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퇴임 앞둔 총회장 이승희 목사

‘희망 위한 변화’ 강조했던 103회기, 안정적 총회 운영 통해 신뢰회복 기초 마련 보람
지속 가능한 대안 제시하는 제도 마련 중요 … 연합·통일사업, 포용과 실효성 갖춰야


퇴임을 앞둔 총회장 이승희 목사는 103회기를 안정과 신뢰 회복의 기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교단을 이끌면서 체득한 경험과 지혜도 밝혔다. 이 총회장은 많은 잠재력을 가진 교단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한계 짓는 소극적 사고와 창의적 논의가 불가능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속가능한 정책 및 대안을 제시하는 제도장치 마련과 교회연합 및 통일에 있어 포용과 실효성 있는 사업 전개를 주문했다. 퇴임 10여 일을 앞두고 있는 이승희 총회장을 만나 교단이 나아갈 방향을 들었다. <편집자 주>

▲103회기가 출범한 지 벌써 1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한 회기 동안 교단을 이끌면서 가진 보람을 나누신다면.

=이번 회기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지나왔다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라 할 수 있고, 보람으로 다가옵니다. 큰 이슈도 없었고, 임원들로 인한 추문이나 불협화음도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교단에 대한 신뢰회복의 기초를 놓았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강원도 산불 모금에서 보듯 예년에 비해 월등히 많은 후원금이 모금된 것은 교단신뢰도가 높아졌다는 방증입니다. 위태로운 총신 재정에 관심과 헌신의 장을 마련하는 등 불안정한 시스템을 안정화시킨 점, 나아가 북핵 NAP 목회자 추문 등 민감한 사안에 선행적이고 선명한 입장을 표명한 것도 보람이었습니다.

개혁신학과 교단 정체성은 철저히 지키되 한국교회 전체를 위해 때로는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포용성을 가져야 합니다.
개혁신학과 교단 정체성은 철저히 지키되 한국교회 전체를 위해 때로는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포용성을 가져야 합니다.

▲103회기 기치는 변화와 희망이었습니다. 회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평가하신다면.

=대부분 변화에만 방점을 두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변화는 하나의 수단이었습니다. 103회기 방점은 희망이었습니다. 희망을 위해 변화를 외쳤던 것입니다. 총회를 향해 실망하고 기대가 떨어진 것은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며, 희망을 주는 첫걸음은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신뢰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먼저 총회임원들이 바른 길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총회회관의 분위기에 신경을 썼습니다. 고성이나 다투는 모습도 사라졌고, 특정인의 놀이터가 되는 것도 사라졌습니다. 계파와 계보에 의해 총회가 좌지우지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은 변화였습니다. 교단을 바라보는 구성원들에게 희망의 씨앗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회기를 시작할 때의 기대감에 충족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교단을 이끌면서 체감한 우리 교단의 잠재력은 무엇이며, 이를 극대화할 방안을 제안하신다면.

=먼저, 역사입니다. 긴 역사 속에 담겨 있는 저력은 보이지 않지만 실로 크다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교세입니다. 교세는 분명 우리 교단의 강점입니다. 인적 자산이 많다는 의미지요. 그리고 좋은 신학을 갖고 있습니다. 총회장으로서 타교단과 교류하면서 체감한 비교할 수 없는 강점이자 잠재력이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강점을 극대화하려면 모두에게 시너지 효과를 거둘 균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능력 있는 이들이 교단에서 일할 수 있는 길목이 좁습니다. 전문성과 지속성을 갖추는 시스템 구축과 인재등용에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총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내부적인 어려움은 없었나요.

=우리가 가진 장점이 많음에도 폐쇄적인 사고로 인한 한계도 컸습니다. 스스로 한계를 짓게 하고, 그 한계를 넘으려면 반발이 생기는 등 부정적 요소들로 에너지를 허비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실제 총회장에게 주어지는 권한이 없습니다. 새로운 것을 하려면 수임사항이 아니라 하고, 일을 하지 않으면 무능하다고 평가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발전적으로 일을 하려하면 온갖 험담과 억측 소문으로 위축시키는 등 네거티브가 일반화되어 있어 큰 문제입니다.

실제로 하는 일에 대해 오해가 많았습니다. 현재 순적하게 진행되고 있는 은급재단, 총신 정상화 등 여러 현안을 로드맵대로 진행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생각과 맞지 않다고 해서 오해하는 일이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특정한 일에 소수가 독점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상비부 중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덧붙여 자신들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않으면 총회장과 임원들을 압박하는 부분도 반드시 없어져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변화와 희망의 걸림돌은 교단 규모에 맞지 않은 소아적이고 패쇄적인 사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제도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제도와 체계를 바꿔야 하겠지요. 그러나 근원적으로 구성원들의 사고전환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총회는 정치하는 곳이 아니라 정책과 방향을 개발해 산하 교회와 한국교회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리고 서로 존경하고 격려하고 섬기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아쉽게도 교회의 부흥과 교단 발전을 위한 정책개발과 대안 제시가 약합니다. 방향성을 제시하는 교단은 요원한 일일까요.

