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부(富)란 나눔을 위한 은총
(18) 부(富)란 나눔을 위한 은총
  • 호용한 목사(옥수중앙교회)
  • 승인 2019.07.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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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용한 목사의 옥수동 소나타]
약한 자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일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인들에게 부여하신 청지기적 사명이다.
약한 자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일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인들에게 부여하신 청지기적 사명이다.

그리스도인은 성경 말씀대로 작은 이들과 함께 있어줘야 하고, 약한 자들의 필요를 채워줘야 한다. 만약 우리 그리스도인 한 사람이 작은 이웃들을 한 사람씩 맡아 돌본다면 이 세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문제 청소년을 한 사람씩 맡아서 기도해주고 상담해주고 사랑의 필요를 채워준다면 이 세상은 놀랍도록 변할 것이다.

우리 교회 바로 옆에는 박일분(가명)씨가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옥수동에서 30년을 살다가 보증금 7100만원을 내고 3년 전에 임대아파트에 입주했다. 그나마 보증금 2100만원이 부족해 은행 대출을 받아야 했다.

박씨는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데, 낮에는 집에 혼자 있기 때문에 방문자가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남이 알 수 없도록 긴 비밀번호를 눌러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방 안쪽에서 박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보다 앞서 사람 살 썩는 역한 냄새가 훅 날아온다. 박씨는 요즘 당뇨 합병증으로 양 발이 모두 썩어 들어가고 있다.

남편은 몇 년 전에 죽고 삼십대 아들 둘과 살고 있는데, 그나마 둘째 아들은 얼마 전에 머리와 다리를 다쳐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못 받는 상황에서 첫째 아들의 벌이 또한 넉넉하지 못해 박씨는 발이 썩어가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아주머니는 소원이 뭐에요?” “빨리 나아서 걷고 싶고, 그래서 아이들 밥이라도 해 주면 좋겠어요.” 박씨가 누운 침대 옆 작은 탁자 위에는 늘 밥과 반찬이 든 플라스틱 통들이 놓여 있다. 아들이 차려 놓은 점심밥이다. 매일 아침 박씨는 자기 대신 밥을 짓고 점심밥까지 준비하는 아들이 아프도록 눈에 밟혔을 것이다. 자기가 아무리 아프고 불편해도 어머니는 자식이 먼저라더니, 박씨는 미안한 마음과 아들들 걱정에 기도할 때마다 울음을 그치질 못한다.
유성훈(가명) 할아버지는 옥수동에서만 50년을 살았다. 시골에서 무일푼으로 올라온 후 움막에서 시작해, 판자촌과 연립주택을 거쳐 지금은 작은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20여 년 전에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잘라내고 의족을 했다. 그즈음 아내는 척추 병을 앓아 20년 동안 방에서 누워 지냈다. 할아버지는 불편한 몸으로 그 동안 아내의 욕창을 돌보고 오물을 받아냈다.

“할머니 생각 안 나세요?” 몇 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 이야기를 꺼내면 할아버지는 늘 ‘고생만 죽어라 시키고 갔는데 보고 싶기는 뭐가 보고 싶어요’하며 웃는다. 고생 끝에 낙이라도 왔으면 좋겠지만 할아버지의 삶은 아직도 팍팍하다. 정신질환을 앓는 아들 둘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얼마 전 자살했다. 할아버지 손을 잡고 기도를 할 때면 그분은 늘 ‘우리 아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내 손을 꼭 잡는다.
그 외에도 원인 모를 병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건장한 체격의 40대 나씨, 처녀 때 강간범을 피하려다 척추를 다쳐 평생 누워 지내는 40대 황씨, 뇌병변으로 누워 지내는 딸을 둔 신씨 등 찾아가는 집집마다 사연 없는 집이 없고, 눈물 없는 집이 없다. 세상은 하루하루 화려해지고 높아져가지만 가난한 이들의 세상은 하루하루 움츠러드는 것만 같다.
가난한 이들을 돕다 보면 우리가 가진 부(富)에 대한 생각도 정확하게 정립하게 된다. 부는 이웃의 궁핍과 아픔, 곤고함을 나누기 위한 하나님의 은총이다. 이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옥수동과 금호동에도 부자들이 많이 거주하게 되었다. 고급 외제승용차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면 마치 강남 한복판에 온 것 같다. 우리 교회에도 얼마 전 한 성형외과 의사가 출석하기 시작했다. 강남에 병원을 개업해 개업예배 설교를 맡아 했는데, 그 의사는 우리 교회가 그동안 해 온 장학과 구제사역 이야기를 듣고는 선뜻 한 달에 300만원씩을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그 의사는 이후 꼬박꼬박 후원금을 보내오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이들은 극히 소수다. 대다수 부자들은 가난한 이들과 별 상관없이 살아간다. 비단 부자들뿐 아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병들어가고 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옛 시절을 잊어버리고 마치 기억 상실증이라도 걸린 듯 마냥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과소비적 탐닉에 빠져 있다. 탐닉은 개인을 넘어 국가 전체를 경제적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어쩌면 이런 소모적 행동양식 뒤에는 과거의 상처받은 심성이 보이지 않게 깔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처럼 부를 이기적으로 소모하는 행태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물질의 복을 저주받은 금단의 열매로 바꾸는 것에 불과하다. 물질이 말씀보다 우선한다는 사고의 전환이 인간 타락의 시작이었음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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