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국 교수(경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 기윤실 이사장)

백종국 교수(경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 기윤실 이사장)
백종국 교수(경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 기윤실 이사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작은 국익 경쟁이 큰 분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최근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제징용피해자 확정판결을 둘러싸고 발생한 한일 분쟁이 그러하다. 한국 대법원은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 당했던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인 일본기업이 위자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당연한 결과였음에도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기본협약을 근거로 한국 정부에게 대법원의 판결을 번복케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이 문제를 한국 정부는 거부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며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갈등, 경제와 무역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그리스도인들도 올바른 관점을 갖고 바른 판단과 행동을 해야 한다. 인애와 공평과 정직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들이 현재 한일 분쟁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지 참고용으로 설명드리고자 한다.

제1명제:일제 강제동원피해자들의 개인적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정당하다.

현재 한일 분쟁의 핵심은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이다.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국가 대 국가의 협약으로 외교적 보호권은 포기했지만 기업 대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소위 ‘외교보호권포기설’이라고 부르는 이 입장은 놀랍게도 일본에서 제시한 주장이다. 1991년 8월 일본 의회에서, 2007년 4월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로 확인되고 있다. 당시 일본 최고재판소는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에 제기한 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 간의 합의와 별개로, 개인의 배상청구권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이는 2010년 양국의 변호사협회 공동선언에서도 확인된 입장이다. 한국은 2000년대에 이르러서야 채택되었고, 이에 따라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당연한 결론이었다.

제2명제:이 판결에 대해 양국의 정부들은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다.

국가 이익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수용하면 일본 기업의 이익, 나아가서 일본의 국익에 심대한 손상이 오게 된다. 아베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를 막아야 한다. 아베는 일본 수상으로서 일본의 국익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유리한 판결이다. 국민의 이익을 보호할 책임을 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으로서 이 판결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 판결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지 않을 수 없다.

제3명제:한국과 일본이 싸우면 함께 망한다.

역사를 보면 사소한 사건으로 큰 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일 분쟁을 주의 깊게 다루어야 할 이유이다. 전쟁이 발생하면 함께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양국의 국력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언론사에서 발표한 ‘2019년 국력순위’에 따르면 일본이 세계7위, 한국이 세계10위이다. 일본이 좀 우세하지만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이기기 힘들다. 전쟁하는 나라들은 망하고 전쟁하는 나라들에게 물자를 파는 나라는 흥한다는 간단한 진리를 기억하자.

제4명제: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각 국가들은 국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한국의 정당들이 권력의 장악을 위해 경쟁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당파적 이익과 국가적 이익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예컨대 현재의 한일 분쟁은 천문학적으로 누적된 대일본 국제수지적자를 완화할 좋은 명분을 국내외적으로 제공한다. 또한 외교보호권포기설을 국제적인 연대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각 정당은 근시안적으로 상대 당을 공격하기보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이와 같은 창조적 대안을 개발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일시적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가 똘똘 뭉쳐서 함께 노력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가짜뉴스로 속이려는 자들을 경계하고, 자신과 당파적 이익을 국가의 이익과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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