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총신, 다시 시작이다] ③ 개혁의 밑거름, 직제개편
‘책임부총장 제도·총장 직속기구 강화’ 추진 눈길 … “학교 발전과 화합 위한 인사 집중”

‘슬림과 효율’, ‘통합과 개혁’. 총신대학교 내부 조직의 변화를 정리한 단어다.

총신대학교 이재서 총장은 7월 18일 교원 보직 발령을 내고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 직제관련개정연구위원회(위원장:김지찬 교수) 자료에 따르면, 총신대학교 내부 조직은 행정본부, 부속부설기관, 부설연구소, 부설교육기관 등 76개의 부서가 산재돼 있었다. 연구위원회는 이번에 직제를 개편하면서 58개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이재서 총장은 “교직원 21명으로 구성된 직제관련개정연구위원회가 조사하면서 그동안 방만하고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던 조직들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직제가 효율적으로 운영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 하나 없는 부서도 있었다. 더군다나 관리도 되지 않았다”면서 부설연구소와 부설기관에 문제점이 있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에 통폐합된 부서는 대부분 부설연구소와 부설기관이다. 부설연구소 14개 중 6개를 정리했으며, 부설기관은 기존 40개에서 28개로 줄였다. 총신대학교 기획조정실장 유정욱 교수는 “개편 전 부설기관에 포함되지 않았던 총장비서실이나 100만기도후원회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24개 부서가 감축됐다”고 설명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1달 여만에 드디어 총신대학교 직제개편안이 발표됐다. 이재서 총장은 개혁성향의 교수들을 보직에 집중 배치하고 총신이 새시대를 맞았음을 알렸다. 사진은 지난 7월 3일 이례적으로 교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직제규정개정안 공청회 모습.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1달 여만에 드디어 총신대학교 직제개편안이 발표됐다. 이재서 총장은 개혁성향의 교수들을 보직에 집중 배치하고 총신이 새시대를 맞았음을 알렸다. 사진은 지난 7월 3일 이례적으로 교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직제규정개정안 공청회 모습.

직제 개편 핵심, 책임부총장제도

이재서 총장이 내부 개혁을 단행하면서 제시한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그는 “기본이 바로 서는 총신, 화합과 소통을 중시하는 총신, 자긍심을 고취하는 총신을 위한 행정 효율화, 인사 공정화, 재정 안정화”라고 말했다.

직제 개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부총장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한 ‘책임부총장제도’ 도입이다. 그동안 총장에게 독점됐던 권한을 3명의 부총장에게 분산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이재서 총장은 “과거 부총장은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 모든 권력은 총장이 독차지했었다”면서 “책임부총장제도는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총장은 결정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맡는다”면서 “과거 수동적으로 일하던 부총장들이 능동적으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대학원 교무 행정 전체를 관리할 수 있도록 교무지원처, 학생복지처, 개혁신학연구처, 총무지원처를 신학대학원 부총장 밑에 뒀다. 이와 함께 개혁신학연구처를 신설해 개혁신학 연구를 활성화하도록 했다.

대학 부총장에게는 행정본부 기능 중 하나인 총무지원처를 직접 관할하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이와 함께 입학에서 졸업까지의 모든 과정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입학인재개발처를 신설하고 대학 부총장에게 맡겼다. 재학생의 경력 개발을 지원하는 총신인재개발센터도 대학 부총장이 관리한다.

대학원 부총장은 대학원의 교무를 관장하고 교직원을 지휘 감독한다. 평생교육원과 계약학과를 활성화 시키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교학지원처와 미래지식교육처, 사당평생교육원, 원격평생교육원, 계약학과팀 등을 뒀다.

총장 직속 기구 강화

이제부터 총장이 학생들의 신앙을 직접 챙긴다. 교목실, 경건훈련처, 전임교직원훈련센터를 통합한 경건훈련원을 총장의 직속 기구로 포함했다. 이재서 총장은 “그동안 사당과 양지가 분리되어 있었던 경건훈련을 하나로 묶었다”면서 “경건훈련원을 하나로 통합해 신앙훈련의 통일성과 소통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비서실의 기능도 강화된다. 총장의 일정을 정리하고, 외부 인사의 응대에 국한했던 것을 생산적이고 능동적으로 강화한다는 뜻이다. 이재서 총장은 “재정을 확보하는 역할은 비서실을 통해 총장이 직접 챙길 것이다. 재정 확보의 전략과 집행, 행동까지 비서실이 직접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비서실은 홍보의 역할도 강화된다. 이재서 총장은 “총신대학교 갈등 이면에서 내부의 홍보와 소통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외부뿐만 아니라 총신대학교 구성원의 소통까지 비서실이 관장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교원 인사를 통합 관리하기 위한 교원인사연구처를 총장 직속 기구에 포함하며, 중앙도서관, 모금 관련 부서도 총장이 직접 챙긴다.

