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를 앞두고 이 맘 때면 몇몇 노회들이 주요 헌의를 조직적으로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총신대 문제처럼 사생결단을 각오하고 수 십 노회가 정상화를 부르짖는 예도 있었지만, 본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실리를 추구하는 헌의도 왕왕 올라온 게 사실이다. 가까운 지인의 부탁으로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헌의안을 마구잡이로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제104회 총회도 예외는 아닌 듯 싶다.

그 중 한 예로 목회자 정년을 73세 이상으로 늘리자는 요구가 갑자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집단으로 헌의를 하자는 의견들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현재 예장합동은 1990년 제75회 총회에서 목회자 정년을 만70세로 정해 30년 가까이 지켜오고 있다. 그런데 수 년 전, 총회에서 나이 ‘만’에 대한 유권해석을 “돌아오는 생일 전까지”로 정해 사실상 정년을 1년 가까이 늘려 시행하고 있다. 일반 사회에서도 하지 않는 1년을 부끄럽게도 꼼수를 피워 늘려 놓고서, 또 다시 3년을 늘리자니 정말 기가 찬다.

사실, 목회자 정년을 75세, 혹은 73세로 늘리자는 헌의는 최근 들어 매년 단골이다. 그러나 토론할 것도 없이 ‘종전대로’로 종지부를 찍으며, 깜냥이 안되는 헌의안이라는 여론이 높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짐이 수상하다. 정치적으로 조직적인 움직임이 활발하고, 심지어 총회 일부 협의회에서도 강력하게 추진하자는 의견이 개진되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목회자 정년 만73세는 안 된다. 만일 목회자 정년을 73세로 늘리면 한국교회는 물론 예장합동의 생태계는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 부임지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젊은 교역자들이 모래알처럼 허다한데 본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년을 늘리자는 발상은 아무리 곱게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약 1:15) 죄는 다른데 있는 게 아니다. 욕심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비움을 배워야 하는데 더 가지려고 안간힘을 쓴다. 솔직히 우리는 만70세까지 목회를 할 수 있었던 것만도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한편 70세에 은퇴하는 목회자를 위해 교단적으로 프로그램이나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목회자 정년을 73세로 늘릴 경우 조롱조의 여론과 함께 모든 화살은 예장합동에 빗발칠 것이다. 목회자 정년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목회자들이 있다면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고 활동을 중지하기 바란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훨씬 나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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