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있는 협력 강화로 시대적 도전 극복하라
양 교단 연합운동은 한국교회 이슈 대응에 큰 영향 … “교류 내실화 더욱 힘써야”

예장합동과 통합은 1959년 분열되고 난 뒤 1962년과 1967년 두차례 합동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이후 두 교단간 합동논의는 잠잠했다가 26년이 지나 고개를 다시 들었다.

1995년 1월 예장합동 김덕신 총회장과 예장통합 김기수 총회장이 양 교단 신년하례회에 참석했다. 양 교단은 그 해 8월 15일 8.15광복기념예배를 함께 드렸고 9월 1일 한장총 소속 8개 교단의 일원으로 ‘광복 50주년과 장로교총회 80주년 기념예배’도 같이 했다. 참여교단들은 ‘한국장로교 공동신앙선언’을 선포했으며, 예장합동과 통합의 교단간 일치가 다시 진전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러나 그해 가을 예장통합은 여성안수를 가결했으며 예장합동과 통합과의 재합동 움직임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예장합동교단은 예장통합교단과의 교류를 이어왔으나 예배 교류 정도의 수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교단의 연합사업과 예장통합과 만남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단을 위해서라도 한층 전문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사진은 2017년 예장통합과 함께했던 ‘종교개혁500주년기념 장로교심포지엄’ 모습.
예장합동교단은 예장통합교단과의 교류를 이어왔으나 예배 교류 정도의 수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교단의 연합사업과 예장통합과 만남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단을 위해서라도 한층 전문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사진은 2017년 예장통합과 함께했던 ‘종교개혁500주년기념 장로교심포지엄’ 모습.

양 교단 교류와 재합동 논의에 대한 불씨는 1998년 들어서 다시 한번 피어올랐다. 그 주인공들은 당시 예장합동 총회장 길자연 목사와 예장통합 총회장 유의웅 목사였다. 양 교단 임원들은 서울시내 동보성에서 모임을 갖고 ▲양 교단 기관지에 상대교단 총회장 신년사 게재 ▲신년 시무예배와 하례회에 양 교단장이 교차 참석 축사 ▲구국기도회 개최 ▲신학자 교류 및 신학 학술포럼 개최 ▲하나되기 위한 방안의 장기적 연구 등 6개 합의안을 도출했다. 길자연 총회장은 합의사항대로 강단 교류와 화해와 일치 포럼 개최 등을 진행했고 장로교단 구국기도회까지 이끌어 냈다. 그러나 이후 통합과 재합동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으며 교단간 교류만 중지는 되지 않은 채 간헐적으로 명맥을 유지해 오는 실정이 됐다.

길자연 목사 이후 총회장에 당선된 김도빈 목사는 정견발표를 통해서 “보수교단들과 교류 폭을 넓혀 나가겠다”는 말로 교단 내에 여전한 예장통합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대변하면서 통합보다는 좀 더 보수적인 다른 교단들과 협력방안을 고려해 보겠다고 언급했다. 이후 총회장들 역시 교단신년하례회 때 양 교단 총회장이나 총무들이 상호 방문해서 불규칙적으로 인사를 하는 정도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교단은 교단연합기관들에 함께 속해 있었기 때문에 만나지 않을 수 없었고 특히 2008년 ‘제주선교 100주년 기념 장로교연합감사예배’에서 당시 총회장 최병남 목사는 통합측 총회장인 김삼환 목사는 물론, 합신 기장 총회장들과 함께 강단에 서서 예배하고 기도했다.

그러나 2013년에 부산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가 개최됐을 때, 예장통합은 적극적으로 유치에 참여했고 예장합동은 반대운동에 앞장서면서 양 교단 관계는 다시 악화됐다. 또 2014년 안명환 총회장 당시에는 양 교단 증경총회장들이 ‘한국교회 치유와 회복을 위한 연합기도회’를 개최했다가 누구보다 통합측과의 교류를 반대했던 증경총회장들이 이율배반적인 행위를 한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양 교단 관계가 다시 새롭게 전환된 것은 김선규 목사가 총회장이 된 이후부터다. 김선규 총회장은 2017년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아 예장통합과 공동으로 기념사업을 두 차례 진행했다. 양 교단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연동교회와 승동교회에서 그 해 6월과 7월 ‘종교개혁500주년기념 장로교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양 교단은 ‘예장통합 합동 공동기도문’을 발표하고 “100회 총회를 지낸 우리 장로교회가 하나님의 은혜로 큰 부흥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하나되지 못하고 분열한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라고 고백했다. 김선규 목사 이후 교단 차원의 모임은 다시 임원간 상견례나 연합기도회 형태로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양 교단 교류 역사를 살펴볼 때 앞으로 교단간 교류 및 연합사업 공동참여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된다. 교단간 재합동은 양 교단 어느 누구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으나 교류 및 연합사업 참여는 신학적 문제와 무관하고 한국교회의 유지 및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증경총회장 길자연 목사는 “양 교단 연합운동은 신학적으로 하나되자는 것이 아니며 또 우리 교단만 폐쇄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면서 “나는 예장통합과의 교류를 적극 추진할 때 우리 교단의 건전한 신학적 입장을 전달하여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증경총회장 김선규 목사는 “국내에 수많은 교단이 있지만 우리 교단과 예장통합은 교단의 규모와 영향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두 교단만의 교류를 지속해야 한다”면서 “두 교단이 먼저 뜻을 모아 연합운동의 방향을 제시한다면 한국교회가 대사회, 대정부, 대북 문제 등의 이슈에 대해 훨씬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교단 교류는 길자연 목사와 김선규 목사가 총회장일 때 가장 활발했다. 두 목사는 총회장이 되기 전부터 연합운동에 깊이 참여하면서 연합운동의 필요성을 익히 체득했던 사람들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길자연 목사는 기독교북한선교회, 영성목회연구원, 세계복음화협의회, 한국항공선교회 등의 책임을 맡아왔다. 길 목사는 총회장을 역임한 이후에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이사장,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이사장, 평화한국, 이사장, 한국미래포럼 이사장 등으로 일하고 있다. 김선규 목사도 총회장이 되기 전에 한장총 대표회장, 한기총 서기 2회, 한기총 선교분과위원장과 병원선교협의회 초대 대표회장 등 연합기관 사역을 오랫동안 했다. 김 목사는 총회장이 된 이후 한교총 대표회장, 현재 외항선교회 법인이사(현) 등으로 활동했다.

