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주일학교 부흥 이끌어온 ‘교사들의 교사’ … 올 10월 마지막호 내고 떠나
“다음세대 부흥 불꽃 사그라지지 않길”

벗이란 늘 가까이하여 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을 뜻한다. 57년, 반세기 넘게 주일학교의 안내자이자 친구였던 월간 <교사의 벗>이 2019년 10월 지령 600호로 우리의 곁을 떠난다.

<교사의 벗>은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주신 역사적 시대적 선물이었다. 6·25 한국전쟁 이후 한국교회 특히 주일학교가 폭발적으로 부흥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북만 치면 몰려오던 시기였지만, 교회는 다음세대를 양육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지난 57년 동안 &lt;교사의 벗&gt;은 주일학교 현장을 돕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였다. 발행인 강정훈 목사(늘빛교회)가 &lt;교사의 벗&gt; 반세기 역사와 함께 웃고 있다.
지난 57년 동안 &lt;교사의 벗&gt;은 주일학교 현장을 돕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였다. 발행인 강정훈 목사(늘빛교회)가 &lt;교사의 벗&gt; 반세기 역사와 함께 웃고 있다.

1962년 총회 전국주일학교연합회는 교사들의 자질 향상과 교육 자료 제공을 위해 <주일학교 교지>를 발행했다. 이후 <주일학교교사> <주일학교 교사의 벗> 등으로 제호도 바뀌고 발행인도 자주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부침이 심했던 <교사의 벗>이 날개를 펴게 된 것은 1985년 강정훈 목사(늘빛교회)를 만나면서부터다. 강 목사는 74페이지에 불과했던 <교사의 벗> 200페이지의 월간지로 키웠다. 재정 적자로 중단되고 폐간되기도 했던 잡지가 그를 만나고 부터는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발행되고 있다.

▲“창간호가 폐간호 된다”는 속설까지 등장하는 잡지계에 600호는 일반 출판에도 흔치 않는 일이다.

=전임 발행자 임승원 목사님으로부터 <교사의 벗> 발행권을 넘겨받은 것은 1985년 3월이었고, 사전에 별 준비도 없이 4월호부터 발행했다. 직원은 여직원 한 사람이었다. 그 여직원이 지금도 함께 하고 있는 신용산교회 신미자 집사다.

▲<교사의 벗>은 주일학교 부흥의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사의 벗>은 한국교회 주일학교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견인차 역할을 감당했다. 공과도 없고 교사를 위한 단행본도 없을 때 <교사의 벗>은 교사들에게 교육 지침서이자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교사의 벗>을 ‘교사들의 교사’라고 불렀다. 그만큼 <교사의 벗>은 주일학교 부흥 시대에 교사들에게 열정과 실력을 불어 넣는 도구였다. 지금 한국교회의 중심 역할을 하는 목회자, 장로, 권사, 안수집사 대부분이 그 당시 주일학생이었거나 교사로 활동하면서 <교사의 벗>의 도움을 받았다.

▲<교사의 벗>과의 만남은 어떻게 이뤄졌나?

=총신대학교 대학부 3학년 때 임승원 목사님의 ‘어린이교육론’이라는 강의를 들으면서 다음세대에 대한 소명을 깨달았다. 바로 <교사의 벗> 편집부원으로 들어가 7년 동안 헌신하다가 1985년부터는 발행인으로 나서게 됐다. 당시 교회를 개척한지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오직 다음세대만 생각하고 잡지를 발행했다.

▲지난 36년 동안 다양한 일이 있었을 것 같다.

=주일학교 교사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부산이건 목포이건 가리지 않고 <교사의 벗>을 싣고 동행했다. 교재가 전무했던 시절에는 6개월 합본호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으며, 과월호까지 동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때로는 필자의 사진이 바뀌어서 3500부가 되는 책들을 모두 풀로 붙이고 발송했던 적도 있다.

▲2019년 10월 지령 600호를 끝으로 휴간에 들어간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한국교회는 다음세대 구호만 있을 뿐 실천은 없다. 그래서 기독교교육을 하는 분들이나 기관은 항상 재정난에 시달린다. <교사의 벗>도 누적되는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올해 10월 지령 600호를 끝으로 날개를 접으려고 한다. 폐간이 아니라 휴간이지만 끝까지 완주를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휴간을 결정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교회의 변화도 한 몫 한다. 교회마다 주일학교가 무너지면서 교사들도 지치고 떠나간다. 자연히 연구하지도 않고 부흥 방법을 찾지도 않으니 독자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담임목사들도 주일학교 부흥이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니 교사교육도 입으로만 강조하지 정작 손을 놓은 상태다.

▲그렇다면 앞으로 <교사의 벗>은 어떻게 되는 건가?

=<교사의 벗>과 <기독교교육>은 쌍벽을 이루며 성장했다. 1년 먼저 창간한 <기독교교육>은 이미 몇 년 전에 폐간했다. 그만큼 다음세대 부흥 불꽃이 시들어간다는 뜻이다. <교사의 벗>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아쉽지만 역사로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바라기는 다음세대 사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교회가 <교사의 벗>의 바통을 이어갔으면 한다. 아니면 총회교육출판국이나 모태였던 전국주일학교연합회가 발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복잡한 심정으로 <교사의 벗> 600호를 제작할 것 같다. 기념비적인 600호에 무엇을 담을 생각인가?

