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명성교회 세습’ 사실상 인정
예장통합 ‘명성교회 세습’ 사실상 인정
  • 박용미 기자
  • 승인 2019.10.0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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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빙 무효’ 판결 불구, ‘2021년부터 김하나 목사 청빙 가능’ 수습안 통과
김삼환 목사 “품어달라” 호소 하기도 … 세습금지법 개정안은 1년 연구
예장통합이 제104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가능하게 한 데 이어, 세습금지법 개정의 발판까지 마련했다. 총회에서 명성교회에 긍휼을 베풀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김삼환 목사.
예장통합이 제104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가능하게 한 데 이어, 세습금지법 개정의 발판까지 마련했다. 총회에서 명성교회에 긍휼을 베풀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김삼환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총회장:김태영 목사·이하 예장통합)가 명성교회 세습의 길을 열었다. 예장통합은 제104회 총회 마지막 날, ‘김하나 목사를 2021년부터 명성교회 위임목사로 세울 수 있다’고 결의했다. 총회 재판국이 김 목사의 청빙이 무효임을 판결했음에도 1년여의 시간이 지난 뒤에는 가능하다는 초법적인 결론을 낸 것이다. 교계에서는 ‘명성교회만 누리는 특혜’ ‘한국교회의 수치’라며 침통한 반응을 보였다.

9월 23~26일 포항 기쁨의교회(박진석 목사)에서 열린 예장통합 제104회 총회는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명성교회 안건으로 시끄러웠다. 개회 전부터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의 기자회견을 명성교회 측이 몸으로 막는 등 날카로운 분위기가 계속됐다. 개회 후에는 임원회 보고부터 명성교회 관련 논의가 오고 갔다.

둘째 날에는 서울동남노회수습전권위원회(위원장:채영남 목사) 보고가 진행됐다. 보고 직전 포항에 도착한 명성교회 원로 김삼환 목사가 강단에 올라 신상발언을 했다.

김삼환 목사는 “언론이 하나만 때려도 엄청나게 아픈데 이단까지 달려들어 피투성이가 되도록 많이 맞았다. 교단을 떠나 갈 데도 없다. 아픔을 준 분들에게 이해를 빌겠다”며 “예장합동에서는 없는 법도 만들어서 사랑의교회를 살려줬다. 우리 교회가 부족한 점을 반성하고 형님, 동생, 부모로 잘 섬길 수 있도록 총대들이 품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서울동남노회수습전권위회는 ‘7인의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을 임명하여 제104회 총회 폐회 이전에 수습방안을 보고하고, 동 수습방안을 총회가 토론 없이 결정하되 위원은 총회장이 자벽해달라’는 청원사항을 올렸다. 투표를 거쳐 청원사항은 통과됐고, 7인 위원이 총회 현장에서 회의에 들어갔다.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 보고를 하고 있는 채영남 목사.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 보고를 하고 있는 채영남 목사.

총회 마지막 날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들이 발표한 수습안은 결국 시간만 미뤄졌을 뿐 명성교회의 세습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올해 11월 명성교회에 임시당회장을 파송하는 대신, 2021년 1월부터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총회 재판 결과에 불복한 명성교회에 대한 징계는 ‘사과’와 ‘1년 간 장로 총대 파송 금지’ 뿐이었다. 비대위로 활동했던 김수원 목사는 올 가을 서울동남노회 노회장으로 추대한다고 했다. 수습안은 토론 없이 투표에 들어가 1204표 중 찬성 920표로 통과됐다.

예장통합 총회장 김태영 목사는 “양자가 100% 만족할 합의는 없다. 더 이상 총회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부정적인 뉴스가 세상에 나오도록 할 수 없다”며 “이제 총대들이 종결시켜 달라”고 말했다.

이번 결의는 결국 예장통합이 헌법을 스스로 부정하고, 명성교회에만 특혜를 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오랜 기간 물밑작업을 해온 명성교회의 작전과 총회 현장에서 나온 김삼환 목사의 발언, 같은 안건을 2년 넘게 끌어온 피로도가 쌓여 이번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관심을 모았던 세습금지법 개정안은 1년 간 연구하기로 했다. 헌법위원회는 ‘사임 또는 은퇴한 위임목사 및 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 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5년 초과 후에 위임목사로 청빙할 수 있다’는 개정안을 올린 바 있다. 결국 예장통합은 제98회 총회에서 세습금지법을 신설한 지 6년 만에 다시 세습을 가능하도록 하는 연구에 들어갔다.

한편 예장통합은 총회 첫 날 부총회장이었던 김태영 목사(백양로교회)를 총회장에 추대했다. 부총회장은 단독 후보였던 신정호 목사(전주동신교회)와 김순미 장로(영락교회)를 찬반투표를 거쳐 뽑았다.

‘세습 인정’ 합의에 비판 잇따라
비대위 김수원 목사 “수습안 합의한 적 없다”

명성교회 관련 수습안이 발표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서울동남노회 비대위 김수원 목사는 “개인적으로는 수습안에 반대하지만 총회에 소속한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결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총회장 김태영 목사가 “김수원 목사도 100%는 아니지만 이 정도 합의안 수준에 동의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수습안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수원 목사는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에 명성교회 징계와 세습금지법 개정 시도 철회를 요구했지만 아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습안에 ‘김수원 목사를 노회장 자리에 추대한다’는 조항이 삽입되어 있는 점에 대해 “노회장 자리와 명성교회 세습 인정을 놓고 거래했다는 말이 있는데, 전혀 아니다. 노회장 권리는 법적으로 당연한 것이며, 노회장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도 즉각 성명을 내고 “예장통합은 총회의 권위를 세우고, 세상에 하나님의 이름을 욕 먹게 하지 않으며, 심지어 명성교회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면서 “이 끔찍한 불의와 부정에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실망할 것이고 이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독법률가회 역시 “이번 결정으로 명성교회가 예장통합을 이탈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한국교회는 또다시 큰 충격과 고통을 받게 됐다”며 “재심 판결로 인해 한국교회가 교회세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주어졌으나, 예장통합은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고 말했다.

명성교회세습철회와교회개혁을위한장신대교수모임,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등도 “아들 하나 살리자고 교단 전체와 한국교회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명성교회 당회는 불법세습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김삼환 목사는 즉시 교회를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명성교회는 9월 29일 주보를 통해 성도들에게 관련 내용을 알렸으며, 주일예배에서 “하나님과 성도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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