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퍼즐 문화연구소 소장

한국 기독교를 일명 ‘개독’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구체적으로 기억하기는 힘들다. 기독교는 사회적 이슈나 문제에서 초월적이고 영적인 중재자의 역할을 하기보다 문제의 당사자였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개독’의 이미지가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교계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모양의 갈등이 사회적 갈등의 양상과 유사하고, 특히 이런 문제들을 풀어나감에 있어서 대중과 소통하는 데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교회 내에서도 다양한 문제의식에 대해 공감을 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교회 밖의 공감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기독교에 대한 반감 속에서도 종교와 영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커져서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에 담긴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발견하고 소통하는 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독교에 대한 반감 속에서도 종교와 영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커져서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에 담긴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발견하고 소통하는 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5년 사이 교회 안에서 이런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변화 중 하나는 바로 가나안 성도의 급증이다. 2017년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기독교인이지만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고 응답한 인구가 배로 증가했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이유로 제도권 교회나 종교를 떠나가는 사람이 많아지고 현실 종교가 외면당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영성에 대한 관심까지도 사라지게 한 것일까?

큰 흐름의 시작은 드라마 <도깨비>였던 것 같다. 그리스도인이 <도깨비>를 봐야 하냐는 질문에서부터 왜 난데없는 도깨비 열풍인가를 분석하는 글, 기독교는 이 열풍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까지 다양한 내용의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후 2~3년 동안 극장과 TV를 막론하고 <곡성> <신과 함께> <열혈사제> <사바하> 등 종교와 영성을 다루는 콘텐츠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일반 대중의 소비 규모도 점차 증가했다.

영성이란 개념은 “인간의 보편적 심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신승한)이란 의미로서 기독교에만 국한해 설명할 수 없다. 또 요즘에는 영성이란 단어가 종교와 무관하게 자본주의 문화에서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기독교와 영성은 서로를 떼어내고는 설명할 수 없는 관계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미디어 트렌드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으로서 영성에 집중된 미디어 콘텐츠들이 등장한 원인을 찾아가 보는 과정은 흥미로우면서 또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교회가 맞이하고 있는 종교적 현실과 영성을 향한 대중의 관심 사이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현실과 영성에 대해 고민한 사람들이 미디어 콘텐츠를 매개로 한자리에 모여 대화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곳은 하나의 도그마를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강요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하는 프로그램과 적극적인 해석을 통해 기독교에 대한 회의와 반감, 혹은 질문이 있는 타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곳이어야 한다. 제도권 교회에서는 상상하지 못하거나 질문하면 믿음 없음 때문에 구박을 받을 것이 뻔한 그런 질문들이 허심탄회하게 오가는 곳이어야 한다. 상대방과 나 사이의 다름을 확인하더라도 그것을 틀림으로 인식하며 선 긋기에 바빴던 모습을 버리고, 다양한 경계를 허물어가는 작업이 이뤄지는 곳이어야 한다.

이 모든 어려운 작업이 느리지만 단단하게 이뤄질 수 있는 장은 바로 기독교 영화제다. 영화제는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양한 사람과 생각, 그리고 표현이 축제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포용하고 끌어안기를 시도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현주소와 영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통합적으로 풀어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하나님 나라의 진리를 다양한 우화와 이야기로 들려주셨던 예수님처럼 다양한 영화들이 전하는 기독교적 가치를 발견하고 또한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비평과 토론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상상력을 제공하는 기독교 영화제, 2019년은 그런 기독교 영화제가 시작되기에 너무도 시의적절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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