=이번 회기는 두드러진 계파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발전적인 일이 드러난 것도 없었습니다. 교단이 창의적이고 정책적인 일을 해야 미래가 밝습니다. 그러나 분쟁과 갈등이 이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 회기동안 임원회 안건 대부분이 송사 처리였습니다. 교회의 재산과 존립 문제가 달려 있기에 방치할 수 없어 총회임원회 힘으로 해결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분쟁이 생기면 이미 개입하는 손이 있어 또 다른 문제를 촉발시키고, 심지어 총회임원들을 분쟁 프레임에 가두려는 일이 많았습니다. 분쟁 당사자 간 스스로 해결하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하고, 총회는 미래 정책에 집중하는 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책개발을 위해 소수의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싱크탱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여기서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일을 하고, 총회가 이를 선별적으로 취합해 대안을 만들어 가면 될 것입니다.

대담=주필 김관선 목사
대담=주필 김관선 목사

▲다가오는 제104회 총회는 교단적으로 파장을 줄만한 정치사안이나 인적 교체가 없어 보입니다.

=이번 총회는 특별한 이슈가 없어 보입니다. 첨예했던 총신 문제도 정상화 길로 가고 있고, 은급재단도 계속 총회가 승소하고 있습니다. 블랙홀이 될 만한 사안이 없는 이때에,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정책들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104회 총회를 이끌 김종준 목사님의 탁월한 리더십이 더 빛을 발하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 믿습니다.

▲교회연합은 세력 키우기가 아니라 교회의 안정과 성장을 위한 울타리와 보호막이 되어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교회 연합이 안고 있는 과제는 무엇일까요.

=103회기에는 교단이 연합사업에 앞장섰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교총을 중심에서 이끌었고, 법인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3·1운동 100주년, 8·15구국성회, 부활절연합예배 등에서도 주도적으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한계도 있었습니다. 개혁신학과 교단 정체성은 철저히 지키되 한국교회 전체를 위해 때로는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포용성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예장통합 총회임원들과 가진 연합기도회에서 교단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한국교회 연합의 방향성을 선명하게 선포했습니다. 이마저도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해하는 이가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연합에 있어 우리 교단이 주도하는 것이 맞다면 보다 포용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대사회 대정부를 상대함에 있어 개교단으로는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교단이 지속가능한 독자적 통일사업의 길을 열었습니다. 실효성있는 사업 전개와 함께 교단이 추구할 통일 방향성은 무엇일까요.

=얼마 전 통일부로부터 대북사업자로 지정을 받은 것은 획기적인 일입니다. 실제 우리 교단은 오래 전부터 남북교류를 위해 많은 노력과 사업들을 전개했습니다. 하지만 불안정했습니다. 몇 해 전 통일준비위원장을 하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교단의 통일 사업의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활동했습니다. 최근 두 차례 방북을 통해 북한 산림총국과 연결되었고, 감사하게 통일부에서 대북사업자로 허락해 주었습니다. 교단적으로 북한선교 나아가 한반도 통일을 위해 기가막힌 기구를 얻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방해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친북 등 극단적 프레임을 만들어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여기에는 통일에 대한 교단 차원의 철학과 공유된 의식들이 부재해서 그렇다고 봅니다. 독일 통일에 있어 교회 역할이 지대했다는 사례에서 보듯이, 북한선교와 통일을 위한 기도운동과 한국교회가 함께 공유할 통일신학과 철학을 세워 가야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한반도 통일에는 교회가 반드시 할 일이 있습니다. 앞으로 교단 차원에서 통일 노력이 끊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통일의 열매가 맺혀지길 기대합니다. 통일과 북한선교는 우리의 숙명적 숙제라는 인식을 가져 줬으면 합니다.

▲끝으로 103회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구성원들에 대한 감사와 향후 계획을 나누신다면.

=먼저 교단 구성원들이 총회장 직무를 잘 감당하도록 협력하고 응원해 준 것이 너무 감사합니다. 임원들에게는 한마음을 지켜 사명 감당한 점에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동안 총회를 섬기느라 반야월교회 교인들과 살가운 소통이 부족했는데, 목회에 집중하며 교인들을 섬기겠습니다. 총회를 섬기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을 총회 발전에 밑거름이 되도록 기도하며 헌신하겠습니다.

정리=김병국 기자 bkkim@kidok.com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