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회기 중 소리없이 강하게 교단의 위상을 높인 곳이 총회역사위원회다. 보는 시각에 따라 이견이 있겠지만 역사에 대한 인식이나 생각이 거의 무지한 총회에 역사위원회는 그나마 존재감을 심어줬다.

역사위원회는 올해도 교단 산하 교회 중 사적지를 발굴하여 지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역사가 100년이 넘고 초기 건물이 남아있는 교회를 대상으로 사적지를 지정하면 되지만 이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개교회가 몇몇 자료를 토대로 사적지를 신청하면 정실에 얽혀 대부분 허락해 줬지만 이번 역사위원회는 자료 검토는 물론 실사를 통해 제반 여건을 살펴서 사적지 지정에 신중을 기해 처리했다. 솔직히 개교회가 아니면 관심조차 없는 사적지 지정에 심혈을 기울여 활동했다. 그만큼 무관심하고 냉소적인 총회산하 역사적 교회들을 밖으로 불러내어 교단의 자긍심을 드높였다.

또한 역사위원회는 1959년 예장통합이 이탈하여 나간 후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는 <총회회의록>을 일일이 컴퓨터 작업을 완료하여 현재 열람이 가능할 정도로 마무리 했다. 교단에서는 예산이 한정되어 진행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끔히 정리하여 총회기록물을 업그레이드 시켜 놓았다. 역사위원회가 올해 남긴 또다른 업적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세미나를 열고, 참여교회를 조사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점이다. 물론 이와 같은 것은 이전에 당연히 해 놓아야 할 일들이었다. 예장통합, 기감, 기장 등 타교단은 이러한 기본자료는 이미 구축해 놓은 상태다.

참으로 짧은 기간에 역사위원회가 많은 일을 했다. 이와 같은 일들이 다음 회기에도 끊이지 않고 연속사업으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그나마 올해는 전문적인 위원들이 활동하여 기본적인 틀을 잡아놓았는데 다음 회기에는 또 어떻게 진행될 지 미지수다. 거기다 활동범위도 넓고 일이 많아 위원만도 20명인데 예산은 적게 배정되어 굵직한 사업을 진행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대부분의 행사비는 부끄럽게도 위원들이 호주머니를 열거나 뜻있는 교회의 협조로 진행해 왔다. 이런 점은 확실히 개선돼야 한다.

변화의 한 가운데 보이지 않게 교단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역사위원회에 갈채를 보낸다. 아울러 총회는 정치 일선에 나서서 목소리만 크게 외치는 곳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역사위원회처럼 소리없이 교단의 초석을 다지며 헌신하고 있는 곳에 부디 힘을 실어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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