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생명을 살리는 한국교회 
[시론] 생명을 살리는 한국교회 
  • 기독신문
  • 승인 2019.09.0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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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훈 원장(한국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한국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한국생명의전화)

필자는 아침에 한국생명의전화 사무실에 출근한 후 야간 상담사들에게 어젯밤에 별일이 없었는지 물어본다. 그러면 늘 한 두건 신고를 했다고 말한다. 전화를 걸어온 분들 중 자살 위험이 심각한 분들을 119구조대와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신변을 안전하게 확보한 경찰은 자살 위험에 빠진 이들을 전문기관에 의뢰하거나 가족들에게 인계한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매일 밤 걸려오는 상담요청자들의 사연을 경청하고 공감하다 보면, 그들의 고통이 마치 상담사 자신의 고통처럼 마음이 먹먹해 진다. 그들은 지금 도움을 받을 곳도 없고 이야기할 곳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막 한가운데 혼자 서 있는 사람처럼 외로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희망의 빛을 잃고 절망의 늪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살고 싶어 한다. 이 세상에서 어떤 도움의 손길도 받지 못할 경우,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지난 한 해 동안 1만2463명이 자살했다. 인구 10만 명당 24.3명으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매일 34명이 자살하고, 자살시도자는 자살자의 10~20배에 이른다.

심각한 심리적, 정신적 충격을 받는 자살 유가족들은 자살자 한 명당 6명이 발생한다. 거기에다 지난 1년 동안 자살충동을 느꼈다는 사람은 전 국민의 5.1%에 이른다는 통계(통계청 사회조사결과, 2018)를 볼 때, 자살은 거의 우리 모두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국민 생명 지키기 3대 추진원칙으로 자살예방, 교통안전, 산업안전을 목표로 정했다. 그리고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 수립, 복지부에 자살예방정책과 신설,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구성 등 정책과 조직을 확충하고 자살률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를 만들려면,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올해는 여러 생명존중 시민·사회단체들이 등장해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 중 생명존중 시민회의는 지난 6월 생명 살리기, 자살예방을 위한 종교인 선언을 통해 부족했던 자살예방 활동을 참회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생명의전화는 8월 말부터 ‘생명사랑 밤길걷기 대회’를 개최하여, 1만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밤길을 걸으며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대회는 우리의 삶이 칠흑같이 어둡고 고통스럽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걷다보면 희망의 아침이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8월 국민과 함께 하는 자살예방을 표방하며 자살예방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하였고, 라이프호프는 9월 생명보듬주일을 정하고 각종 생명보듬 행사를 펼칠 계획이다. 정부와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자살예방과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일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면 한국교회 어떤가. 교회는 한 사람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생명 존중사상의 뿌리를 갖고 있다. 하나님 사랑과 사람 사랑의 신앙을 실천해 나가는 생명 공동체이다. 교회는 지역사회에서 비교적 잘 조직화 되어 있고, 모임에 힘쓰면서 잘 훈련받은 사람들이 많다. 그러므로 교회는 설교, 교회학교 교육, 그리고 속회나 구역회 같은 소그룹 모임 등에서 자살예방과 생명존중을 교육하고 실천할 수 있다. 필자는 한국교회가 문을 열고 지역사회를 섬기고 돌보면서 자살예방에 앞장선다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더 가파르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자살 위기에 처한 분들이 마지막으로 찾을 수 있는 곳, 자살 유가족들이 하나님의 위로와 평안을 되찾을 수 있는 곳, 바로 그곳이 교회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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