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알 권리’와 ‘알릴 권리’ … 언론 통한 검증과 홍보 강화해야
선거비용 ‘총액제’와 책임 정책 위한 ‘러닝메이트’ 도입 검토 필요

선거 시스템 양지로 끌어올려야 산다

# 제101회 총회 개회 하루 전인 2016년 9월 25일 주일 오후. 총회임원 후보로 출마한 A씨는 문자 한통을 받았다. “총대 10명 확보. 300만원 입금 요망.” 곧이어 또 다른 문자가 왔다. “OO지역 총대들 A씨를 지지하기로 했다. 선거 홍보로 1000만원 필요하다.” A씨가 주일 오후에만 받은 문자는 10통이 넘는다. 금액으로 따지면 5000만원 정도를 요구했다. A씨는 “성총회 아닌가? 주님의 일을 하는데 뒷돈을 왜 요구하나? 그것도 거룩한 주일에…”라는 생각에 거절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회유와 협박성 대답이 돌아왔다. “표는 다른 후보로 넘어가는데    괜찮겠나?” “두고 보자. 반드시 낙선시킬 것이다.”

# B목사는 총회 때마다 이상한 문자나 소문을 듣는다. “△△△는 교회와 노회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다더라”와 “◇◇◇는 학력이 불분명하다더라”는 그나마 수위가 낮다. “OOO는 혼외 자식이 있다더라” “XXX는 당회장실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더라” “□□□는 알코올 중독이라더라”와 같은 입에 담지 못할 소문도 접한다. 일명 ‘카더라 통신’을 확인할 길도 없고 진실을 알려주는 이도 없기에 B목사는 그냥 무시하지만 “항상 뒤는 찜찜하다”고 했다.

현 제도상 총회의 선거는 철저하게 음지화 되어 있다. 후보는 언론에 자신의 이름조차 알릴 기회가 없으며, 총대들도 후보의 정책이나 비전을 알 길이 없다. 반면 ‘카더라 통신’은 입과 입을 통해 확대 재생산돼 총회를 흑색으로 뒤덮는다. 후보를 객관화하고 검증해본 일이 없기에 돈이 곧 표심이 된다.

금권과 흑색으로 얼룩진 총회 선거판. “세상 정치보다도 못하다”는 비판을 해결한 방법은 무엇일까? 총회 한 중진은 “현재 총회선거는 음지에 갇혀 있는 꼴”이라면서 “선거 시스템과 문화를 양지로 끌어올려야 한다. 세상 선거처럼만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총회 선거규정을 다 뜯어 고쳐야 하나? 결론부터 지적하자면, 아니다. 총회 선거규정의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도 선거판을 양지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알 권리’ 제공해야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총대들에게는 ‘알 권리’를, 후보자에게는 ‘알릴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총회 선거규정은 언론에 후보의 이름도 공개할 수 없다. 그러니 언론을 통해 검증을 받거나 홍보할 길도 없다. 후보를 보호하고 기회를 균등하게 준다는 명목이 오히려 그들을 음지선거로 내몰고 있다는 뜻이다.

장봉생 목사(서대문교회)는 “음지선거를 양지로 끌어올리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언론을 통한 검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을 통한 검증 절차만 있어도 섣불리 후보로 나서기 힘들 것이다. 과열된 총회의 선거도 자연스럽게 조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단지 <기독신문>을 통해 후보자 공개 토론회를 하면 검증이 될 것이다. 각종 소문의 진상도 밝혀지기 때문에 흑색선전도 사라진다. 정책과 비전도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총대들도 준비된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관훈클럽 토론회처럼 한 후보를 놓고 다수의 언론이 토론회를 갖는 것도 방법이다. 언론들은 그동안 소문으로 돌았던 의구심을 집중 검증할 수 있으며, 총대들이 궁금했던 점도 해소시킬 수 있다. 또한 총대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들도 드러날 수 있기에 함량 미달의 후보는 자연스럽게 걸러지는 효과가 있다.

국회의원 선거처럼 ‘공보물’을 제작하는 방법도 있다. 총회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들의 이력과 정책, 비전을 담은 홍보물을 제작해 총대들에게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1500명이 넘는 총대에게 우편물을 발송해야 하기 때문에 적잖은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기독신문>을 통한 인터뷰나 공개토론회, 관훈클럽 방식의 토론회는 선거 비용면에서도 가장 효과적이다. 언론을 통한 광고 또한 공보물보다 더 효과적이다. 따라서 “언론을 통한 홍보와 후보 검증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지난해 정견발표회 모습이다. 현재 교단에서는 금권선거로 얼룩진 총회선거문화를 회복하기 위해 선거 시스템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려 정견발표회 외에도 후보자 토론회 및 좌담회 등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정견발표회 모습이다. 현재 교단에서는 금권선거로 얼룩진 총회선거문화를 회복하기 위해 선거 시스템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려 정견발표회 외에도 후보자 토론회 및 좌담회 등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선거관리 “제 역할해야”
현재 총회선거관리위원회의 주요 역할은 후보 자격 검증이다. 공명선거 감시도 있다지만 내부에서도 “효과가 있나?”라는 자성의 소리가 있을 정도로 무의미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과거 선거관리위원회는 총회 당일에도 후보를 확정하지 못할 정도로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해왔다. 따라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최소한의 자격만 심사하고, 나머지 검증은 언론과 총대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후보의 학력이나 경력에 시비가 붙었다면 언론이 검증하게 하고, 선거관리위원회는 본연의 사명인 공명선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품 살포에 대한 감시는 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목사·장로로 구성된 ‘암행어사단’을 조직하는 것이다. 암행어사는 금품 살포 현장에 증거를 수집하고, 보고를 받은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를 즉각 탈락시키는 제도를 만들면 된다. 장봉생 목사는 “암행어사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금품 살포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액제, 음지에서 양지로
정치는 곧 돈이며, 선거도 곧 돈이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만 돈을 음지에서 사용할 것이냐, 아니면 양지에서 깨끗하게 쓸 것이냐의 문제일 뿐이다.

