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우익이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항상 좌익이었다.”

농민을 돕는 혁명 세력을 숨겨주던 호세 신부가 했던 말입니다. 우익, 좌익이란 단어가 처음부터 등장해 놀라셨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익, 좌익을 말하고자 했던 게 아닙니다. 단지 교회가 기득세력이 된 현실을 말하고자 한 것입니다. 여기서 우익이란 단순히 기득세력을 뜻하는 말일 뿐 정치적 성향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호세 신부도 그런 맥락에서 말했던 것이니까요.

해방 전 한국 기독교는 민족의 자랑이었습니다. 교육, 의료에 앞장서며 민주주의의 토대를 닦은 것도 한국교회였습니다. 하지만 해방 후 한국 기독교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습니다. 정치색이란 옷을 입었습니다. 한국교회는 부흥했습니다. 부흥한 교회의 영향력은 커졌습니다. 그렇게 거대집단이 된 교회는 어느덧 하나의 ‘기득세력’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교회는 ‘하나의 정치세력’, ‘기득권층’ 등으로 인식됩니다. 기득세력으로 여러 가지 이득을 취하고, 정치권 분쟁에 하나의 집단으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개개인은 어떨까요. 최근 한 기사를 봤습니다. 목사가 여신도를 폭행했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한 댓글이 인상 깊었습니다. “목사는 높은 자리인 양 양복입고 행세하는 사람들이다.” 목사 역시 하나의 권력자로 인식되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교회는 온갖 부정적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교회의 역할과 존재는 달라야 합니다. 호세 신부가 말했듯, 주님은 언제나 기득권이 아닌 곳을 향하셨습니다. 저는 이번 제104회기 총회 현장에 있었습니다. 목사님, 장로님들이 교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단지, 세상 속에서 교회의 역할을 말하지 않은 대목이 아쉬웠습니다. 교회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보다 뼈저리게 인식하고 주님이 가르치신 원형으로 돌아가는, 언제나 기득권의 반대편인 교회를 보고 싶습니다. 참, 호세 신부는 이사벨 아옌데의 소설 <인형의 집>에 나오는 가상의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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