에 관한 학문이고 인문학은 인간에 관한 학문이다. 이 둘이 병행할 때 온전한 학문의 조화를 산출하게 된다. 인문학은 만물의 본질을 더 깊이 깨닫도록 신학을 돕는 학문적 기초이다. 예전과 달리 신학교에서 학문 선택의 폭이 넓어지긴 했지만 역시 교과과정은 성경과 신학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교회의 미래를 짊어질 신학생들이 인문학적 소양이 너무 부족하다. 초대 교부들 가운데 저스틴, 이레니우스, 아우구스티누스 등은 성경 해석과 강해에 동시대 헬라 사상을 섭취해서 기독교 사상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제시하는 일에 크게 공헌 했으며, 종교개혁 시대 루터, 멜란히톤, 부처, 칼빈도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성경을 해석하고 강해했으며, 신학의 교리적 토대를 세우는 일에 공헌했다. 따라서 인문학을 통해 하나님과 인간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해석하도록 교육함이 필요하다.

3) 성경과 종교개혁의 유산인 개혁신학을 가르쳐야 한다.
‘개혁신학’이란 성경이 기독교 신앙과 신학의 토대라는 초대교회의 전통 위에서 종교개혁자들에 의해 연구되고 발전된 신학의 체계를 말한다. 우리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은 ‘개혁신학’(Reformed Theology)이며, 교회 정치적 정체성은 ‘장로교주의’(Presbyterianism)이다. 개혁신학을 개신교회의 신학적 모델로 삼아야 하는 것은 그 신학이 철저히 성경에 근거하여 연구되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개혁신학의 교리와 정체의 토대를 놓은 칼빈은 ‘경건과 학문’(pietas et scientia)을 가슴에 담고 교육의 모토(motor)로 삼았다. 성경은 목회자 개인에 따라 해석되고 적용되는 학문이 아니다. 철저하게 신앙고백과 바른 성경적 교리들 위에서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한다. 이것들이 무시된다면 성경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인식의 산물로 나타나게 된다. 오늘의 타락하는 기독교가 이와 같은 유형에 속해 있다.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는 이런 비성경적 가르침을 철저히 배격하고 근본을 바로 세워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4) 목회자의 윤리교육을 지도해야 한다.
목회자의 말과 행동에 가장 엄중한 규범을 요구하는 학문이 ‘윤리’(Ethic)이다. 윤리는 말과 행동이 조화를 이루며 살게 만드는 학문이기도 하다. 목회자들은 말과 행동으로 사는 자들이다. 목회자들은 신앙을 가지거나 신학을 알면 저절로 윤리적인 삶을 사는 것으로 오해한다. 세상 삶에 법과 질서가 존재하듯 목회자의 말과 행동에는 윤리적 규범이 뒤따른다. 오늘날 신학교육의 현장에서보다 목회 현장은 더욱 목회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윤리적 행동을 기대한다. 왜냐하면 목회자들의 말과 행동이 신자들의 삶의 본이 되기 때문이다. 목회 현장의 현실은 아주 냉정하다. 목회자가 연구에 불성실함을 보이고, 기도에 열정이 덜하고, 심방을 소홀히 하고, 설교가 수준이 낮으면 그것으로 목회자를 비난한다. 목회자에게 요구하는 윤리적 기준은 엄중하다. 이것을 신학교와 신학도는 인지해야 한다. 윤리학은 자유방임적 사회에서 더욱 요구되는 학문이다.

