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교단 우호적 협력은 한국교회 흐름 바꿨다
통일찬송가 발행·한기총 설립은 중요한 결과물 … 많은 영역서 의미 있는 결실 맺어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은 한 뿌리에서 났다’는 말은 1959년 이후 60년 동안 각종 연합모임에서 통용되고 있다. 실상이 그렇고 또 한 뿌리에서 났기 때문에 양 교단은 60년간 독자적인 길을 걸어 왔음에도 많은 영역에서 연합하고 협력하며 동행했다.

연합시도와 꾸준한 교류 이어져

연합을 위한 많은 노력들 가운데 가장 먼저 언급할 부분은, 양 교단의 교단 합동 시도다. 1959년 분열 이후 양 교단 내에서는 공적 또는 사적으로 교단 합동 노력이 있었지만, 번번이 구체화되지 못했다. 그러다 1967년 제52회 총회에서 양 교단은 공히 합동위원회를 조직하고 교단 차원의 공식적 합동 논의에 들어갔다. 이듬해 2월 양 교단 합동위원회가 합의서를 작성함에 따라 교단 합동은 가시화되는 듯 했다. 합의서에서 양 교단은 신학문제에 있어 ‘순수한 성서적 신앙을 지키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칼빈주의 정통신학을 고수한다’고 합의했다. 교단 분열의 빌미가 됐던 WCC 관계에 대해서는 ‘양 총회가 다 같이 탈퇴한 현상을 재확인하고 합동과 동시에 WCC에 탈퇴 통고를 보내고 그 직속 기관에도 대표 파송을 중지’키로 합의했다.

교단 합동의 절차도 구체화했다. 양 교단은 교단 합동을 위해 제52회 총회를 파회하지 않고 정회했는데, 이에 합의서에서는 양 총회가 동시에 속회해 합동 합의서를 가결하고, 이후 노회 수의를 거쳐 양 총회장 공동명의로 합동총회를 소집하기로 명기했다. 그러나 이후 예장통합 내부에서 이른바 ‘신중론’이 제기되고, 약속한 총회 속회를 하지 않음에 따라 결과적으로 교단 합동은 무산됐다. 예장합동이 합의서에 따라 1968년 3월 1일 대전중앙교회에서 총회를 속회한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예장통합 상황은 당시 예장통합 측 합동위원장 이태준 목사가 예장통합 김윤식 총회장에게 보내는 글을 예장합동 기관지에 기고함에 따라 유추할 수 있다.

이 목사는 1968년 3월 16일자 신문 기고글에서 “‘반대여론 비등 운운’은 서울 모모기관에 종사하는 몇 사람(10년 전 분열 때 1선에서 활동하던 인사들)이 가지각색으로 합동반대운동을 맹렬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967년과 1968년은 양 교단 역사에서 공히 중요한 시기로, 비록 교단 합동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서로가 그간의 상처를 극복하고 하나됨을 추구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2008년 ‘제주선교 100주년 기념 장로교연합감사예배’에서 당시 예장합동 최병남 총회장(왼쪽 네번째)과 예장통합 김삼환 총회장(왼쪽 다섯번째) 등 장로교단 총회장들이 손을 맞잡고 찬양을 하고 있다.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은 분열 이후에도 한국교회 연합사업을 주도하며 협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합사업으로는 사진 속 제주선교 100주년 기념 장로교연합감사예배를 비롯해 2007년 한국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심포지엄 등을 꼽을 수 있다.
2008년 ‘제주선교 100주년 기념 장로교연합감사예배’에서 당시 예장합동 최병남 총회장(왼쪽 네번째)과 예장통합 김삼환 총회장(왼쪽 다섯번째) 등 장로교단 총회장들이 손을 맞잡고 찬양을 하고 있다.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은 분열 이후에도 한국교회 연합사업을 주도하며 협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합사업으로는 사진 속 제주선교 100주년 기념 장로교연합감사예배를 비롯해 2007년 한국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심포지엄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교회 연합사업 주도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교단 합동은 이루지 못했지만, 양 교단은 전도와 선교 등 공통된 사명 성취에 있어서는 협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특별히 1960년대부터 시작된 민족복음화운동에는 양 교단 소속 교회와 목사들이 주축을 감당했다. 예장합동 소속 김준곤 목사(한국대학생선교회)와 예장통합 소속 한경직 목사가 대표적으로, 양 교단 목사와 교회들은 1973년 빌리 그레이엄 서울전도대회, 엑스플로 74, 1977년 민족복음화대성회, 1980년 세계복음화대성회, 1984년 한국선교100주년기념대회 등에 적극 동참하고 헌신했다. 이외에도 양 교단은 세계선교와 구제 등 교회 본연의 사역을 감당하는 데 앞장서고 협력할 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선도적 역할을 감당했다.

