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인 정치참여는 삶에 관심 갖는 중요한 영역 … 한계 인식하고 정치 과잉의 우상숭배는 경계해야

인터뷰/ 이데올로기 전쟁터서 성경적 원리 설교한 고성제 목사

한국 사회가 좌우 이념전쟁을 치르고 있다. 냉전시대가 다시 도래한 듯하다. 세계는 30년 전 이데올로기의 종말을 선언했지만, 한국 사회는 이념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이념으로 분단된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 때문인가. 마르크스 프로이드 등의 영향을 받은 구조주의 철학이 시대정신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이념을 사용하는 것에 불과한가. 이유가 무엇이든, 광장과 거리는 이념으로 가득하다.

고성제 목사는 극심한 이념전쟁을 치르는 현실 속에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모색하는 설교를 하고 있다.
고성제 목사는 극심한 이념전쟁을 치르는 현실 속에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모색하는 설교를 하고 있다.

이념의 광장 한 쪽에 교회도 있다. 사회 못지않게 교회 공동체도 이념갈등이 심각하다. 성도들은 목회자의 이념과 정치 성향을 지적하며 교회를 떠나고 있다. 정치 논쟁으로 구역과 소그룹 모임이 깨지고 있다. 그래서 교회에서 정치와 이념은 금기어가 됐다.

교회가 비정치화 하거나 이념전쟁에 동참하는 상황에서, 고성제 목사(평촌새순교회)의 주일설교 영상을 보았다. 고 목사는 9월 8일 주일부터 ‘이렇게 혼란할 때 길은 어디에?’란 제목으로 4주 동안 설교하고 있다. 10월 1일 평촌새순교회에서 만난 고성제 목사는 “전쟁처럼 벌어지는 이데올로기의 다툼 속에서 성도들이 흔들리고 있다.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비위 맞추지 말라)는 성경 말씀을 잊어버렸다. 이념이 세상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성경과 복음이 아닌 이념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제 목사는 작년 연말부터 한국 사회와 교회의 이념갈등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너무나 민감한 주제인 것을 알았지만 목회자와 설교자로서 성경적 원리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민을 시작했다. 단순히 ‘그리스도인은 이념이 아니라 성경 말씀을 따라야 한다’는 식의 선언적인 설교를 할 수는 없었다. 성도들이 삶 속에서 직면하는 이념의 문제에 대해 성경적 원리와 방향을 제시하려면, 설교 역시 치밀하고 꼼꼼해야만 했다. 성경 연구와 묵상과 기도는 물론 그리스도인과 정치의 관계성, 목회자의 정치적 표현의 한계와 교회 공동체 및 구성원의 올바른 정치 표현과 활동 등을 공부해야 했다. 그는 당회로부터 4개월의 안식월까지 허락받아 설교 연구와 준비에 매달렸다.

“설교를 준비하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창조-타락-구속’이란 맥을 잡을 수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첫 설교를 준비할 때였다. 첫 설교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성도들이 그 설교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양쪽 진영에 속한 성도 모두가 그 설교를 잘 받아들였고,  이후 창조 타락 구속의 관점에서 4편의 설교까지 잘 마쳤다.”

4편의 설교에서 고성제 목사가 전달하려는 핵심은 3가지다. 첫째는 정치는 그리스도인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할 중요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정치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는 주체라는 점에서,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은 곧 나와 내 이웃을 삶에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다. 고 목사는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사실상 정치와 관련이 있다. 그것은 나와 내 이웃의 삶에 관련이 있으며 그런 점에서 정치에 무관심하면서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를 외면하는 것은 경건한 것이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며, 그리스도인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핵심은 ‘정치의 관심과 참여’를 넘어 ‘정치 과잉’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 교회에서 일어나는 이념갈등은 정치 과잉 현상이다. 성경에 입각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 ‘정치 과잉’은 이념에 매몰된 것이며, 이념으로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우상숭배에 빠진 것이다. “이데올로기가 자신들(세상)을 구원할 신이라고 믿기에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 신을 방어하기 위해 인격과 목숨까지 건다. 그리스도인까지 입에 담을 수 없는 말과 할 수 없는 행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고성제 목사가 성도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세 번째에 있다. “성경과 복음은 좌우 어느 이념을 지지하는 무엇이 아니라 두 이념 모두가 스스로 돌아보고 수렴해야 할 중심이요 표준이다. 이것을 알면, 우리 각자가 현실적으로 어느 진영에 서 있든, 서로 죽고 죽이는 이념의 전장을 건전한 토론과 대화의 장으로 바꾸어 갈 수 있다. 이것이 지금의 정치 현실이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시급히 요청하는 역할이다.”

인간은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창조성 그리고 삶의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이념을 가질 수 있다. 고성제 목사는 “그리스도인은 그의 삶의 배경과 경험 때문에 어떤 이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자기 경험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이념을 절대화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만이 답이며 이 세상에 샬롬을 가져올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념을 절대화하지 않고 성경 안에서 답을 찾으려는 그리스도인이 있다면, 지금처럼 극단적인 이념전쟁조차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고성제 목사는 10월 6일 ‘이렇게 혼란할 때 길은 어디에?’ 설교의 후속편으로 ‘그리스도인의 삶의 실천과 균형’을 설교했다. 오는 13일 ‘기독교는 세상을 어떻게 변혁시켰나’라는 주제로, 이념과 정치의 주제설교를 마친다. 고 목사의 설교 영상은 교회 홈페이지(www.pcsaesoon.org)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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