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 왕 신화 한국형 뮤지컬로 만든 〈엑스칼리버〉
성숙한 왕으로 거듭나는 평범한 사람의 성장 그려

전 세계에서 다양하게 변주되어 온 아더 왕의 신화가 한국형 뮤지컬로 탄생했다. <레베카> <마타하리> <웃는 남자> 등을 제작하며 ‘뮤지컬 맛집’으로 불리는 EMK가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뮤지컬 <엑스칼리버>다.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평범한 한 남자가 고난을 이겨내고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여정을 그린다.

다혈질이지만 여느 또래 청년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던 아더는 어느 날 찾아온 마법사 멀린을 통해 자신이 영국 왕 우더 펜드레곤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펜드레곤 왕의 죽음 후 영국을 차지하기 위해 침범한 색슨족의 공격으로 영국 땅에는 피바람이 불고, 사람들은 바위에 꽂힌 검 엑스칼리버를 뽑아 이 나라를 구원해 줄 새로운 왕을 기다리고 있다. 운명을 거부하던 아더는 엑스칼리버를 뽑아 왕위에 오르고, 왕비 기네비어, 친구 랜슬롯을 비롯한 원탁의 기사들과 함께 색슨족에 맞설 준비를 한다. 한편 펜드레곤 왕의 딸이자 아더 왕의 이복누나인 모르가나는 수도원에 갇혀 있다가 탈출한 뒤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아더 왕에게 접근한다. 아더 왕은 가족의 죽음, 이복누나의 음모, 왕비와 친구의 배신으로 고통 받지만 결국 성숙한 왕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뮤지컬 &lt;엑스칼리버&gt;는 주어진 운명을 뛰어넘는 믿음과 사랑이 한 명의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 &lt;엑스칼리버&gt;는 주어진 운명을 뛰어넘는 믿음과 사랑이 한 명의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아더라는 청년의 성장기다. 처음에는 평범한 자신이 왕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두려움에 빠지다가, 중반에는 엑스칼리버의 힘을 과신하며 혼자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를 진정한 리더로 만드는 것은 칼이 아니라 자신의 단점을 다스리고 주변에 귀 기울이며, 상처를 준 이들을 용서하는 마음이었다. 관객들은 그를 통해 리더십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 끝에 얻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엑스칼리버는 ‘주님이 허락하신 믿음의 징표’이긴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스스로의 노력이었다.

다만 아더 왕, 멀린, 기네비어, 모르가나, 랜슬롯 등 주요 인물에 모두 포커스를 맞추다보니 상대적으로 아더 왕의 매력이 반감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오히려 영문도 모른 채 수도원에 갇혔다가 그 분노로 왕위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모르가나에게 더 공감이 가고, 극 초반 한 명의 용사로서 왕과 대등하게 그려지는 기네비어가 눈에 띈다.

무대는 대형 뮤지컬 중에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하다. 엑스칼리버가 꽂힌 거대한 바위, 신비롭지만 외로운 숲속, 거친 색슨족들이 몰려오는 전쟁터, 무대가 떠내려 갈 것 같은 장대비까지 관객들을 내내 놀라게 한다. 여기에 국내 최대 규모인 72명의 앙상블까지 더해져 보는 재미가 즐겁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작곡하며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주요 넘버들을 작곡했다. 카이, 김준수, 엄기준, 이지훈, 박강현, 신영숙, 장은아, 김준현, 손준호, 김소향, 민경아 등이 주요 배역에 나선다. 8월 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날 수 있다. 화, 목요일 저녁 7시, 수, 금요일 오후 3시와 저녁 8시, 토요일 오후 2시와 저녁 7시, 일요일 오후 3시 공연이다.(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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