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규 교수(총신대신학대학원)

박용규 교수(총신대신학대학원)
박용규 교수(총신대신학대학원)

칼빈주의는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믿는다. 세상의 역사가 인간들의 역사처럼 보이지만 역사를 이끌어 가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이것은 성경이 증거하고 역사가 증언한다. 그러나 칼빈주의자들은 인간의 책임이 하나님의 주권과 결코 모순되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 사양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이 증거하고 스코틀랜드 장로교와 미국의 장로교가 증거하듯이 장로교는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확고하게 견지하면서도 하나님께서 믿음의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나가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주어진 책임을 충실하게 감당했다. 국가의 위기에 방관하지 않았고, 사회적 위기에 침묵하지 않았고, 민족의 죄악을 묵인하지 않았다. 장로교는 사회적 책임과 민족적 책임을 조금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낙스의 스코틀랜드 장로교가 그랬고, 청교도 전통의 미국장로교가 그랬으며, 그런 전통 속에서 교육을 받고 파송을 받은 한국 선교사들이 그랬다.

올해는 주지하듯이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이다. 감사하게도 존경하는 전국의 목사님들과 교우들의 기도로 총신대학교가 점차 회복되고 있고, 총회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제104회 총회는 우리 교단만 아니라 전체 한국교회, 더 나아가 세계교회에 사회와 민족을 선도하는 장로교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 총회로 온전히 회복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 아름다운 전통을 계승하며 부끄러운 모습을 일소하고 교단과 한국교회 전체를 위한 지혜로운 결의를 도출하는 성 총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번 총회도 지난 1년 동안 신학교수들이 깊이 연구하고 발표한 보고서를 존중하면서 관련 안건 하나하나를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104회 총회는 총회 산하 여러 조직들이 유기적으로 교단의 발전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심도 있는 모임을 가지며 합리적인 결론들을 도출하여 총회에 상정한 안건들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별히 신학적 방향을 결정하는 신학부의 연구보고서는 위원들과 연구위원으로 위촉을 받은 교수들이나 목회자들의 연구물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총신대학교 10명의 교수들이 심도 있게 연구하여 총회에 보고한 WEA와 로마가톨릭에 대한 신학부 연구보고서는 수준 높은 연구물들이다. 이번 <신학지남>도 이들 연구논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특집으로 실었다. 총신 교수들은 하나 같이 WEA와 교류를 단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로마가톨릭이 이단성이 있지만 이교로 지정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는 일치된 의견을 개진했다.

지금 한국교계와 신학계는 우리 총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WEA는 문제가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역사적 기독교 전통에 서 있다. 미국의 형제교단인 PCA, 미국의 보수적인 리폼드신학교,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칼빈신학교, 트리니티신학교 모두 WEA와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만약 총회가 WEA와 관계를 단절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국내외의 복음주의 교단들과 신학교와의 교류단절은 물론이고 개혁주의 전통의 해외 유수한 신학교에 유학을 가는 것도, 해외에서 복음주의 선교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들어질 것이다. 존경하는 총대들의 지혜로운 판단과 결정을 통해 이번 104회 총회가 앞으로 한국교회와 민족, 더 나아가 세계교회를 선도하는 장로교단의 위상을 회복하는 중요한 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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