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부터 사전선거, 선관위 규정 무력화 … 금품 살포 악습 곳곳서 기승
촌지문화 타파가 공정선거 관건 … 선거운동 양성화 하고 당연직 제도 없애야

“위험수위 넘은 선거문화, 총대 전원 공범 만든다”

교단에서 시행되는 각종 선거에서 금권선거가 만연해 있다는 것에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금권선거는 교단을 이끌어갈 총회임원 선거에만 횡행하는 것이 아니다. 금권선거는 교단 산하 기관은 물론 상비부장, 심지어 전국남전도회연합회 전국주일학교연합회 등 각 속회에까지 뿌리 깊게 물들어져 있다. 임의단체인 전국장로회연합회 역시도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교단 선거는 돈으로 얼룩지고 있고, 돈으로 자리를 탐하거나 한건 해보려는 심산으로 인해 타락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거권을 가진 이들이 선거마다 경합이 되기를 내심기대하거나, 경합을 부추기는 브로커들이 활개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1표가 아쉬운 후보자들은 선거판에서 돈으로 표를 사는 행태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선거를 하면 금권이 오가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생각’ 때문이다. 공명정대하고 깨끗한 선거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돈으로 표를 사고파는 불량해진 양심을 회복해야 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총대 개개인의 양심에 의존할 수는 없는 법. 이번 기획에서는 교단 구성원의 양심고백과 혼탁한 선거를 부추기는 브로커들의 나쁜 행태를 고발하고, 나아가 금권선거를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면서 금권선거라는 고정관념을 타파할 길을 찾는다.<편집자 주>

  이석원 목사가 고발하는 총회선거 불편한 진실 

“총회선거 위험수위 넘었다.” 교단 내 개혁적인 인물로 꼽히는 이석원 목사가 총회선거와 관련해 양심고백을 하고 있다. 이 목사는 총회선거가 세상선거보다 더 타락했다며 선거제도 개선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총회선거 위험수위 넘었다.” 교단 내 개혁적인 인물로 꼽히는 이석원 목사가 총회선거와 관련해 양심고백을 하고 있다. 이 목사는 총회선거가 세상선거보다 더 타락했다며 선거제도 개선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석원 목사(제천성도교회)는 총회 내 문제에 대해 할 말은 하는 개혁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하지만 그 역시 불법선거라는 불편한 진실을 주제로 기자와 마주하는 게 쉽지 않았다. 예장합동 소속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30년 넘게 교회를 위해, 15년 넘게 총회를 위해 헌신했던 그였기 때문이다. 또한 그 누구보다도 교회와 총회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석원 목사는 “총회도 내 자신도 이대로 가는 것은 교단과 한국교회를 위한 일이 아니다”라며, 내부 고발을 결심한 까닭을 밝혔다. 세상의 희망이 되어야 할 교회이건만, 오늘날 교단의 선거문화는 세상의 그것보다 윤리적으로 더 타락했고 이미 위험수위를 훌쩍 넘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석원 목사는 제102회 총회 총무선거에 출마했고 세 차례 상비부장에 선출되는 등 총회 공직선거를 두루 경험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총회선거를 둘러싼 불법행위의 실상과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대안을 들어보자.

금권·사전 선거로 얼룩진 총회의 양심
총회선거관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총회임원 및 상비부장 선거운동 기간은 ‘후보등록마감일부터 총회 개최 전일까지’다. 올해는 7월 19일부터 9월 22일까지로 약 두 달 가량이다. 하지만 최근 경향을 보면 총회임원 후보의 경우 1년은 기본이고, 길게는 2~3년 전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추세다. 선관위 규정 자체가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석원 목사도 “예전에는 빨라야 6개월이었는데 요즘 보면 1년은 두말할 것도 없고 2년 전부터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봤다. 노회에서 추대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총회임원 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전제로 선거운동을 벌인다. 5월 목사장로기도회 때만 봐도 현관 앞에서 인사를 하며 지지해달라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분명히 선거법 위반이다”고 지적했다.

교회와 교단, 민족과 세계선교를 위해 기도하고 회개하고 특강을 듣는 전국목사장로기도회가 선거운동의 장이 된 지 오래다. 아울러 선거운동 기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총회 행사, 노회 행사, 특히 지역협의회 행사 등에서도 지지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게 다반사다.

