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광야, 청담동에 새 공연장 마련하고 뮤지컬 〈더 북〉 올린다

갑작스런 공연장 이전에도 예비하신 더 좋은 무대로 옮겨 … “문화사역, 멈추지 않을 것”

눈앞이 막막했다. 아니 갈 곳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아낌없이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마련했던 극장을 갑자기 비워줘야 될 상황. 억지로 버텨볼 수도 있었지만 순종하는 마음으로 나왔고, 더 좋은 곳을 마련해주시리라는 확신으로 기도했다. 하나님은 응답하셨다. 그리고 더욱 아름답게 가꾼 보금자리에서 첫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 보인다.

기독공연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극단 광야가 공연장을 옮기고 새롭게 관객들을 만난다. 10월 1일~12월 21일 서울 청담동 광야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더 북:성경이 된 사람들>(이하 <더 북>)의 막이 오른다.

지난 여름, 극단 광야는 갑작스럽게 공연장을 옮겨야 할 상황에 놓였다. 대학로에 기독 뮤지컬 전용극장을 마련하고 큰 사랑을 받은 지 2년도 채 안 됐을 때였다. 계획된 공연도 있었고, 사람들에게 극단의 위치와 이미지도 굳어져 있었기 때문에 옮기는 것은 큰 손해였다. 계약기간도 남아있었다. 법적으로는 나가지 않아도 됐지만, 극단 광야는 건물주의 사정을 이해하기로 했다. 모든 짐들을 임시로 옮기고 거처를 찾기 시작했다.

김관영 대표는 “극단 광야의 스케일이나 시스템을 맞출 수 있는 공연장은 대학로 안에 더 이상 없었다. 공연의 성지와도 같은 대학로를 떠나는 것이 안타깝고 서운했지만, 하나님의 또 다른 섭리가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여러 곳을 찾아다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역시 하나님의 계획은 실수가 없었다. 8년 이상 비어있던 청담동 건물의 공연장을 좋은 조건에 계약하게 됐다. 대학로를 떠나면서 받았던 보상금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낡은 장의자를 고급 의자로 교체하고, 음향, 조명, 냉방까지 모두 새롭게 바꿨다.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쉴 수 있는 로비, 티켓박스와 간판 등 뜨거운 여름날 단원들의 땀이 스미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극단 광야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뮤지컬 &lt;더 북&gt;을 올린다. 극단 광야 윤성인 대표(앞줄 왼쪽 첫 번째)를 비롯한 단원들은 관객들을 처음 맞이할 준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극단 광야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뮤지컬 &lt;더 북&gt;을 올린다. 극단 광야 윤성인 대표(앞줄 왼쪽 첫 번째)를 비롯한 단원들은 관객들을 처음 맞이할 준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윤성인 대표는 “새로운 공연장은 구조가 잘 되어 있어서 관객들이 무대에 집중하기가 편하고, 공연하는 배우 입장에서도 관객과 소통하기가 쉽다”면서 “좌석 수도 197석으로 늘어났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대학로 때와 같은 아기자기함은 없어도 훨씬 세련된 곳에서 쾌적하게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협력교회들도 큰 힘이 됐다. 극단 광야의 사역을 귀하게 여기는 교회들은 후원과 기도, 전체 대관 등으로 기독공연이 부흥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매년 성도들과 함께 극단 광야의 뮤지컬을 관람하고 있는 현상민 목사(성산교회)는 “어떨 때는 설교보다 공연 한 편이 성도들의 가슴 속에 큰 복음의 씨앗으로 심긴다”면서 “교회로서도 좋은 기독공연들이 발전하는 것은 큰 축복이다. 새 단장한 공연장에서 또 다른 열매들을 많이 맺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6월 24일에 대학로를 떠난 이후 3개월 만인 9월 30일, 극단 광야는 감격적인 개관감사예배를 드린다. 눈물로 떠나왔지만 하나님은 기쁨으로 채워주셨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새로운 곳에서 관객들을 만날 작품은 극단 광야의 대표작이 된 뮤지컬 <더 북>이다. 종교개혁 100여 년 전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목숨을 걸고 성경을 번역한 ‘롤라드’의 이야기를 담았다.

롤라드는 가톨릭교회가 사제 외에 일반인이 성경을 소유하거나 번역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던 영국에서 성경을 영어로 번역한 이들이다. 가톨릭교회에 잡혀서 심하게 고문당하거나 처형당했던 롤라드의 대부분은 영국 소도시와 촌락의 장인, 하급 성직자 등 평범한 서민들이었다. 세상을 구원할 진리가 담긴 단 한 권의 책을 둘러싸고, 그 책이 세상에 널리 퍼지는 걸 막으려는 권력자들과 그들에 맞서 온 세상에 진리를 전하려는 평범한 이들의 대결이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성경을 잘 아는 크리스천 관객들이라면 지금은 언제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성경이 어떻게 온 세상에 퍼지게 됐는지, 그 한 권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다.

월, 화, 목, 금요일 저녁 7시 30분, 공휴일과 토요일은 오후 1시와 5시 공연이다. 10월 1~5일은 개관 기념으로 티켓 가격을 2만원으로 할인한다. 그 외 10월은 2만5000원, 11월 3만원, 12월은 3만5000원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오른다.(문의:02-741-9182)

앞으로 광야아트센터는 뮤지컬뿐만 아니라 CCM이나 영화 등 다양한 기독문화의 중심이 되는 꿈을 꾸고 있다. 공연 레퍼토리를 더 다양화하고, 문화 사역자들에게 저렴하게 대관도 하고, 각종 문화 세미나와 포럼도 열고, 아티스트들이 편하게 찾아와 한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는 장을 세워나간다는 포부다.

윤성인 대표는 “이제 문화사역은 다음세대에 맞춰가야 한다. 너무나도 달라진 문화를 소비하는 다음세대에게 기독문화가 복음의 연결고리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면서 “이를 위해 극단 광야는 한국교회와 동역하고 싶다. 누가 와도 돈 아깝지 않은 콘텐츠를 생산하겠다. 많이 기도하고 응원해달라”고 부탁했다.

극단 광야는 그 어렵다는 대학로 공연 시장에서 기독 뮤지컬로 흑자를 내면서 공연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 또 다른 하나님의 기적을 사모한다. 불모지와도 같은 강남 한복판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찬양과 경배로 채워질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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