=그동안 했던 이야기를 집약해서 특집을 만들 계획이다. 그 안에는 교회의 묘목인 다음세대를 제대로 돌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담길 것이다. 그래서 ‘한국교회에 부탁합니다’를 필두로 담임목사, 학부모, 교육지도자, 교사 등 5가지의 부탁과 당부의 글이 실릴 예정이다.

▲지난 36년 동안 <교사의 벗> 발행인으로, 교회교육 전문가로 헌신했다. 주일학교 위기를 헤쳐 나갈 방안은 무엇인가?

=되는 주일학교는 되고 안 되는 주일학교는 안 된다. 문제는 성장하는 주일학교는 2%도 안 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기복신앙과 성장주의에 빠져 있었다. 주일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수적 성장에 연연하지 말고 현재 교회 안에 있는 다음세대를 사랑과 기도로 키워야 한다. 한 영혼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고 훈련시키는 것이 답이다. 주일학교가 없는 교회가 60%라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다. 따라서 학생이 없다 해도 교사를 세우고 계속 교육하고 격려해야 한다. 결국 교사의 헌신이 주일학교를 만들고 건강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민국 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따라서 총회도 과거 획일적인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 농어촌과 다문화와 같은 교회도 주일학교를 세울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는 뜻이다.

강정훈 목사가 꼽는 <교사의 벗> 명장면
“강남스타일 교회 패러디에 브레이크”

57년 쉼 없이 달려온 <교사의 벗>은 매월 특집을 통해 교회교육 현장을 깨웠다. △주일학교 부흥, 대안은 성령이다 △교회교육, 안 되어도 투자 1순위다 △성경교육, 가정이 대안이다 등 주일학교 현장에 꼭 필요한 내용을 매월 집중적으로 실었다.

지난 57년 동안 다뤘던 특집 중 강정훈 목사의 머릿속 깊숙이 남은 것은 ‘강남스타일 교회 패러디, 문제 있다’로, 흥미와 재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주일학교를 질책하는 내용이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별의별 패러디가 생겨났죠. 당시 교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교회교육 현장에 무분별하게 도입되어 흥겹게 춤출 때 긴급하게 특집을 꾸몄습니다. 특집에서는 강남스타일뿐만 아니라 주일학교가 흥미만을 위해 일반 대중문화를 너무 쉽게 차용하고 패러디하는 현상에 브레이크를 밟아주었습니다.”

<교사의 벗>은 특집답게 교회 안에서 행해지는 대중문화 따라가기에 대한 원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대중문화 차용을 찬성하는 입장의 목소리도 담고, 반대 입장도 같이 실었다. 물론 결론은 “말 춤을 버리고 성령의 춤을 추게 하라”로 끝을 맺었다.

1900년대가 끝나고 2000년대가 새롭게 시작하던 때, 전 세계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부각시키며 떠들썩했다.

하지만 <교사의 벗>은 차분하게 ‘21세기를 위한 교회교육’이라는 주제로 2년 동안 특집을 다뤘다. △투자의 대상을 바로 찾아라 △유대인들에게서 배우는 교육 노하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다윗으로 키우려면 △사람 중심의 조직으로 변화시켜라 △미래를 위해 도토리나무를 심어라 등 강산이 변했지만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특집이 가득하다.

이밖에 ‘성경과 반대로 가는 성경교육’을 비롯해 주다산교회 권순웅 목사의 ‘멋진 교사 노하우’ 인천제2교회 이건영 목사의 ‘유머 탈무드’ 송광택 목사의 ‘테마독서’ 등도 교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내용이다.

<교사의 벗>이 꿈꾸는 최고의 주일학교

“학생들을 행복하게 만들라”

최고의 주일학교는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부서가 아니다. 뛰어난 학생이 즐비하거나 프로그램이 탁월한 주일교도 아니다. <교사의 벗>이 꿈꾸는 최고의 주일학교는 ‘학생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학교’다.

“아이들을 목회 성공의 대상으로 보거나 미래의 일꾼을 양성하는 곳으로 보고 있다면 그 교회가 가장 절망적인 주일학교일 것입니다. 최고의 주일학교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학생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학교입니다.”

학생들이 행복하려면 먼저 다음세대를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어떤 존재인지, 교회에서의 위치는 어디인지, 다음세대가 갖고 있는 고민과 문화는 어떠한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강정훈 목사는 “지금 그 아이는 현재 그대로 훌륭한 신자”라면서 “주일학생일뿐만 아니라 성도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는 시스템과 조직이 아니다”면서 “성품이 좋은 교사가 어린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며 행복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어린이 성도라는 개념이 필요합니다. 어린이도 성도의 수에 포함되어야 하는 신자입니다. 어린이를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바른 믿음으로 잘 성장하도록 사랑과 기도가 있는 주일학교가 좋은 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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