그렇다면 뻔히 보이는 사전선거운동을 왜 막지 못할까. 이석원 목사는 “선관위가 제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초록은 동색이기 때문이다. 선관위 요직을 맡는 당연직 선관위원들은 대부분 본인들이 앞서 유사한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사전선거운동을 묵인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사전선거운동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금권선거다. 지난 날 총회는 금권선거를 뿌리 뽑기 위해 제비뽑기로 총회임원을 선출한 바 있다. 하지만 ‘선 제비뽑기 후 선거 제도’를 거쳐 2년 전 직선제가 부활하면서 오래 시간 총회를 얼룩지게 만들었던 악습이 또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선거 승리를 목적으로 한 금품 살포는 총회현장은 물론이고 노회와 지역협의회, 그리고 특정 단체나 모임 등 교단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석원 목사는 “금권선거의 대표적인 사례는 총회임원 후보의 참모가 고급음식점에 총대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20~30만원의 뇌물성 교통비를 전달하는 행태다. 반대로 특정 집단이나 모임에서 후보자에게 금품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 집단의 영향력 있는 인사가 호출하면 후보자가 행사비나 식대를 지급하고 참석자 숫자만큼의 돈봉투를 기꺼이 내놓는다”고 지적했다.

금권선거는 총회임원 선거 전날에 절정을 이룬다. 후보자의 핵심참모가 주요 총대들에게 숙소를 잡아주고, 그곳에서 대량의 금품을 살포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어 금품을 받은 총대들이 또 다른 총대들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식이다. 이와 같이 총대들에게 연쇄적으로 금품이 전달되는 실정이다. 주는 사람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까지, 1600명 총대 전원이 금권선거의 공범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양심까지 팔면서 총회임원이 되려는 걸까. 이석원 목사는 “우선 총회장 등 총회임원이 되면 이전과 대우가 달라진다. 특히 총회임원들에게 행사 순서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그리고 행사를 주최하는 노회나 지역협의회, 교회는 순서비로 적지 않은 금액을 총회임원에게 전달한다. 더구나 한번 총회임원이 되면 부임원 정임원 이후 당연직까지 3년을 총회에서 활동한다. 그 기간 동안 선거비용을 회수하고도 남는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103회 총회에서 총대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현재 총회는 금권선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총회임원선거 전날, 후보자의 참모들을 통해 대량의 금품이 총대들에게 전달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제103회 총회에서 총대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현재 총회는 금권선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총회임원선거 전날, 후보자의 참모들을 통해 대량의 금품이 총대들에게 전달되는 실정이다.

공정한 선거문화 확립을 위한 과제
현재 교단 내에서 금권선거는 관행이나 다름없다. 후보는 돈을 뿌려야만 당선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총대는 금품받는 것을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라고 인식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기저에는 촌지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큰 총회 행사부터 작은 교회 행사까지 소위 거마비가 오가곤 한다. 이를 일종의 예의, 즉 감사의 마음이 담긴 촌지라고 하는데, 이 촌지문화가 교단 내 만연하다. 그런데 촌지에 목적성이 담길 때 곧 뇌물이 된다. 다시 말해 촌지와 뇌물은 한 끗 차이인 셈이다. 촌지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뇌물을 건네는 이도, 또 받는 이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석원 목사 또한 “촌지가 목적성을 띠면 촌지가 아니라 뇌물이다. 그리고 총회임원 선거 때마다 그러한 뇌물이 범람하는 실정이다. 그렇게 욕먹는 세상 선거보다 총회선거가 더 타락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총회는 부끄럽게도 직접선거를 치를 자격이 없다. 최소 ‘선 제비뽑기 후 선거제’로 돌아가야 하는데, 기득권 세력이나 총회를 업 삼아 기생하는 정치꾼과 브로커가 반대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결국 촌지문화 타파가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문화 확립을 위한 최우선 과제다. 촌지문화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석원 목사의 주장처럼 제비뽑기를 재도입하는 게 총회와 총대들을 위해서도 옳다.
아울러 이석원 목사는 선거운동 양성화와 당연직 선관위원 제도 폐지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이 목사는 “사전선거운동을 보고도 제재하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선거운동을 양성화해야 한다. 오히려 선거운동 기간을 늘리고 공청회나 좌담회 등도 늘려 후보의 공약과 자질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선거운동을 양성화해야 한다”면서, 또한 “앞서 언급했지만 당연직 선관위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전관이 선관위원이 되는 것은 사회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연직 선관위원 제도만 폐쇄해도 총회 선거풍토가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석원 목사는 자신 또한 총회 선거와 관련해 무결한 사람이 아니라고 고백했다. 이 목사는 “양심고백을 하고 있지만 나 역시 100% 깨끗한 게 아니다. 인간관계 때문에 돈봉투가 오가는 현장에 간 적이 있다. 하지만 나 자신의 잘못을 돌이키고 싶어서 이 자리에 앉았다. 총회가 달라지기를 바라고 총대들이 달라지길 바라면서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회개하면서, “앞으로 부디 총회임원을 비롯한 선출직들이 당선됐을 때 불법으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 공의로운 하나님의 선택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간절한 소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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