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특집] 사랑의 공동체 찾아가다 ② 안산 상록수마을
[여름특집] 사랑의 공동체 찾아가다 ② 안산 상록수마을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9.08.13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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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지키며 건강한 홀로서기 돕는다

구성원 자립 때까지 보호·지원하는 ‘그룹홈’ … 24명 공동생활 ‘밝고 맑게’ 꿈 키워나가

“송주는 예서 선생님 보면 무슨 생각해요?”

“사랑해요”

부끄러운 듯 웃었지만, 송주(9세·초2)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지난 5월 29일 안산 상록수마을을 찾았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공부방은 오후 2시부터 시끄러워졌다. 아이들이 저마다 비닐봉투를 들고 하교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바자회가 열렸다고 했다. 송주 역시 큰 비닐봉투를 들고 나타났다. “선생님 선물이에요.” 송주는 500원을 주고 샀다며 예서 선생님에게 반짝이는 큐빅이 박힌 초록색 샌들을 내밀었다. 모든 선생님은 송주의 귀여움에 일제히 감격의 웃음을 터뜨렸다. 상록수마을의 아버지이자 담임목사인 성기만 목사는 괜스레 삐진 척을 했다. “목사님 꺼는 없어? 그래, 알겠어”

상록수마을 아이들이 공부방에서 선생님들과 수업을 하고 있다.
상록수마을 아이들이 공부방에서 선생님들과 수업을 하고 있다.

‘그룹홈(대안가정)’ 안산 상록수마을, 아이들의 꽉 찬 하루

안산 상록수마을은 아이들이 모여 생활하는 ‘그룹홈’이다. ‘그룹홈’이란 구성원이 자립할 때까지 시설에서 공동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미혼모, 청소년 그룹홈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가정과 같은 보호를 제공하고자 한 명의 관리인과 아이들 4~7명을 모아 가족처럼 살게 한다. 성기만 목사는 19년째 이 곳을 운영하며 사정상 가정에 머무르기 힘든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현재 이곳의 총 인원은 24명으로, 남자 가정 1,2호와 여자 가정 3,4호로 나뉘어져있다. 한 가정에 최대 7명의 아이들이 있으며,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지낸다.

성기만 목사는 아이들의 졸업식, 공개수업 등에 참여 하는 등 ‘집안의 큰 아버지’ 역할을 맡고 있다.
성기만 목사는 아이들의 졸업식, 공개수업 등에 참여 하는 등 ‘집안의 큰 아버지’ 역할을 맡고 있다.

아이들은 상록수마을에서 꽉 찬 하루를 보낸다. 하교 후 공부방이자 예배당에 들러 공부 및 여러 활동을 한다. 그리고 각 가정인 그룹홈으로 돌아간다. 그 과정에서 생활담당 선생님 8명과 공부 및 행정 선생님 3명, 총 11명의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함께한다. 각 가정마다 있는 두 명의 생활 선생님은 3일 교대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다. 아침에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공부방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데리고 간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잠자리에 든다. 공부 및 행정담당 선생님 세 명은 공부방에서 아이들의 수업과 회계, 행정 일을 담당한다.

아이들은 이곳 가훈처럼 친구들과, 사회복지사 선생님들 그리고 목사님과 함께 ‘맑고 밝게’ 생활하고 있다. 진성(12세·초5)이는 현우 생활 선생님을 쪼르르 따라다니며 게임 캐릭터 자랑을 했다. 함께하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을 향한 애착이 대단했다. 지수(12세·초5)와 채윤(11세·초4)이는 “아 너 이상해~” “오빠가 더 이상하거든?”이라고 서로 투닥투닥 장난을 쳤다. 중학생들은 “너 영어 10문장 만들어 쓰는 거 있어 영주야? 망했어. 안 가져왔어” 등 숙제 얘기를 했다. 익숙한 학창시절 풍경이었다. 대안가정이라고 해서 특이하다고 느끼거나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이유가 전혀 없는 아이들이었다.

법·생활적 어려움 여전 … “그룹홈에 대한 관심과 기도 부탁”

맑고 밝은 곳이지만, 운영에 있어서의 법적 아쉬움이나 생활상 어려운 부분도 많다. 과거에는 아무리 문제가 있는 가정이어도 부모의 입소동의서를 받아야 아이들을 데리고 올 수 있었다. 현재도 외부에 밝힐 수 없는 행정상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생활 측면의 어려움도 있다. 그동안은 안산시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분들 모임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생필품과 라면을 맡아 후원해왔다. 그러나 최근 소규모 자영업체들의 사정이 나빠지며 후원이 끊겼다. 현재 칫솔, 치약, 비누 등 생필품과 라면이 부족한 상태다.

