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약했던 총회역사 공간 잘 채웠다

자긍심 높였으나 내실 있는 관리 과제 시급

총회 103회기는 빈약했던 역사의 곳간을 규모 있게 채운 회기였다.

3·1절 100주년을 맞아 겨레와 함께 한 한국교회의 발자취를 되새기는 기념예배 및 역사세미나를 개최하는 동시에, 전국 교회의 3·1운동 당시 활약상을 취합하며 두드러진 공적을 남긴 교회들에 ‘3·1운동 참여교회’ 현판을 제작해 수여함으로 역사적 자긍심을 한껏 높였다.

금고 안에 갇혀있던 역대 총회록을 전자문서화(PDF)하는 작업을 개시한 것 역시 뚜렷한 성과이다. 예산조달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도 핵심적인 과정을 사실상 완료한 상태여서, 후속작업까지 마무리된다면 우리 총회의 역사를 더욱 깊이 들여다보는 훌륭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 확실하다.

총회역사위원회와 총회임원들이 경북 의성군 중리교회를 한국기독교순교사적지 제4호로 지정하고 현판식을 거행하고 있다.
총회역사위원회와 총회임원들이 경북 의성군 중리교회를 한국기독교순교사적지 제4호로 지정하고 현판식을 거행하고 있다.

지난 회기 무려 10건이나 되는 한국기독교역사사적지와 순교사적지를 배출한 사적지 지정작업은 올 회기에 약간의 속도조절이 있었다. 지정 청원을 한 교회들 대부분이 큰 논란 없이 사적지 지정을 받던 전례와는 다르게 비교적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제104회 총회에 상정된 사적지 지정 청원 대상도 1년 전에 비해 줄어들었다.

반면 중화동교회를 비롯한 백령도의 교회들은 교회사적 비중과 함께, 전원이 총회 산하 인천노회 소속 교회들이라는 특성을 지녀 총회역사위원회가 백령도를 ‘한국기독교의 섬’으로 별도 지정을 청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제104회 총회에서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사적지 지정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되는 셈이다.

북방선교 사역 중 숨진 박은규 목사의 총회 제1호 순직자 등재가 이번 회기에 이루어진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순교자와 구분되는 개념으로서 순직자에 대한 예우가 우리 총회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신호탄이기에 앞으로 이와 관련된 청원이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총회역사관은 상시 관리자가 배치되지 못한 상태에서 여전히 활용이 답보상태이고, 역사자료들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역할을 해야 할 사료실의 정비는 아직 착수조차 못했다. 역사 발굴과 보존 사업들이 ‘외화내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갈 과제이다.

영남과 호남에 비해 수도권과 중부지역의 사적지 지정 건수가 빈약하다는 점 또한 생각해 볼 일이다. 사적지 후보군에 올릴 수 있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해당 교회와 노회 그리고 담당 기관에서 더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발굴할 필요가 엿보인다.
나아가 사적지로 지정된 유물들을 전국 교회와 다음세대의 신앙교육 자료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총회 차원에서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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