교원 인사 “양지·사당 통합, 개혁”

이재서 총장은 직재 개편과 함께 교직원 인사도 단행하고 있다. 7월 18일 진행한 교원 인사에서는 통합과 개혁이 엿보인다. 우선 경건훈련원을 통합하고 원장을 부총장급으로 격상시켰다는 점이다. 신앙훈련의 강화, 양지·사당의 통합을 주장한 이재서 총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통합은 ‘강의처 교류 인사’에서도 엿보인다. 사당캠퍼스와 양지캠퍼스의 통합을 도모하기 위해 교수 12명의 강의처를 변경했다.

보직 임명에서도 일부 교수들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을 위해서 과거 청산이 필요하다는 내외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서 총장은 과거 직제나 인사가 보복을 위한 수단이었다면 이번에는 학교 발전을 위한 결단임을 강조했다. 그는 “학교 발전과 화합 그리고 정책을 위한 직제 개편과 교원 인사”라고 말했다.
외부의 청탁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총장이 되고 나서 받은 인사 청탁이 100여 건이 된다. 하지만 이런 분들은 철저하게 배제했으며, 이 때문에 등을 돌린 지인들도 있다”고 말한 이재서 총장은 “앞으로도 정실 인사는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직원 인사에 대해서는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하되 대폭적인 인사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2년을 보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형권 기자 hkjung@kidok.com

‘과거청산’ 총회결의 필요하다

총회 앞두고 때늦은 관련 논의, 실효성 우려
과거 단절하고 새출발 뒷받침할 결의 보여야

이재서 총장의 취임으로 드러나고 있는 총신대의 변화에 기대가 크지만 일각에서는 과거청산 조치가 다소 미흡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발표된 교원보직 발령 및 인사에서 일부 교수들이 강의처를 옮긴 것 외에는 학교 차원의 별다른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총회의 활동도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총신조사처리및정상화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모여 조직을 했으나 6월이 되어서야 관련 안건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총회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이제 총신운영이사회 정관 개정안을 의제로 올리고 총신대 재단이사들과 교수, 직원을 소환조사 한다고 하니 실효성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찍이 올해 5월 31일 총신대신대원은 총학생회와 대의원회, 여원우회, 총학회 등 8개 기관 공동으로 소위 전 총장 부역교수들에게 사과문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총학생회 등은 성명에서 “혹자들은 교수가 잘못했더라도 공개적인 사과문을 강청해야 하는 지, 원우들이 교수에게 무례를 행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도, 공개적이고 자발적으로 그간의 잘못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라면서 “저희가 애매한 잘못을 잘못이라 인정하길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시선에서 잘못으로 판명된 행동들을 공동체에 사과하라는 것입니다”라고 부탁했다. 학생들의 공개적 사과 요구 외에 학교 내에서는 비공개적으로도 관계자들에게 사과 발표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총회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총회는 총신사태에서 용역 동원 등을 주도했던 이사들을 포함한 전직 이사들에 대해 해노회에 징계지시를 했으나 처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교수들에 대해서도 총회실행위원회를 열어서 해노회에 보직사임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지만 보직을 사직한 교수는 단 1명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총회임원회에서 결정한 해당회의 부역 직원들에 대한 교인지위 박탈 지시와 일부 교수들에 대한 목사 면직 지시도 역시 이행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총회의 권위가 어떤 수준에 있는지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소위 과거 청산이 미흡한 것은 매우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교육부의 감사와 처벌 지시 및 그에 따른 총신대법인 차원의 징계 이행이 있었지만 일부 교직원들은 교원소청심사나 구제신청 등을 통해 직무에 복귀했다. 총회에서는 총회 차원에서 노회에 맡기는 이상의 징계를 할 경우, 소송 제기를 당할 것이 뻔하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또 교단 일각에서 총신사태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 재단이사 등에게 공식 행사의 설교나 순서를 맡기는 등 총신 내 정서와는 거리가 먼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해당 보직교수나 직원들의 경우, 사과 성명을 낼 경우 자신에 대한 징계 및 법적 불이익을 수용하겠다는 의사표명이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문제였다. 또 총장의 지시를 받는 자유롭지 못한 위치였으며 총신사태에는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얽혔다고 보기 때문에 사과 보다는 자신들을 변호하는데 집중해왔다. 각자의 억울하고 불가항력적인 이유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과거와의 단절이 필요하다. 오는 제104회 총회에서는 그것이 어떤 방식이 되든 총신의 새출발과 총회와의 새로운 관계 시작을 알리는 결의를 해줘야 한다. 그것이 교단과 학교의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마침 김종준 부총회장이 속한 동한서노회가 오는 총회에 ‘총신대학교 운영이사회 제도 폐지 및 법인이사회 확대’를 헌의키로 했다. 이는 총회에서 고퇴를 잡게 될 김 부총회장이 총신대 개혁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는 신호여서 관심을 갖게 한다.

노충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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