이에 성기만 목사는 교회를 비롯, 많은 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목사는 “대형 고아원에 비해 그룹홈은 적은 수의 아이들이 가정과 똑같은 환경에서 살 수 있기에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다”고 그룹홈 효과를 밝혔다. 그는 그룹홈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교회에서는 그룹홈을 할 자산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농촌지역의 경우 독거노인끼리 그룹홈을 만드는 등 해당 지역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설명이다. 방을 마련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큰 교회도 얼마든지 아이들을 위한 그룹홈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며 교회가 다양한 방식으로 그룹홈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그룹홈에 대한 관심 촉구와 교회의 역할을 말하며 물질적 후원만이 아닌 ‘기도 후원’ 역시 부탁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받은 도움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다”라며 “받은 사랑을 동생들에게 돌려주고, 사람에 대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아이들이 되도록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곧 자립해 나갈 아이들이 있다”며 “이런 아이들에게 건강한 자립관이 설립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말했다.

안산 상록수마을을 떠나기 전, 4호 가정에 들렀다. 4호에는 중학교 3학년 여학생 세 명과 한 명의 여고 2학년생이 함께 지내고 있었다. 서로 화장품 이야기를 하거나, 설거지 당번을 정하는 등 또래 여자아이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이들과 저녁으로 함께 치킨을 먹었다. 치킨을 먹으며 한솔(18세·고2)이는 전에 비해 살이 찐 것 같다는 성기만 목사님의 놀림에 넉살 좋게 웃으며 답했다. “에이, 유전이에요. 목사님 닮아서요!”

인터뷰/ 상록수마을 성기만 목사

“오직 ‘사랑 넘치는’ 대안가정”

‘다 팔아 나누라’ 부자청년 본문서 시작됐다

성기만 목사가 공부방에서 상록수마을 아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성기만 목사가 공부방에서 상록수마을 아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성기만 목사는 19년째 아이들을 위한 사랑의 가정, 상록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상록수마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성경의 ‘부자 청년’ 본문이었다. 성 목사는 오래 전부터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눔 사역을 하고 싶었다. 그는 늘 “주님, 뭘 해야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때 예수님께 무엇을 해야 영생을 얻느냐 물었던 부자 청년 본문을 읽었다. 그 청년에게 주님이 하신 답변인 “다 팔아 나눠줘라”를 듣고 나눔의 길에 들어서기로 마음먹었다. 교회를 개척했다. 이후 그 곳에서 아이들을 위한 고아원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어느 날 바깥을 헤매고 있는 아이를 만났다.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렇게 대안가정을 만들기로 결심, 지금의 상록수마을이 됐다.

초창기에는 ‘일’도 많았다. 방황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자 기존 성도가 떠나기도 했다. 성 목사는 “초기에 근무하던 선생님들을 보면서 ‘왜 여기 있지, 왜 근무하지’라는 생각까지 했다”라고 말했다. 명절 때 빼고는 선생님들이 집에 갈 수 없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그렇게 사랑으로 몇 년을 함께 한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어 갑자기 나가버려 ‘가슴이 뻥 뚫리기도’했다. 그럼에도 성 목사는 “하나님이 다 하신다”고 강조했다. 상록수마을을 하며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함께하심을 느낀다고 했다.

성 목사는 “이사를 위한 보증금이 필요한 달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후원액이 갑자기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한 만큼은 꼭 채워주신다”고 힘주어 말했다. 쌀이 떨어지면 쌀이 때맞춰 들어온다며 웃었다. 실제 이런 모습을 보고 상록수마을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까지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느낀다고 했다. “2년간 근무했던 선생님 중 할머니가 무녀인 분이 있었는데, 나갈 때 ‘목사님, 목사님과 함께 여기 있다보니까 하나님이 있는 거 같아요’라고 하며 나갔다”고 말했다. 이같은 하나님의 도우심을 경험하며 아이들은 자연스레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은연중에 기도하려 한다는 게 성 목사의 설명이다.

성 목사는 상록수마을을 ‘사랑이 넘치는 곳’으로 운영한다는 철학이 있다. 아이들에게도 서로 사랑하라는 구절만큼은 암송시킨다. 그리스도인의 삶과 사랑을 아이들에게 생활 속에서 보여주고, 느끼게 한다는 철칙이다. 실제 성 목사는 SNS에서 아이들끼리 한 대화를 보고 마음이 ‘진동’했다. “가장 힘들 때 우리를 사랑해주신 분들이잖아”라는 내용의 대화였다. 공동체 생활 속에서 동생을 끔찍하게 애틋해하는 큰 아이들을 보며, 성 목사는 ‘사랑이 넘치는 가정 공동체’라는 철학을 유지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는 최근 상록수마을을 공적 자산화할 필요성을 느껴 법인화를 결정했다. 법인화가 된다면 시설적 성격이 커지지만, 그럼에도 성 목사는 “가족 개념은 유지해나가는 공동체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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