모 연합기관 관계자는 “예장합동 연합사업은 관심을 가진 총회장들이 재임시 적극적으로 주도했던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특히 길자연 목사는 한기총에 관심이 있었고, 김선규 목사 때는 교단이 한기총에서 탈퇴한 데 대한 대안으로 한교총 창립을 준비하고 있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양 교단만의 만남은 부침을 거듭했지만 사실 양 교단은 한교총, 한장총, 부활절연합예배, 찬송가공회, 대한성서공회 등 여러 연합기관에서 만나고 있다. 또 지역협의회나 교동협의회 등의 차원에서의 협력은 더욱 광범위하고 역사가 깊다. 두 교단이 앞으로 교류 폭을 더욱 내실화해가야 하는 이유는 교회로서의 사명을 감당해야 하고, 한국교회 앞에 놓인 대내외적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끝>

“보다 전문적 협력 필요하다”
일회성 만남 아닌 순수성과 지속성 갖춰야

예장합동의 예장통합과의 교류는 지도부간, 정치적, 일회성에 머물러 있는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양 교단 교류가 지속되어야 한다면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첫째, 교단 연합사업에 대한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 이미 예장합동은 다수의 연합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예장합동의 연합사업 참여는 그 존재만으로도 무게가 있다. 따라서 조만간 교단의 연합사업 정책이 무엇인지 밝히고, 중요한 대사회적 사안에 대한 교단의 입장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이 교단장의 의지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총회본부 실무 책임자의 관심과 관련 시스템 구축이다.

둘째, 교단 내에 연합사업을 전담할 부서가 있어야 한다. 서현교회 이상화 목사는 “연합사업에 의식을 가진 분이 총회장이 되셨을 때 연합사업이 활발했다”면서 “연합사업을 잘 진행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이 목사는 “첫째는 연합사업의 순수성이 있어야 하며 둘째는 지속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사업에서 지양해야 할 것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서 예장합동 교단이 성도수가 가장 많다는 이유로 모든 연합사업에서 설교를 고수하겠다든지 하는 사고방식은 곤란하다. 또 연합사업을 하다보면 그동안 늘 만났던 사람들과 전혀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에 관계자들의 감정이나 이해관계를 넘어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기구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예장합동교단에는 제100회 총회부터 교단연합교류위원회가 상설위원회로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총회장과 총회총무가 당연직으로 임명되어 있고 위원장을 비롯해서 15인의 위원이 있다. 그러나 제101회기와 제102회기 보고서에 따르면 교류위원회는 위원회 설립작업과 한교총 창립에 힘썼고, 제103회 보고서에 따르면 위원회는 단 한차례의 회의만 했다. 올해 교단연합교류위원회는 교단 산하 19개 교회들과 예장통합과 예장고신 교회들과 강단교류를 추진했으며, 오는 제104회 총회에 ‘타교단과의 헌법, 정치, 권징조례 일치 연구위원회 설치’ 등을 헌의하기로 했다. 앞으로 교단연합교류위원회는 중장기적인 전략을 제시해야 할 것이고, 교단간 교류의 폭을 서서히 넓히되 예장통합과 교류의 역사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김선규 증경총회장은 “연합사업을 하면서 통합측은 총회장이 바뀌어도 정체성이 지속되는데, 우리 교단은 리더십에 따라 기조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셋째, 다양한 분야의 협력방안에도 관심을 표명해야 한다. 일례로 양 교단이 한국 내에서 협력하는 정도는 해외선교지에서 양 교단 및 여러 교단들의 협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단, 통일, 다음세대, 대사회적 신인도, 교회 관련 정부의 입법문제 등에 대해서도 예장합동과 통합이 어떤 목소리를 내주느냐에 따라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안양석수교회 김찬곤 목사는 “지금은 교단간 경쟁이나 교단 중심의 성장시대가 아니라 마이너스 성장기에 처했다”면서 “외부적으로는 동성애 이슬람 문제와 이와 관련한 입법 시도, 내부적으로는 다음세대 감소와 선교의 출구전략 마련 등 산적한 고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이러한 때에 예장통합과 예배와 교류 등을 통해 협력의 분위기를 지속하면서 교육 선교 연합사업에서 전문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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