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한 분노가 강산을 뒤덮는다. 일제강점기에 저지른 자신들의 악행에 대한 극우세력의 몰염치한 태도와,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우리 쪽의 움직임을 경제보복으로 윽박질러 중단시키려는 아베 정권의 치졸한 모습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온 겨레의 공분을 일으켰다. 여기에 3·1절 100주년과 광복절 74주년이라는 역사적 시점과 맞물려 저항의 기류가 한껏 커졌다.

동해 저편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는 망언과 도발, 그리고 여기에 맞서는 우리 정부와 시민들의 움직임이 언론과 SNS를 통해 중계되면서 투쟁은 매일 새로운 동력을 공급받는다. ‘노 재팬’(No Japan)이라는 구호 아래 일본산 제품 불매, 일본여행 취소 등에 이어 한 동안 잠잠했던 친일잔재의 청산까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회에도 눈여겨 볼만한 행보들이 나타난다. 한일 과거사를 되새겨보는 세미나가 열리는가 하면, 일본의 여전한 제국주의적 행태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거나 구국기도회를 갖는 등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세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일제의 침략과 도발에 맞서 민족의 자주독립을 주창하는 일에 앞장섰던 모습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조국의 자주권을 수호하고 역사적 진실 규명에 앞장서는 것과는 별도로, 한국교회는 일본을 복음과 사랑으로 품는 사역 또한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런 시국에조차 노골적으로 과거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거나 사대주의적 태도를 드러내는 반민족 진영 논리에 가담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선교공동체로서 그리고 화해공동체로서 사명을 회복하자고 드리는 말이다.

동족의 과오를 사죄하기 위해 한국 땅을 찾아오는 일본 기독교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모습과 더불어, 선의를 지닌 일본인들과 연대하여 평화와 진리 그리고 긍휼의 길을 찾는 노력들이 꾸준히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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