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같은 믿음의 소망 그렸다”

그림 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현무암 돌담 넘어 낮은 지붕의 집들과 푸른 밭이 펼쳐져 있다. 작은 숲 사이로 예배당이 보인다. 날씨마저 화창해 더욱 평화롭다. 담쟁이 넝쿨과 이끼로 덮인 돌담은 제주도의 강한 비바람에 씻겨 늙어가고 있다. 저 돌담은 태풍이 불어도 서로에게 기대어 무너지지 않고 견뎠으리라. 돌담이 없었다면, 그 너머 평화로운 풍경도 없었을 것이다.

교회 공동체의 힘과 소명을 담은 작품 <우리 함께>로 제38회 국전에서 특선한 윤석응 장로.
교회 공동체의 힘과 소명을 담은 작품 <우리 함께>로 제38회 국전에서 특선한 윤석응 장로.

제38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수상작 전시회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화랑전시관에서 8월 29일까지 열렸다. 수상작 중 구상부문에서 ‘특선’에 오른 수채화가 눈에 들어왔다. 윤석응 장로(안산동산교회 원로)가 출품한 <우리 함께>라는 작품이다.

“존경하는 김인중 목사님이 작품명을 지어주신 겁니다. 작품명을 고민하면서 목사님께 그림의 의미를 설명 드렸더니 <우리 함께>로 지어주셨습니다. 너무 좋은 이름이지요.”

전시회에서 만난 윤석응 장로는 열정이 넘쳤다. 윤 장로는 대한민국미술대전(이하 국전)에 도전하기로 결정하고 작품구상을 하면서 신앙적인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회의 온갖 비판과 도전을 받고 있는 교회에 힘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 소망을 ‘제주도의 현무암 돌담’으로 형상화 했다.

“돌담은 우리 성도들을 의미합니다. 성도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교회를 지키고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가자는 소망을 담았습니다. 공동체로서 우리는 함께 해야 합니다.”

윤석응 장로는 올해 73세다.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과 복음을 향한 열정은 청년이었다. 인생도 도전정신으로 가득했다. 그는 청년 시절 음악을 좋아했지만 생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1979년 33살에 안산에서 건설업을 시작해 25년 동안 열심히 살았다. 단벌 감색 양복을 입고 전도하던 김인중 목사를 만나서 주일학교 이후 떠났던 교회에 등록했다. 동산교회에서 장로로 헌신하며, 건축위원장을 맡아 안산동산고등학교 내 예배당과 현재 상록구청 앞 예배당 건축에 앞장섰다. 현 예배당 건축을 위해서 한국 최고의 건축가 승효상 대표(종합건축사무소 이로재)를 찾아가 설계를 요청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청년 시절 이후 잊고 있던 예술의 꿈도 시작할 수 있었다. 장로 은퇴를 앞둔 66살, 김인중 목사가 설교에 미국의 국민 화가 모지스 여사를 예화로 들었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라는 책으로 유명한 애나 메리 모지스 여사는 76세에 처음 붓을 잡았다. 101세에 죽기 전까지 그림 1600점을 그렸고, 그녀의 그림들은 크리스마스카드에 1억장 이상 실렸다.

“설교를 듣고 바로 동네 화실에 등록해 그림을 배웠습니다. 매일 3시간 이상 그림을 그렸지요. 그림을 그리면서 급하고 모났던 성격도 바뀌고, 세상과 사람과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 예수님께서 생명을 주신 사람들이 모두 아름답습니다.”

윤석응 장로는 그림으로 제2의 인생을 맞고 있다. 73살에 한국 최고의 국선에 도전했고, 복음의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특선’까지 받았다. 앞으로도 새로운 삶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윤 장로를 보면서 ‘사람은 몸이 아니라 정신으로 늙는다’는 말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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