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섭 목사(순천 대대교회)

공학섭 목사(순천 대대교회)
공학섭 목사(순천 대대교회)

제104회 총회에 목사 장로 정년연장 헌의안이 올라와 있다.

먼저 정년연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진정한 의도를 묻고 싶다. 교회를 위함인지 아니면 개인의 욕심에서 비롯된 일인지 궁금하다. 어느 정도는 교회의 안정성을 위한 좋은 의도가 담겨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년연장에 대한 요구가 정말 개척교회나 농촌교회에서 이름 없이, 빛 없이 섬겨온 목사나 장로들만의 순수한 의견이라 할 수 있는가?

설령 이 주장이 순수하게 교회를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판단은 목사 장로들만의 몫이 아니다. 교인들의 생각을 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과연 오늘날 교인들은 목사 장로의 정년을 늘려주기를 원하고 있을까. 특히 장로총대들은 교인의 대표로서 그들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대다수 교인들의 정서가 어떠한지를 살피고 판단해야 한다. 목사 장로들은 교인들이 아직 아쉬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은퇴를 결행하는 편이 더 좋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정년연장을 주장하는 의견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실제 과거에 비해 우리 사회의 기대수명은 크게 높아졌다. 목사의 경우 연륜이 깊어질수록 목회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또한 ‘정년’이라는 문제를 일률적으로 법제화하고, 정말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들마저 강제로 그만두게 하는 제도에 비합리적인 면이 있음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핵심은 정년연장 문제를 주장하고 결정하는 목사 장로들이 현재 그 자리에서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라는 점에 있다. 결국 정년연장의 결정은 더 많은 시간 동안 특권을 누리고자하는 욕망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노후보장이 안 되는 미자립교회 목사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앞세우기도 하지만, 여기에도 목회를 생계수단으로 삼으려 하는 태도가 아니냐하는 논란이 뒤따른다. 미자립교회 은퇴목사 생계보장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려 한다면, 이는 평균케 하는 원리를 따라 살림이 더 넉넉한 교회들에서 맡아주는 게 성경적이라 본다.

농어촌교회에 남성 중직자를 세우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로 장로 정년을 3년가량 연장해주기를 원하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 필자도 농촌교회를 섬기고 있지만, 시골교회 장로님들은 대부분 시무연장 문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당회를 유지하여 노회의 전체 총회총대수를 늘리는 문제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만약 예외적으로 농어촌교회 장로들에게만 시무연장을 허락한다하더라도, 3년 후에는 다시 같은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예외조항 하나가 생기면, 여기에 계속해서 새로운 예외가 둘 셋 추가되는 부담스런 상황이 우려된다. 현행 70세 정년으로 충분하다.

해마다 수많은 신학생들이 입학하고, 수많은 목사가 배출된다. 현 상태로도 수요와 공급이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적체상황을 겪는 후배 목사들을 위해 정년을 조절하는 게 바람직한 방법이 아닌 것처럼, 정년연장을 장려할 상황은 더욱 아니다. 필자는 정년연장 문제보다 신학교 입학생 규모 조정 문제가 차라리 더 시급한 논의사항이라고 여겨진다.

정년연장 문제에 있어서 우리 사회의 정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의 사람들이 무슨 세상사람 눈치 보느냐고 핀잔을 하실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목사 장로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며, 우리가 목회하는 대상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들과의 소통 없이 건강한 목회를 할 수 없다. 현재 일반 직장들의 정년 연장 문제도 논의 중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60세를 정년기준으로 삼는다. 이에 비해 우리 교단의 경우 목사 장로는 만71세 생일 전날까지 정년이 보장된다. 그런데도 정년연장을 더 바란다면 이는 명백히 사회정서를 거스르는 일이다.

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진리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면 그 사회의 보편적 사고를 벗어나지 않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 지혜다. 정년 연장은 논의 그 자체만으로도 잃을 것이 더 많다. 논의할 수 있는 자유마저 유보하는 것이 한국교회 모두를 위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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