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톨릭 이교 지정·WEA 교류단절은 신중히”

‘마리아여 당신은 우리의 희망 구원 기쁨 주소서’(가톨릭 성가 261장) ‘풍파 중에는 안식처 되사 구원의 손을 펴시며…’(가톨릭 성가 247장)
노래를 ‘마음의 고백’이라고 한다. 그래서 찬송을 ‘곡조 붙은 기도’ 또는 ‘부르는 신앙고백’라고도 한다. 음악은 강력한 힘이 있다. 쉽게 잊혀지지 않고, 전파력도 강하다.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성가 중 마리아에 대한 찬양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로마가톨릭, 이단인가? 이교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신학부는 로마가톨릭에 대해 “이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교 지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WEA와의 단절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기독교 6개 단체 중 일부는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거나 “담임목회자 및 당회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한 단체도 있다고 했다.

로마가톨릭 “이교 지정 반대”
신학부가 로마가톨릭의 이교 지정을 사실상 반대했다. 이는 전현직 총신대 교수 5명의 연구논문을 근거로 내린 결론이다.

신학부는 제103회 총회 결의대로 전현직 총신대 교수 5명에게 로마가톨릭에 대해 연구하도록 맡겼다. 이들 중 3명은 총회의 이교 지정에 대해 반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상원 교수는 이교 지정을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라은성 교수는 이교 지정을 강하게 찬성했다. 나머지 권경철 오태균 김성욱 교수는 이교 지정을 반대했다.

권경철 교수는 6월 20일 총회회관에서 열린 신학부 연구세미나에서 초기 종교개혁자들은 로마 교황을 적그리스도로 규정했지만 18세기와 19세기를 지나면서 로마가톨릭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음을 소개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개인적으로 이교로 지정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교단 차원에서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오태균 교수는 “아직까지는 대화할 여지가 있다”면서 오히려 로마가톨릭을 비판하는 단체들을 비난했다. 그는 “권위가 없는 단체가 가톨릭에 대해 날 선 검을 들이대는 것을 볼 때 우리가 거기에 참여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 결론에서도 “비판하고 반목하기보다는 서로 건설적인 대화와 교류의 장을 통해…사역의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욱 교수는 최종 결론에서 “개혁주의 신학의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의 극단적인 이단교리를 주장하는 일부 종파들도 가톨릭을 이교로 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총회의 로마가톨릭 이교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신학부는 “이단과 이교는 다르다. 이교는 ‘다른 신을 믿는 것’을 말한다”면서 “로마가톨릭을 이단으로 인정하는 부분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교수들의 논문을 종합하면 이교로 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WEA “단절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학부는 김요섭 교수를 비롯해 라영환 정원래 정승원 성남용 교수 등 5명에게 세계복음주의연맹(WEA) 교류에 대해 연구를 맡겼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WEA와의 교류 단절을 부정적으로 봤다.

김요섭 교수는 “WEA는 네트워크다. 따라서 신학적 차이점에 대한 일치된 이해를 도출하기 어렵다”고 했다. 라영환 교수는 “WEA가 WCC와 가톨릭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는 우려된다”면서도 “성경을 가지고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복음을 실천하는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했다. 정원래 교수는 “(WEA 단절은) 내부 의견 수렴도 가능하지 않으며 지지를 받기에도 부족해 보인다”면서 “우려되는 부분에 주의를 요청하고 복음 사역을 위한 협력 관계를 설정하라”고 주장했다.

정승원 교수는 “WEA는 교단이 아니라 협의체”라면서 “WEA와 함께 활동하며 개혁주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교단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남용 교수는 “WEA의 신학은 대체로 건전하다. 우리와 신학적 동반자가 될 수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신학부는 WEA 신학위원장 토마스 쉬르마허에게 공개 질의도 진행했다. 그의 답변을 종합하면 △종교다원주의, 에큐메니칼 신학, 자유주의 신학, 가톨릭 신학, 해방신학, 동성애, 고등비평, 공산주의를 반대한다 △‘WCC와 입장을 같이 한다’는 WCC 부산총회 발언은 사실이 아니며 이는 공개되어 있는 WCC 기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을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개종시키길 원한다 △로마 가톨릭과 선교·전도에 대해 어떤 합의서도 발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신학부는 교수 5명의 연구논문과 WEA 신학위원장의 공개 질의를 바탕으로 “우리 교단이 지켜온 신학적 입장과 크게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교류 단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기독교 6개 단체 “장단점 있다”
신학부는 기독교 6개 단체의 설립 목적과 성격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김성수 목사가 ‘성서한국’을, 신종철 목사가 ‘좋은교사운동’을, 이국진 목사가 ‘복음과상황’을, 이영식 교수가 ‘기독연구원 느헤미야’를, 이정훈 교수와 신종철 목사가 ‘청어람ARMC’를, 임종구 목사가 ‘교회개혁실천연대’를 각각 연구했다. 신학부는 연구논문을 토대로 일부 단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참여”를 제안했으며, 일부에 대해서는 “담임목회자 및 당회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학부가 적극적인 참여 입장을 보인 단체는 좋은교사운동과 복음과상황이다. 신학부는 “기독 교사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기고하거나 강사로 활동해, 공교육 현장에서 개혁신앙을 가진 기독 교사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좋은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밝혔다.

복음과상황에 대해서는 “대체로 건전한 논의들이 있지만 일부 주제는 교단의 입장과 다른 진보적인 입장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복음과상황에게 “교회와 사회의 성숙을 위한다면 우려를 인식하고 좀 더 복음적인 글들을 균형 있게 실어줄 것”을 요청하면서 “우리도 보다 적극적으로 성경적인 관점에서의 글을 기고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학부는 성서한국, 청어람ARMC의 일부 강좌를 지적했다. 신학부는 “우리 교단이 그동안 보수적 관점에서 가르쳐온 낙태문제, 동성애, 차별금지법, 페미니즘 등에 대해 진보적인 견해”라면서 “이러한 강한 주장들은 우리 교단의 신학적 입장에서 볼 때 우려할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단 교회 성도들에게 신앙적 혼란을 일으킬 요소가 있기에 담임목회자 및 당회의 적절한 지도가 요구된다”고 했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도 일부 강좌와 서적이 “이신칭의 등의 신학적 관점이 우리와 많은 차이가 있다”면서 “담임목회자 및 당회의 적절한 지도가 요구된다”고 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에 대해서는 “교회 갱신의 노력이 성경적이거나 장로교 원칙에 따른 것이 아니다. 단순히 민주적 교회운영의 관점”이라면서 “교단 소속 교회에 혼란을 줄 수 있기에 담임목회자 및 당회의 적절한 가르침과 지도”를 요구했다.

한편 한국천부교전도관부흥협회(구 전도관)에 대해서는 ‘사이비 이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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