“선거판에 뿌려지는 돈은 그냥 돈이 아니라 성도들의 헌금이다. 이 헌금은 성도들의 피와 땀과 헌신이다. 하나님께 거룩하게 바쳐진 물질인데 개인의 이득을 위해 음지에서 사용한다는 것이 개혁주의냐?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다.”

총회선거판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방법은 ‘총액제’ 도입이다. 총액제란 선거에 사용할 비용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고, 그만큼 사용한 것을 증명하는 제도다. 후보 홍보를 위한 비용은 어떻게 산출했으며, 어떻게 사용했는지 보고한다. 선거 도우미도 등록해 정해진 제도에 따라 정확하게 운동하고, 비용도 지불한다. 선거운동에 사용한 제반의 비용도 근거를 남기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다. 물론 모든 과정을 암행어사가 감시해 총액제를 지켰는지 검증한다.

반면 총액제에는 총대들 식사비와 거마비는 들어가지 않는다. 각종 행사 지원이나 강사 후원과 같은 편법도 포함되지 않는다. 이렇게 ‘돈’만 제대로 감시하고 관리해도 총회의 선거판은 바뀔 수 있다.

러닝메이트 “책임지는 정책”
한편 ‘러닝메이트 제도’ 또한 얼룩진 선거판을 개선할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러닝메이트 제도를 도입하면 개인의 이익에 따라 선거판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총회의 큰 틀을 보는 선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러닝메이트는 또 해당 그룹에서 자체적으로 후보 검증을 하는 효과도 있다. 함께 일할 사람의 자질을 일차적으로 확인해 후보로 내세우기 때문에 총회 선거판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또한 후보 개인의 일탈과 불법은 러닝메이트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화의 효과도 있다.

러닝메이트 제도는 책임 정책에도 도움을 준다. 각종 공약만 무성했던 선거판을 뛰어 넘어 책임을 지고 선거에 임하기 때문에 공수표 남발이 쉽지 않다. 또한 뜻을 함께한 인사들이 당선되기 때문에 총회 정책도 잡음 없이 추진할 수 있다.

“총회 선거판을 보면 세상에 소금과 빛이 되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세상보다 못하다는 지적, 지긋지긋하지도 않나?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금권선거 고정관념 버리자 〈이석원 목사 인터뷰〉

‘브로커와 흑색선전’ 그림자 지워가야

‘깜깜이 선거’로는 불법 못 막아 … 제도 정비 시급

총회 전후로 활보하는 선거브로커들과 난무하는 허위사실 유포 시비는 금권선거 풍토가 존재하는 한 뒤따를 어두운 그림자다. 금권선거의 핵심에는 인간의 욕심. 교단의 엄정하지 못한 법 집행, 각종 계파와 사모임의 존재가 자리잡고 있다.

선거브로커들은 선거철이 되면 “표를 몰아주겠다”는 명목으로 후보자들에게 금품을 요구해왔다. 후보자들로서는 미심쩍지만 불안한 마음에 강하게 거부할 수 없고, 만일 거절할 경우에는 비난과 저주의 말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허위사실 유포도 선거철의 단골 메뉴다. 금품을 살포했다든지,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도덕적인 큰 흠결이 있다든지, 선거법을 어겼다든지 하는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

양자 모두 엄연한 불법이다. 선거판에 뛰어들었던 총대들끼리는 ‘누가 질이 나쁜 브로커다’하는 평을 하고 있지만 딱히 그런 인물들이 처벌을 받은 적은 별로 없다. 허위사실 유포의 경우도 실제적인 징계에 이른 예는 드물다. 총회선거관리위원회와 총회는 매년 금권선거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선관위원을 총회석상에서 직선제로 뽑는 등 다양한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금권선거 불식에 대한 고민은 사실 타교단도 대동소이하다. 관련법을 좀 더 세부적으로 마련해서 시행하고 전자투표, 러닝메이트제, 당연직 선관위원제 폐지 등 아이디어를 내고 있지만 금권선거에서 자유로운 교단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금권선거와 거기에 기생하는 선거브로커와 흑색선전 등이 근절될 방법은 없을까? 교단 내에서는 “이제 강력한 처벌, 즉 교단법으로 근절하기 어렵다면 형사법에 고발조치하는 길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오죽했으면 이런 생각을 할까 싶지만 그 외에는 근본적으로 불법선거를 차단할 방법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부정선거에 대한 총회선거법상 징계 규정도 훨씬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회에서는 선거법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과한다. 국회의원에 당선되어도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부과되면 직책을 상실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또 선거운동의 양성화도 수년째 거론되는 개선책 가운데 하나다. 현행 교단선거법으로는 선거운동기간 2개월 전부터 소속 교회와 노회 이외의 모든 예배와 행사에서 일체 순서를 맡을 수 없다. 그렇다고 언론을 통한 홍보도 제한적이어서 자신들의 출마의 변을 충분히 알리는데 애로를 느끼고 있다. 자신들을 알릴 기회가 부족하니 더욱 불안하고 그 틈을 브로커들이 파고들어 허위사실 시비라도 겪으면 불의한 제안에 마음이 약해질 우려가 커진다.

한편 교단 내에 이모양 저모양으로 존재하고 있는 사설모임들을 정비하고 무엇보다도 총회 직원들이 신분의 보장을 받으면서 소신있게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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