양 교단이 서로 협력해 한국교회를 견인한 대표적 사역으로는 1983년 통일찬송가 발행을 들 수 있다. 1970년대까지 한국에는 통일된 찬송가가 없었다. 그러는 가운데 한국교회는 통일된 찬송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그 가운데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의 협력과 일치는 가장 큰 밑거름이 됐다. 양 교단을 중심으로 조직된 각각의 찬송가위원회는 협력의 결과물로 1983년 통일찬송가를 발간했다. 이후로도 한국교회는 세계에서 유래 없이 교파와 교단을 초월해 하나의 찬송가를 사용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각종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오랫동안 대표적인 한국교회 연합기구였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역시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이 협력한 결과물이다. 대중전도운동과 민족복음화운동, 그리고 각종 일치와 연합 운동을 주도하던 양 교단은 통일문제와 대정부·대사회 대응에 있어 복음주의적 연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한기총 설립을 주도했다. 한기총 위상이 단시간 내에 높아진 것도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현재 양 교단은 한기총에서 탈퇴한 상태이지만, 한기총 설립은 양 교단 연합의 대표적 사례이자 양 교단 연합이 한국교회 연합운동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시킨 사례다.

분열 역사를 연합의 기회로 삼아

양 교단은 연합 정신으로 각종 기념행사를 기획하고, 또 기념행사를 통해 협력을 고취했다. 2007년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 기념해 양 교단은 교단 차원에서 기념행사를 준비했다. 그러다 100주년 기념행사를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기념행사로 열자는데 뜻을 같이했고, 2007년 7월 8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10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초교파 행사인 ‘한국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를 개최했다. 기념대회에서는 예장합동 소속 옥한흠 목사가 설교자로 나섰고, 예장통합 소속 김삼환 목사가 실무대표회장으로 활동했다.

이듬해 2008년에 양 교단은 다시 한 번 한국교회 앞에 아름다운 협력을 선보였다. 2008년은 제주선교가 100주년이 되던 해로, 당시 제주에서 각각 총회를 열던 예장합동, 예장통합, 예장합신, 기장 총대들은 총회 기간 중인 9월 24일 제주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모여 제주선교 100주년을 기념했다. 4개 교단 3950명의 총대들은 ‘제주선교 100주년 기념 장로교연합감사예배’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고, 이 일 역시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의 협력이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가장 최근으로는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양 교단은 두 차례 장로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연동교회와 승동교회에서 연이어 열린 심포지엄에는 양 교단 총회임원들과 상비부장, 특별위원장 등이 참석해 교류했다. 특별히 심포지엄에는 양 교단 총회장들이 번갈아 예배 설교를 하고, 양 교단 신학자들이 교단 연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발제를 해 공감을 얻었다.

이외에도 양 교단은 선교와 구제 등 크고 작은 영역에서 연합을 이어가고 있고, 지역별로도 협력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단 교류로 1999년에는 교단 분열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승동교회와 영락교회가 분열 40년만에 양 교회 담임목사가 강단을 교류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으며, 2009년에는 교단 분열 50주년을 맞아 양 교단 총회장들이 강단을 교류했다. 올해는 예장합동 교단연합교류위원회의 주도로 교단 내 18개 교회들이 지역 내에 있는 예장통합 교회들과 자체적으로 강단교류를 하고 있다.

연합회와 교회 간 아름다운 교류들
장로교회 책임 함께 하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교단 차원의 교류에서는 조심하고, 가려야 할 부분들이 있다. 교리나 역사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다룰 때 등이다. 이에 비해 연합회 간, 교회 간 교류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더 활발하고 연속성 있게 연합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예장합동 내 장로들의 연합체인 전국장로회연합회는 예장통합을 비롯해 예장고신, 예장대신 장로회연합회와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회들은 1년에 4차례 임원초청 간담회와 4개 교단 부부수련회를 통해 교단은 다르지만 같은 장로교인이라는 동질성을 공유하고, 장로의 책임과 역할을 일깨우고 있다. 2017년에는 연합사업으로 조은길 선교사(예장합동)가 사역하고 있는 미얀마 선교지에 도로 포장과 지붕개량, 우물파기 사업을 전개했다. 당시 전국장로회연합회장으로 미얀마 선교 사업을 제안한 송병원 장로(늘사랑교회)는 “첫 번째 연합사업이라 의미가 컸고, 이후로도 선교 차원에서 연합사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 장로는 “교단간 교류를 통해 단순히 연합하는 차원을 넘어 서로 잘하고 있는 시스템을 배우는 기회가 되고 있다”며 연합회뿐 아니라 교단 차원에서의 교류도 증대되길 기대했다.

전국남전도회연합회 역시 예장통합, 예장고신 측과 교류 차원에서 매년 3개 교단 임역원수련회를 열고 있다. 2014년에는 수련회 외에 북한선교 차원에서 북한 봉수교회 건축에 3개 교단 남전도회연합회가 힘을 보탰다. 제33회기 전국남전도회연합회장을 역임한 양성수 장로(신현교회)는 “임역원수련회 전에는 3개 교단이 함께 찬양제를 열었는데, 각 교단에서 3개 교회씩 찬양팀이 참석해 성대하게 진행됐다”고 그간의 교류 활동을 소개했다.

지역 교회간 교류로는 광주 양림교회가 대표적이다. 1904년 설립된 광주 양림교회는 연이은 교단 분열의 결과 예장합동, 예장통합, 기장 양림교회로 각각 흩어졌다. 그러다 1997년 예장합동 측 양림교회에 정태영 목사가 부임한 이후 세 교회는 의기투합해 매년 연합 찬양제를 열고 있다. 세 교회는 또 교회설립 100주년에 기념예배를 공동 주최하고, 100년사까지 함께 발간했다. 특별히 100년사 공동 발간은 교회간 연합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결과물로, 교회와 교단간 연합에 있어 양보와 상호 존중이 필요함을 알게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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