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영 목사(전주 중인교회)

조무영 목사(전주 중인교회)
조무영 목사(전주 중인교회)

복음과 교회의 순결성은 일치한다. 교회의 순결성을 유지 보존하는 것은 말씀에 있다. 말씀은 인간의 철학과 사상을 무너뜨리고, 하나님나라와 그 백성들의 가치 그리고 질서를 세운다. 그러므로 성경 이외에 다른 어떤 규정도 필요치 않다. 하지만 정통교회는 이 공교회의 질서와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헌법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에는 여기에 자체 정관을 추가하기도 한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성도들 각자가 그의 몸으로서 하나 된 공동체이다. 이것을 공교회 또는 보편적 교회라고 말한다. 우리는 예배 때마다 사도신경을 통해서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을 신앙고백 한다.

교회사적으로 보면, 공교회성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문서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고백문서들로서 사도신경 12신조 신앙고백서들이 있고, 교육문서로는 소요리문답 대요리문답 등 요리문답서들이 있다. 개혁교회에서는 웨스트민스터, 벨직, 하이델베르그 신앙고백서와 니케아신조 등을 신앙고백과 교육문서로 채택하여 사용하였다. 이 문서들은 교회가 세속화되거나 개교회주의로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을 해왔다. 또한 이 같은 맥락에서 교회는 헌법(교회정치, 예배모범, 권징조례 등)을 제정하여 거룩한 공동체, 공교회의 질서와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몇몇 교회들은 온갖 이유를 들어서 헌법을 파괴하고, 자체적으로 초헌법적인 정관을 만들어 공교회를 무너뜨리고, 개별화·사유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교회 정관은 모든 활동의 사회법적인 기초가 된다. 정관에 따라서 법적인 책임과 효력이 발생한다. 만약에 공교회의 헌법과 정관이 상충될 경우, 헌법보다 개교회의 정관을 앞세운다. 그러므로 교회 정관은 세상의 문화나 방식에 따르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과 신앙고백을 그 안에 담고 있어야 한다. 공교회의 헌법을 뛰어넘어서도 절대로 안 된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공교회의 원리는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주의라는 말 속에는 백성이 주인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하지만 교회의 주인은 백성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신본주의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민주주의 원리에 충실하게 정관이 제정되었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를 세울 수는 없다. 말씀과 말씀에 기초한 신앙고백을 통해서만 교회는 든든히 서 갈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작금에 벌어지는 안타깝고 개탄스러운 사건들이 있다. 최근 ○교회는 정관을 이용해서 후임목사 청빙을 위한 공동의회를 열었다. 그런데 담임목사 사임도 하지 않은 채, 공동의회를 수요일 밤 예배 시간에 진행하였다. 게다가 노회의 지도를 받지도 않고, 자체 정관에 따라서 당회의 결의로 노회를 탈퇴하였다. 또 다른 교회는 자신들의 생각과 맞지 않는다며 노회를 전격 탈퇴하였다. 그야말로 ‘자신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동할 뿐이다. 그 법적근거라는 게 자신들이 만든 정관이다. 이는 헌법과 노회규칙을 무력화시킴으로 공교회, 보편적 교회를 무너뜨리는 사악한 행위임에 분명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교회가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본 총회에 바라기는 첫째 공교회로서 교회의 하나 됨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것과, 둘째 교단을 탈퇴하는 행위에 대한 방지책과 탈퇴하는 자들에 대한 법적인 대응책을 매뉴얼로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교회가 거룩한 신부로서의 순결성을 지켜가며, 주님의 오심을 일치하여 준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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