3. 신학대학이 지향해야 할 미래의 방향

1) 교육목표를 정하여 실천하고, 목회 철학을 세우도록 지도해야 한다.
신학교의 교육은 교수들에게만 의존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교수들은 서로 배운 전공과 받은 영향이 다르며, 개혁신학을 지향하는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학교는 교육과 행정의 책임자가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방향에 따라 교육시키도록 요구할 권한이 있다. 오늘의 사회와 교회는 목회자들에게 많은 것들을 요구한다. 또한 신학교육을 받는 동안 목회자로서 가정생활의 기준, 행동규범, 자녀교육, 이웃과 동료들 간의 관계설정, 목회자로서 섬김에 대한 분명한 목회철학을 정립하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이것들을 실천하지 못하면 목회활동을 포기한다는 결심을 하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2) 경건훈련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신학대학은 사업가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양산하는 곳이 아니다. 진리와 함께 살고 죽을 수 있는 사람을 교육시키고 훈련시키는 곳이다. 목회의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신학생 시절 경건훈련으로 영적 성숙함을 쌓아가야 한다. 신학교에서 경건으로 잘 훈련된 자는 목회에서 성공적인 사역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참된 목회자를 훈련시키기 위한 신학교의 경건훈련을 위해 몇 가지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성경 읽기를 강화시켜야 한다. 신학과 설교는 성경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성경을 읽어도 잘못 지도된 묵상(meditation)으로 성경에 자기 주관적 경험이나 느낌을 삽입시킨다. 가능하면 성경 읽기를 학점에 반영시키도록 해야 한다.

둘째, 철저하게 기도의 훈련을 시켜야 한다.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치셨다. 기도는 목회자에게 생명이며, 목회의 성패를 좌우한다. 교실에서, 채플에서 정규적으로 기도할 것과 새벽 기도회에 빠짐없이 참석토록 하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

3) 교과목에 따른 연구논문 쓰기 강화와 채플에서 설교를 평가 받도록 해야 한다.
장래 목회를 꿈꾸는 신학생들은 시대를 읽어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현대의 시대적 조류는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이다. ‘포스트모던’(postmodern)은 근대와 맞물려 있으면서도 근대시기까지 누려온 근본적 틀(frame)과 원리들(principles)을 벗어던지자는 탈현대를 지향하는 시대적 조류이다. 이 조류가 기독교에 파고든 영향력이 종교다원화 사상이다. 또한 이 시대의 조류가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감염시킨 두 유형의 목회 패턴이 있다.

한편으로는 시대의 자유방임적 문화, 철학적 사변, 사람과 상황에 따라 바꾸는 주관적인 인식, 청자들의 구미에 맞춘 주관적 성경해석으로 달콤함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메시지를 지향하는 패턴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개혁 이후 성경과 신앙고백적 교리 위에 토대를 세우고 성경의 원리와 적용을 삶과 연결시켜 인생의 목적과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며, 하나님 중심과 성경 중심적으로 해석하는 패턴이다. 설교는 설교학 시간에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앞에서 설교하고 교수들로부터 평가 받을 수 있는 훈련도 지향해야 한다.

4) 글로벌(global) 시대에 해외 신학교들과 학문교류의 장을 확대해야 한다.
지금 세계는 도전과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 교회는 기독교의 역사와 신학을 발전시킨 유럽과 북미의 교회와 신학자들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 목회자에게는 폭넓은 지성과 경험과 인적인 교류를 통해 배움을 확대해야 한다. 신학대학은 신학의 정체성을 같이하는 세계의 신학교들과 교류를 맺고, 학생들에게 학문의 장을 넓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지나친 이기주의와 배타주의의 지도자들이 되지 않도록 사고(thinking)의 글로벌화를 지향해야 한다.

4. 나가는 말

1) 신학대학의 경영은 하나님께 의존하라.
신학교는 경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영적 지도자들 교육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신학교는 하나님께서 보내신 자들을 교육 훈련시켜 하나님의 양들이 있는 세상으로 내보내야 한다. 하나님께서 교육의 여건, 재정 능력을 마련해 주실 것이며, 학생과 후원자들을 보내어 주실 것이다. 그것을 믿고 기도하며, 경험하는 장소가 신학교 이어야 한다.

2) 신학대학이 교단과 지역교회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을 가슴에 품어라.
지금 한국에는 신학교와 목회자들이 너무 많다.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점들로 가득하다. 바른 신학과정을 거치지 못한 목회자들로 인해 기독교의 신뢰 추락, 하나님 이름과 영광의 훼손, 목회자들의 도덕적 타락이 한국 교회를 무너지게 만들고, 성경, 교회, 기도를 물질을 모으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이머니(simony)를 탐내는 자들이 우글거린다. 여기에 신학교의 책임과 사명이 막중하다. 신학교는 학생들을 끌어 모아 돈벌이 하는 기업이 아니라 진실하고 성실한 하나님의 사람들을 양성하는 진리의 훈련장이어야 한다. 신학교가 바르게 살아날 때 한국 교회들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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