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찬영 목사(광주중앙교회)

석찬영 목사(광주중앙교회)
석찬영 목사(광주중앙교회)

올해도 하나님의 은혜로 강도사고시를 마쳤다. 교단이 실시하는 고시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안도와 함께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함께 수고해 주신 임원들과 고시부원들, 모든 지원을 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이제 고시부가 제104회 총회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시점에서 우리 교단의 앞날을 위해 그동안 생각하던 것들을 공유하고자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첫째, 문제은행의 설치 문제이다.

해마다 치르는 강도사고시는 난이도 조절에 애를 먹고 있다. 고시부원 중에서 실력 있는 분들을 위촉하여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하지만 보안문제 때문에 시험 전날 저녁에 모여 문제를 출제하는 터라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또 인쇄와 분류, 포장 등 준비하는 시간 때문에 총신대학교 교수님들과 함께 일일이 감수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촉박한 실정이다. 제한된 시간 내에 문제를 오류 없이 출제하기에도 벅찬데,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은 더더욱 힘든 문제다. 난이도는 결국 합격률과 직결되기 때문에, 심지어는 합격 점수까지 조정하게 되는 변칙적인 방법이 동원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검증된 문제들을 모아 사용하면 된다. 사실 해마다 새로운 문제들만 가지고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강도사고시의 목적 중 하나는 신학교에서 공부한 것을 다시 한 번 정리할 기회를 주고, 꼭 기억해야 하는 중요한 것들을 간직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출제되었던 문제들을 다시 정리하여 앞으로 목사가 될 수험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우리 교단 목회자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는 보편적인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라고 확신한다.

응시생들 입장에서도, 시험문제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자료를 망라하여 수집한다. 언제부터인가 출처도 불분명한 사설 문제집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강도사고시 문제집>을 총회 고시부가 책임 있게 발행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 적지 않은 금액이 해마다 총회 수입으로 들어올 뿐 아니라, 수험생들에게도 큰 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강도사고시가 떨어뜨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실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둘째, 외국인 졸업생 강도사고시의 문제이다.

해마다 강도사고시에 외국인 수험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유인 즉, 총신대 신대원이 2015년부터 ‘글로벌 목회학석사’(M.Div) 과정을 개설해 영어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졸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목사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았지만, 소수를 제외하고는 소속 노회가 없어 강도사고시를 볼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졸업 후 타교단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본국으로 돌아가 사역하고 있는 형편이다.

심각한 인재 유출이요,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시대에 이런 인재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선교지에서 한 사람의 일꾼을 얻기가 얼마나 힘든가? 하물며 우리 교단 신학교에서 정식으로 공부한 이들을 놓치지 않고 잘 활용한다면, 세계선교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다. 따라서 노회 추천으로 총신에 입학하는 것 대신에, 외국인에 한해 현지 선교사의 추천으로 GMS에서 심의, 허락하여 총신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강도사고시도 영어로 시험을 보게 하는 등의 후속조치를 고려해 볼만하다. 이와 관련한 교단법도 살펴서 전향적인 자세로 신속히 정비해야 할 것이다.

셋째, 면접시험의 중요성이다.

이제까지는 제출 과목과 필기시험만 잘 보면 합격했다. 면접은 그냥 형식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간에 문제를 일으키고 지탄을 받는 사례를 보면, 목회자의 실력 문제보다 인성과 신앙의 중요성을 더 깨닫게 한다. 그래서 강도사고시의 면접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하여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시험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총신의 입학시험에서도, 노회의 목사후보생고시 및 목사고시에서도 더 강화시켜야 한다. 형식적인 면접시험에서 필수적인 시험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지금 세계는 너무도 빨리 변하고 있다. 우리의 목회와 선교 현장 역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지고 있다. 옛 사고와 방식을 답습한다면 우리 교단이 한국교회와 세계선교를 이끌어 나갈 수 없음은 물론, 다른 교단에조차 뒤처지고 말 것이다. 올해 우리 교단의 표어가 ‘변화하라’가 아니었던가. 고시부의 이런 작은 변화의 물줄기들이 한데 모여 거대한 흐름을 이루고, 우리 교단은 물론 한국교회의 미래를 바꾸어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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