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섭 목사(행복한교회, 수경노회)

이규섭 목사(행복한교회, 수경노회)
이규섭 목사(행복한교회, 수경노회)

총회에 참석할 때면 언제나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다. 산적한 현안들에 대한 찬반 주장이 총회 현장에서 충돌하면서 갈등하는 모습이 나타났고, 교단의 미래를 위한 발전적인 논의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총회에 참석하면서도 염려하는 마음이 적지 않았다. 더욱이 주변에서 지난해 제103회 총회가 회무를 스피드 있게 진행하고 일찍 파회했기에 아무래도 이번 총회는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라고들 말했다. 총대들은 목회와 교육에만 전념하여 정치적 수완이 능하지 못하다는 평을 받는 제104회기 총회장이 어떻게 어려운 현안들의 매듭을 풀어갈 수 있을까 궁금해했다. 게다가 총신대학교 정상화를 위해 운영이사회를 없애고 재단이사회를 확충하며, 총무제도를 개선하고 사무총장제를 도입하겠다는 총회장의 당찬 포부는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문제여서 주위를 긴장하게 했다. 개회 전부터 문제가 된 천주교에 대한 이교 지정 여부와 WEA와의 교류 단절 건 등 신학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들도 머리를 무겁게 했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염려는 개회예배에서 총회장 취임사를 들으면서 기우였음을 알게 됐다. 총회 기간 동안 총회장은 교육과 선교의 전문가답게 사업가적 기질을 드러냈으며, 대형교회를 일군 개척자적 리더답게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회무를 진행했다. 총회장은 능숙하게 총대들의 총의를 모아 총회 회복과 발전을 위해 집중하게 만들었으며, 총회 파회 때에는 평안한 미소를 머금게 해 주었다.

이번 총회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매시간 재적수를 확인하는 전자계수와 표결방식의 도입이었다. 주요 의사 결정들을 의사봉을 쥔 총회장이 좌지우지하지 않고, 대의원들의 의견을 정확히 물어 처리하여 총회 회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계기를 마련했다. 또 신학적 견해 차이가 커서 앞으로 잘 조율이 되지 않는 한 교단의 큰 고민거리가 될 수 있는 ‘이교 지정’ 문제에 대하여 신학부가 의견을 철회하고, 결정을 유보한 것도 현명한 용단이었다고 생각했다.

총신대가 재단이사회 단일체제로 운영하기로 결의한 것은 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문제였다. 하지만 총회가 결의한 것을 존중하여 대승적 차원의 협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총신대 총장의 약속대로 총신대는 총회의 결의에 따라서 교단신학교로서의 위치를 지켜야 하고, 총회는 총신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기도하고 협력해서 명실상부한 명문 기독교대학과 교단신학대학원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재단이사로 참여하기를 원하는 교단 지도자들은 학교 운영에 대한 식견과 헌신의 마음을 가진 이들이어야 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학교 발전을 위해서 기여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총회본부의 직제 개편과 운용, 그리고 정년제 등의 문제들이 다음 총회 앞에 놓여있다. 이것들 역시 총회장과 임원회를 중심으로 금년 회기를 잘 운영해 나간다면 다음 총회에는 보다 더 발전적인 안들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총회장이 공언한대로 사적 이익이 아니라 총회의 유익을 위해 문제를 풀어갈 것을 믿기 때문이다. 제104회기 총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교육전문가이다. 특히 다음 세대의 중요성을 알고, 미래 한국교회의 위상을 염려하는 목회자다. 이러한 의지가 총회교육개발원 설치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모든 사업의 방식이 개선과 개혁의 방식이 아니라, 주제로 정한 ‘회복’에 맞추어 진행한다면, 개혁주의 보수 교단을 자임하는 우리 총회의 앞날을 안정적으로 열어가며, 역사에 의미 있는 제104회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총회는 총회 회의진행에 변화를 주고 한 단계 발전시킨 총회였다. 회의를 질서 있게 운영해준 총회장과 임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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